셀프 핑계 소비자에게 ‘그림자 노동’ 강요, 디지털격차 심화
개인정보 유출, 보안위협, 화면설계 비표준화로 혼란 초래 등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코로나19’가 종식 이후에도 키오스크 등 무인화 기기나 IoT, RFID 등 ICT기술에 의한 무인매장과 무인편의점 등 리테일 무인화가 널리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자칫 기업의 이윤창출을 위해 사실상 소비자의 ‘수고’를 강요하는 ‘그림자 노동’과, 사용자 간의 디지털격차를 초래하며,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등의 부작용도 날로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민간 키오스크는 2022년 들어 전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으며, 편의점 4사의 무인점포 수도 최근 3년간 16배나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으로도 머신비전, IoT, RFID 등 ICT 기술이 날로 대중화되면서 이같은 무인화‧스마트화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1년 만에 전국적으로 4배 이상 증가”
이젠 단순 주문·결제 시스템이 아니라, 완전 무인화된 매장도 늘어나고 있다. 셀프 체크인 이나 셀프결제(스캐닝)는 물론, 영상 해석, 중량 센서 등 ICT 기술로 완전 무인화된 스마트 매장도 많다.
게다가 안면인식 기술, 스마트 스캐너에 의한 자동결제, 동작인식을 위한 스마트 카메라 기술 등의 보편화도 이런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인용한 미국의 매장 무인화솔루션 업체 ‘그랩앱고’에 따르면 무인솔루션으로 결제 대기 시간이 97%나 줄어들었다. 그 덕분에 이용객 재방문율도 80%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분석 및 센서 등으로 인해 무인시스템 구축 비용이 줄어든 것도 점포의 무인화를 가속
화하고 있다. 또 키오스크 가격이 날로 저렴해지고, 매장 내 도난 방지 등을 위한 동작 인식에 필요한 고가 장비보다 더욱 효율적이고 저렴한 동작 분석 기술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무인화 매장 비용도 하락하고 있다.
이에 무인화솔루션 업체 파인더스AI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가격은 2~3년 전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또 20평 규모의 완전무인화 매장 구축도 2억원 수준이면 가능하다.
국내외에선 또 매장이나 공공장소에 서빙로봇이 대중화되고 있다. 커피 바리스타를 비롯, 치킨요리, 햄버거 등에도 로봇을 활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미 이들 서비스 로봇은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스마트화’로 저숙련 노동 수요 급감
그러나 이같은 ICT기기에 의한 무인화가 초래하는 부작용을 개선,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고용의 둔화다. 자동화‧무인화에 따른 단순, 저숙련 고용이 줄어들고 있다.
무인화 기기 도입의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절감이다. 그런 만큼 ICT 기반 무인화로 아르바이트 등 저숙련 노동자이 고용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은행 보고서도 이런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대면서비스업의 자동화나, 고위험 직업군 취업자 수가 2017년에 비해 2021년에는 10.8%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만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연구에 따르면 키오스크 도입에 따른 외식업체들의 고용감소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또 다른 연구에서는 고용 인력의 감소보다는 고용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른바 ‘그림자 노동 증가’도 문제로 지적된다. 즉 사용자들이 원하든 않든, 점포 무인화에 따라 무조건 셀프화되면서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많은 기업들이 셀프서비스의 수고에 대한 ‘대가’ 없이 기업들의 서비스비용을 이용자에게 전가하고 있어 문제다.
“그렇다면 소비자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하고, 이를 제품 가격 인하로 반영시키는 등의 대가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는 ‘그림자 노동의 역습’ 저자 크레이그 램버트를 인용, “그림자 노동은 반사회적 경제패턴으로서, 결국 자동화로 인해 사회적 교류를 소멸시키고 사회공동체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다른 말로 매장 내 직원이 있음에도 셀프서비스를 명목으로 키오스크 등의 ‘강제 이용’을 강요, 불편함을 제공하는 등 무인화에 따른 폐해도 증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고령층, 취약계층 배려 거의 없어
디지털 격차가 더욱 심해진다는 지적도 따른다. 즉, 정보 격차에서 발생하는 취약계층의 기술 소외 현상이 심해지는 것이다. ‘2040’대는 상대적으로 무인화를 선호하지만, 고령층의 경우는 불편을 호소하며 대면을 선호하는 경향이다.
50대 이상 고령의 소비자층들은 키오스크를 이용하면서 ‘복잡한 단계 및 화면 조작’, ‘주문 상품에 대한 문의 불가’ 등을 가장 많이 언급하고 있다. 또한 화면 설계 자체가 표준화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그로 인해 주문을 위한 반복 작업이나 주문 취소, 기기별로 각기 다른 결제순서, 작동 오류 등이 다반사로 지적된다.
특히 인구의 약 5%를 차지하는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보안 위협이나 개인정보 탈취, 무인절도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CCTV나, 동작인식솔루션(AI 등) 도입 등에 따라 무차별적고 비식별화되지 않은 정보를 탐색하고 접근하는 등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