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속보로 타전, 자신이 창업한 회사서 쫓겨나
이사회 “소통 부족” 명분, 현지선 “진짜 이유가 궁금”
공동창업자 간 갈등? 미라 무라티 임시 CEO, 또 다른 공동창업자 브로그먼은 퇴사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미국이라서 가능한 일일까. 오픈AI가 공동창업자이자 CEO이며, 챗GPT와 ‘생성AI 신화’의 주인공인 샘 앨트먼을 전격 해임했다. 18일(현지시각 17일) 오전 AP통신과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일제히 이 소식을 속보로 타전했다.
오픈AI 이사회는 이날 “샘 앨트먼이 이사회와의 일관되게 솔직하지 못한 의사소통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전격 해임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회사에서 창업자를 쫓아낸 것이다.
그러면서 이사회는 오픈AI 블로그를 통해 “이사회는 더 이상 그가 오픈AI를 계속 이끌 수 있는 능력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사회가 샘 앨트먼 해임을 발표한지 몇 시간 후엔 역시 공동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그레그 브로그먼(Greg Brockman)도 회사를 그만둔다고 발표했다.
공동창업자인 그레그 브로그먼도 “회사 그만둘래”
오픈AI의 새로운 CEO는 역시 공동창업자이자 CTO인 미라 무라티(Mira Murati)가 임시로 맡으면서, 새로운 CEO를 물색하기로 했다.
언론과 실리콘 밸리에선 1년 전에 챗GPT를 최초로 공개하며, 초거대 생성AI 시대의 막을 연 신화적 인물이 1년 만에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난데 대해 그 ‘진짜 이유’와 내막을 찾아보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사회가 블로그를 통해 밝힌 것 이상으로 아직은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는 즉시 명확하지 않니다. 소식을 전해들은 외신들이 앨트먼 본인에게 입장을 물어보려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앨트먼은 직전까지고 전혀 이런 일을 예상하지 않은 것으로 짐작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얼마 전 X에 올린 글에서 “나는 오픈AI에서 보낸 시간을 정말 좋아했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변화를 가져왔고, 바라건대 세상이 조금이라도 바뀌기를 바랐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재능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이야기할 것이다”라고 했다. 전혀 자신의 신변이나 거취에 대한 암시는 들어있지 않다.
그러나 무언가 갈등 요인이 있을 것이란 정황이 포착되기도 한다. 앨트먼 해임 소식이 전해진 직후 현재 사장을 맡고 있는 브로크먼은 X에 올린 글에서 자신과 앨트먼이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사전에 아무런 경고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샘과 나는 이사회가 오늘 한 일에 충격을 받고 슬프다”면서 “우리도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 말대로라면 그야말로 본인들도 전혀 모르는 사이에 전격적으로 이사회가 일방적인 결정을 한 셈이다.
앨트먼, 전혀 사전 감지 못한 듯
브록크먼에 따르면 앨트먼은 17일(현지시각 16일) 정오에 이사회와의 화상 회의에 참석하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곧바로 해고됐다. 브록크먼은 자신이 이사회 의장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이사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로부터 몇 분 후에 앨트먼의 해임 사실을 그에게 통보했고, 동시에 이사회는 이런 사실을 알리는 블로그 게시물을 게시했다.
앞서 16일(현지시각 15일) 앨트먼은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인공지능이 이미지, 비디오, 사운드, 기타 각종 예술을 스스로 생성할 수 있게 된 예술과 예술가의 미래에 대해 논의했다. 전혀 자신의 신상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듯했다. 오픈AI를 떠날 것이라는 어떠한 암시도 하지 않은 채, 자신과 회사가 “아티스트들과 계속 협력하여 그들의 미래가 밝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반복해서 강조하기만 했다.
또 그는 이보다 앞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CEO 서밋에 에머슨 콜렉티브(Emerson Collective)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로렌 파월 잡스(Laurene Powell Jobs)와 메타(Meta), 구글(Google) 임원들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앨트먼의 해임 소식에 공동창업자인 브로그먼 역시 X에 올린 게시물에서 “나도 그만두겠다”고 했고, 회사측은 이날 오전 “그가 이사회 의장직은 물러나지만 사장직은 유지하고 최고경영자(CEO)에게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브로그먼 역시 오픈AI 창립 이래 회사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이번 일은 오픈AI가 자사의 기업 가치를 80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하는 새로운 자금 조달 라운드를 협상 중인 가운데 일어났다. 이 금액은 1년 전보다 거의 3배에 가깝게 늘어난 규모다. 그래서 앨트먼의 사임이 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충격’ 속, “양사 협력 기조 계속”
특히 앨트먼의 해임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WSJ는 “오픈AI에 130억 달러를 투자하고 회사 지분의 49%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로선 ‘타격’일 수도 있다”고 했다.
앨트먼 해임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일단 MS의 CEO인 사티야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와 계속해서 긴밀하게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써 충격을 추스르는 모습이었다.
애초 MS는 ‘Bing’ 검색 엔진부터 널리 사용되는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자사 제품에 오픈AI에서 개발된 기술을 사용하겠다는 광범위한 계획을 올해 도입했다. 앨트먼은 그 모든 계획에 참여했고, 이를 공개하는 모든 행사에 그와 자리를 함께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델라는 이날 별도 성명을 내고 “오픈AI와 회사의 장기 계약을 통해 혁신적인 의제와 흥미로운 제품 로드맵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에 대한 협력을 해왔다”면서 “특히 양사가 맺은 파트너십과 신임 미라 CEO와 임직원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임시 CEO를 맡게 된 미라 무라티 역시 MS의 나델라 CEO와 MS의 최고 기술 책임자인 케빈 스콧과 나눈 대화를 공개하며, “그들이 여전히 오픈AI를 지지한다 밝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MS의 주가는 앨트먼의 사임이 발표된 후 거래 마지막 30분 동안 1% 이상 하락했다.
임시 CEO 미라 무라티, 해임 정당성 ‘시사’
CEO 미라 무라티는 “우리는 이제 우리의 도구가 널리 채택되고, 개발자들이 우리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정책 입안자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규제하는 최선의 방법을 심의하는 중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라면서 “이럴 때일수록 더욱 집중하고 주도면밀하며 핵심 가치에 충실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앨트먼 해임의 정당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현재 앨트먼을 해임한 오픈AI의 이사회는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명망있는 A.I. 연구원, 기술 임원, 그리고 A.I. 회사의 수석 과학자이자 공동 창립자인 일리야 서츠케버(Ilya Sutskever), Q&A 사이트 ‘Quora’의 CEO인 아담 단젤로(Adam D'Angelo) 등이다. 공동창업자인 일리야 서츠케버와 미라 무라티가 앨트먼을 쫓아내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앨트먼 해임 소식에 전․현직 오픈AI 직원들은 충격을 받았다. 특히 직원들은 17일 아침까지만 해도 앨트먼과 회사의 미래와 비전을 두고 논의와 대화를 거듭해왔다. 외부의 연구원, 기업가, 투자자도 모두 놀랐다. 그래서 현지에선 오픈AI 이사회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