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마트폰 기능 흡사한 웨어러블 AI기기 개발 붐 시작
“몸에 부착, 손바닥으로 감지 작동”…생성AI 기능 접목한 센서
샘 앨트먼 스스로 이 분야 투자, 실현 가능성엔 전문가들 간 의견 엇갈려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AI 기기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을까? 챗GPT 이후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을 지켜보는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물음이 나오고 있다.
물론 대답은 엇갈린다. 전문가 일각에선 “이미 스마트폰 역할을 대신하는 웨어러블 AI 기기가 출시되고 있다. 멀지 않아 스마트폰을 AI 디바이스가 대체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한다. 반면에 또 다른 전문가들은 생각이 다르다. “스마프폰이 생활 필수품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데스크탑 PC나 노트북도 일상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것처럼, (AI기기로 인해 스마트폰이 없어지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단언하기도 한다.
미 스타트업, 챗GPT 사용 웨어러블 Ai 핀 출시
그런 논쟁과는 별개로 실제로 이미 스마트폰 역할을 하는 AI 디바이스가 출시된 바 있다. 지난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휴메인(Humane)이란 회사는 마치 영화 ‘Star Trek’에 나오는 배지처럼 사용자의 가슴에 장착되는 ‘Ai Pin’이라는 웨어러블 장치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유력 외신과 각종 기술매체들도 일제히 이에 주목했다. 이에 따르면 휴메인이 개발한 ‘AI Pin’은 우선 명령을 이해하기 위해 오픈AI이 챗GPT를 기존 인공 지능 비서에 접목하는 방식이다.
이 기기의 가장 두드러진 점은 화면이 아닌 사용자의 손바닥에 정보를 표시하는 레이저 프로젝션 시스템이다. 이를 위한 별도 센서가 문자 명령에 응답하거나 음악을 변경하는 등 메뉴와 상호 작용하기 위해 손 동작을 감지한다. 만약 손바닥을 다른 방향으로 기울이면 메뉴 옵션이 다시 표시될 수 있고, 손을 오무리면 전용 홈 페이지로 돌아간다.
마치 기존 스마트폰의 기능을 본딴 듯하다. 휴메인은 이미 오는 16일부터 일단 미국에서부터 시판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직은 그 기능이 좀 어설프긴 하지만 이 제품은 챗GPT와의 융합을 통해 생성 AI의 또 다른 발전을 기하려는 최초의 장치”로 평가하면서 “제조사측은 이를 통해 AI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와 스마트폰 이후의 시장을 테스트할 예정이지만 전망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이 밖에도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에만 갇혀있지 않고, 새로운 챗GPT 기반 도우미를 적용한 새로운 AI 기기 개발 붐이 서서히 일고 있다.
샘 앨트먼, WSJ 컨퍼런스서 ‘의욕’ 보여
이런 움직임을 앞장서 견인하고 있는 인물은 역시 샘 앨트먼이다. 그는 최근 WSJ의 ‘Tech Live 컨퍼런스’에 출연, AI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디바이스를 만들려는 자신의 생각과, 그 일환으로 자체 칩을 만들려는 회사의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알고 보면 앞서 ‘AI pin’을 개발한 휴메인 역시 샘 앨트먼이 상당한 투자를 한 기업이다. 그는 이날 ‘Tech Live 컨퍼런스’ “AI를 기반으로 구축된 새로운 유형의 하드웨어에 대해서도 늘 생각하고 있다”며 “아직은 구상 단계”라고 했다.
앨트먼은 진행자가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묻는 질문에 “뭔가 대단한 일이 있을 것 같지만 아직은 모르겠다”면서도 “현재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아이디어나 발상의 틀에선 또 다른 새로운 컴퓨팅 신기술을 미리 예측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앨트먼이 투자한 또 다른 AI 스타트업인 ‘리와인드’(Rewind)라는 회사는 대화를 녹음하고 그 내용을 휴대폰으로 전송할 수 있는 목걸이처럼 착용할 수 있는 59달러짜리 디바이스를 개발했다. 전송에 그치지 않고, AI가 녹음된 대화를 기록하고 분석까지 한다. 말하자면 전통적인 녹음 장치와 스마트폰을 연동하고, AI의 생성 기능까지 접목한 것이다.
앞서 ‘AI pin’ 제품 시연 과정에서도 휴메인은 AI 비서다운 능력을 선보였다. 이는 “1900년 미국 대통령이 누구였나”는 등의 상식적 질문에 답하는 것은 물론, 사진을 찍고, 외국어를 번역하고, 음악을 재생하고, 문자 메시지를 작성하고, 전화를 걸수도 있었다.
또 다른 시연에선 사용자가 ‘AI pin’에 아몬드 한 그릇을 보여주자, 나름대로 영양 정보를 분석, 알려주기까지 했다.
이때 ‘AI pin’은 대부분의 질문과 요청에 응답하는 데 약 5초면 충분했다. 물론 아마존의 알렉사나 애플 시리와 같은 기존 음성 비서보다는 느리지만 그들과는 다른 추가 기능도 가능하다. 다만 기존 생성AI가 그렇듯이, 문자 메시지 편집과 같은 특정 명령에 대해 헷갈려하는 순간도 있었다.
현재 ‘Ai Pin’의 초기 보급가는 699달러, 월 서비스 요금은 24달러로 중급형 스마트폰 중 상위급 수준이다. 월별 요금에는 폰 서비스 요금제와, 전화 통화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받을 수 있는 전화 요금이 포함된다.
애플, 메타 등도 새로운 AI디바이스 꾸준히 모색
2007년 애플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스마트워치, AI 스피커, 가상 현실 헤드셋 등 차세대 시장을 위한 수많은 시도가 있었다. 그럼에도 스마트폰만큼 사람들의 삶에 중심이 된 것은 없다.
최근 애플조차 ‘아이폰 이후의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을 법한 디바이스 ‘Vision Pro’를 발표했다. ‘Vision Pro’는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을 혼합한 헤드셋이다.
또 메타 등 다른 빅테크들도 사용자가 가상 공간에서 일하거나,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현실 세계에 산재된 디지털 콘텐츠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또다른 디바이스를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스마트폰을 대체할 만한 AI 디바이스들이 출현할 것인가는 전혀 다른 논쟁꺼리가 되고 있다. 미국의 투자자문회사 딥워터 에셋 매니지먼트의 애널리스트 진 먼스트는 “앞으로 수많은 기술회사들은 어떤 종류의 장치가 AI에 최적화될지, 그리고 스마트폰을 넘어설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이를 제품과 기술로 구현하려는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WSJ에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