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정명령 제재와 각종 소송 등 첩첩산중 악재로 전진 동력 잃어가고 있어
국내 한 빅테크기업이 압축·고속 성장 과정에서 그늘진 ‘쿠키’부스러기를 남기고, 이게 깊은 상처로 덧나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앞으로 이 회사가 어떻게 상처를 치유하면서 또다시 성장가도에 진입할지가 주목받고 있다. 상처를 사전에 예방하는 게 최선책이겠으나 이미 커져 버린 병변은 잘 치유하는 게 그나마 차선책이 될 것이다.
‘카톡’을 중심으로 한창 잘 달려온 카카오가 연달아 악재에 시달리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연일 언론에서는 카카오를 때리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파장이 커지면서 관계사들의 주가가 크게 내리는 모습도 보였다. 카카오는 정부의 시정명령 제재와 집단소송 등 첩첩산중의 과제를 떠안고 있는 국면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를 받고 있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은 지난달 26일 검찰에 송치됐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경쟁을 벌였던 하이브 측이 공개매수 기간 동안 카카오가 비정상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금융감독원 특사경은 지난 4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SM엔터 사옥을 압수수색했고 지난 8월에는 창업주인 김범수 센터장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급기야 배재현 카카오투자총괄대표가 지난달 19일 구속됐고, 이어 21일에는 김 센터장이 금감원에 출석해 16시간 가까이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금감원 특사경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법인에 대해서도 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급물살 속에서 카카오가 최대주주인 카카오뱅크는 대주주 지위에 금이 갈 양상이다. 구속된 배 대표가 유죄판결을 받거나 김 센터장에게도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카카오뱅크의 대부분 지분을 내놓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인터넷은행의 지분 10%를 초과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대통령까지 공개석상에 나서서 얼마 전 비판의 각을 세웠던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콜 몰아주기와 분식회계 의혹으로 코너에 몰린 상황이다. 앞서 지난 2월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 T가 가맹기사에게 택시 호출 콜을 몰아줬다며 택시 배차 요소 중 수락률 기준을 개선하라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271억원을 부과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카카오모빌리티 측의 항소에 손을 들어 집행정지 판결을 내렸지만, 공정위가 지난 8월 대법원에 재항고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로 피해를 입은 비가맹기사 중 개인택시 일부 기사들은 참여연대와 함께 소송인단을 꾸리고 집단소송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는 상장 전 3000억원대 회계조작 의혹까지 겹쳐 최근 금감원이 감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위기국면 속에서 카카오는 6일 새벽 첫 비상경영회의에 들어갔다. 카카오가 현 상황을 ‘비상경영’ 단계로 공식화한 이후 김 센터장이 주요 계열사 대표들을 모두 소집해 여는 첫 공동체 회의다. 이날 새벽 카카오는 경기 성남 분당구의 카카오 판교 사옥에서 김 센터장 주재로 공동체 경영회의를 시작했다. 이 회의에 앞서 김 센터장은 각 계열사에 최근 사태와 관련한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0일 김 센터장은 주요 계열사 대표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어 “최근 상황을 겪으며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더 강화된 내외부의 준법 경영·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동체 전반의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각종 악재에 시달리면서 카카오는 전진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미래 먹거리인 AI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사업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이를 이끌 핵심 경영진이 모두 사법리스크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조타수인 김 센터장이 강변한 대로 그동안 카카오그룹 전반에 걸쳐 부족했던 부분을 이번 기회에 깊이 반성하고, 이를 토대로 더욱 강화된 준법 경영 시스템이 마련돼 카카오가 자기 궤도를 찾아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카카오의 상처 치유 ‘방정식’은 미래 테크 기업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매뉴얼이 된다는 점에서 카카오가 겪고 있는 현재의 홍역은 카카오만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 하겠다.
따라서 카카오는 지난 과오를 대오각성하고 심기일전하여 외부의 제재나 입김, 사법적 강제 등 타율보다는 첨단기업의 고유 가치인 자율적이고 자기완결적인 국면 타개 해법을 이번에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카카오가 사는 길임은 명약관화하다고 보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