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한 재생에너지의 한걔 극복, 분산된 에너지원 ICT기술 의한 관리
지능형 제어, 수급 조절 등 효율화, “특히 에너지저장장치 역할 중요”

미국 애리조나주에 설치된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고출력 태양광 모듈 모습. (출처=HD현대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주에 설치된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고출력 태양광 모듈 모습. (출처=HD현대에너지솔루션)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가상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가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VPP는 ICT를 이용해 분산형 에너지원을 통합 관리, 제어,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최근에는 별도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관련 산업도 발전하고 있다.

가상발전소는 물리적으로 발전기나 발전소가 있지 않지만, SW를 통해 실제 발전기처럼 운영되는 시스템 내지 플랫폼이다.

산재해있는 분산에너지원 한계 극복

이는 화석연료를 배제한 재생에너지 설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한다. 풍력이나 태양광 등은 기상이 지형적 여건 등에 따라 에너지 생산량이 매우 불규칙하다. 또 기존 전력 발전소와는 달리, 각지에 뿔뿔이 산재해있는 분산에너지원으로서 갖는 한계도 많다.

이를 ICT기술을 통해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데이터를 수집, 제어하며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추는게 VPP의 핵심이다.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교수에 따르면 VPP는 기술적 측면에서 ‘분산형 에너지원’, ‘지능형 검침 인프라(AMI, 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그리고 ‘스마트그리드’로 섦명되고 있다.

특히 ‘분산형 에너지원’은 전력이 필요한 지역에서 전기나 에너지를 생산∙저장하고, 예비전력이나 에너지를 보강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특히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함께 수요․공급을 제어하는 시스템이 그 핵심 기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나 에너지공사 등에 따르면 가상발전소는 날씨나, 시간대, 계절 등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치 않은 재생에너지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즉, 수요자들의 사용량과, 이에 맞는 발전량을 미리 예측하고, 이를 위해 ICT기술로 남는 전력을 저장하거나 제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는 태양광, 풍력 등과 같이 전력이 필요한 여러 분산된 지역마다 따로 생산·소비되는 것이 ‘분산형 전원’ 내지 ‘분산형 자원’의 개념이다. 그 중 유휴 전력(자원)을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를 사용하여, 수요를 조절함으로써 전기를 공급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하는 것이다.

가상발전소의 원론적 의미와도 맞아 떨어진다. KB경영연구소가 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나 에너지공사 등의 정의를 인용, 요약한 바에 따르면 이는 다양한 ‘분산형 자원’을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통합제어하고, ‘하나의 발전기’처럼 운영하는 통합관리시스템이다.

‘지능형 검침 인프라’와 ‘스마트그리드’ 개념 부각

이 분야의 전문가로 각종 매체 등을 통해 이를 국내에 소개해온 안 교수는 “분산형 전원은 태양광∙풍력∙열병합 등 소규모 발전설비를 의미하며 신재생 발전설비가 여기에 포함된다.”면서 “이는 작은 설비로도 충분하며, 전력이나 에너지를 사용하는 지역 가까이에 있으므로, 기존 오프라인 전력처럼 장거리 송전망을 건설해야 하는 등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장점을 꼽았다.

VPP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이처럼 전력망이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에너지저장장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남는 전력을 저장해두었다가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수요자에게 적절히 공급하기 위해 에너지 저장장치의 보급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전기차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함으로써 주목을 끌기도 했다.

전기차에 관한 논의와는 별개로 ESS는 발전 설비의 잉여 전력을 저장해 뒀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수요가 적거나 전기 요금이 저렴할 때의 발전량을 비축했다가 전력 수요가 많거나 전기 요금이 비쌀 때 그동안 쌓인 전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날씨나 지형적 변화 등 에너지 생산 환경이 불규칙한 신재생 발전에는 ESS가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전력 공급량을 일정한 수준으로 공급하거나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생산시설과 같은 분산형 전원을 VPP에 이용하려면, 잉여 전력 혹은 부족한 에너지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필요가 있다. ESS는 그런 역할을 하는 한편, 이른바 지능형 검침 인프라도 중요하다.

안 교수는 “지능형 검침 인프라는 지능형 계량기(Smart Meter)를 기반 삼아 구축된다.”면서 “지능형 계량기는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측정, 제공한다”고 밝혔다. 마치 전기사용량을 ‘검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상발전소 통합 시스템 화면. (출처=식스티헤르츠)
가상발전소 통합 시스템 화면. (출처=식스티헤르츠)

VPP가 구축되고 작동되는 것과 같은 기술을 망라한 개념으로 ‘스마트그리드’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된 VPP의 요소를 융합, 산업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전력망에 ICT를 접목, 수급을 조절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하거나, 마치 전기차를 ESS로 활용하며 충전하는 등의 개념을 총괄한 것이다.

특히 전기차를 ‘탈 것’이 아니라 ‘ESS’로 접근하는 개념을 두고 V2G(Vehicle to Grid)로 호칭하고 있다. 이는 차를 운행하지 않는 밤 시간에는 낮은 가격으로 충전한 전력을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때 제어기술을 지닌 가상발전소가 전기차 소유자의 전력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전력가격을 예측할 수도 있다. 또한 해당 전기차 운전자의 주행 패턴을 분석해 주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전력 판매량을 정할 수도 있다.

국내 대기업들도 VPP 산업에 적극 참여

국내 대기업들도 VPP산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태양광 시스템을 원격 모니터링할 수 있는 ‘하이 스마트 3.0’을 운영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도 다수의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협약을 맺고 분산형 에너지원의 전력중개사업에 나서고 있다.

한화솔루션도 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을 통해 사실상 전력중개사업에 참혀하고 있다. 가상발전소는 분산형 자원으로서 재생에너지를 크게 확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KB경영연구소의 이창우 연구위원은 이같은 가상발전소를 일종의 ‘에너지인터넷(IoE, Internet of Energy)’에 비유했다. 즉, “재생에너지의 문제점을 ICT 기술로 극복하고 적절히 전력을 배분함으로써, 전력·에너지가 데이터처럼 자유자재로 생산·유통·저장·소비되는 ‘에너지인터넷’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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