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개선과 함께 차량소비자 올바른 이해와 책임의식 제고 등 필요
차량 운전자들의 소망은 운전대를 놓고 운전하는 것이다. 장롱 속 면허 예비 운전자나, 운전에는 ‘잼뱅이’인 사람들은 자율주행차량만 나오기를 학수고대한다. 이래저래 자율주행차는 미래 먹거리 시장으로서 잠재력이 가히 폭발적이다. 그래서 자동차 업체와 빅 테크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자율주행차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하지만 꿈의 모빌리티, 자율주행차는 아직도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2단계(부분자율주행, 운전자의 상시 감독 필요)와 3단계(조건부 자율주행, 자동차가 안전기능 제어, 탑승자 제어가 필요한 경우 신호)를 넘어서, 꿈에 그리던 4단계(고도 자율주행, 주변환경 관계 없이 운전자 제어 불필요)까지 이르는 자율주행차가 나오기에는 아직은 다소 요원한 느낌이다.
우리나라도 자율주행차 개발에 뜨겁다. 완성차 제조사를 비롯해 각종 인공지능(AI)를 비롯한 테크 기업들이 나서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7일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은 ‘자율주행차량 임시면허’를 취득해 광주 지역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해졌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차량 임시면허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안전운행 요건을 갖춘 자율주행차가 일반도로를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임시면허를 받은 자율주행차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다양한 상황의 주행 시험을 거쳐 임시 운행 허가 심사를 통과했으며, 지난달 국토교통부로부터 임시운행허가증을 받은 뒤 광주시로부터 임시번호판을 발급받았다고 사업단은 밝혔다.
자율주행차량을 개발하는 AI 기업들은 이 차량을 이용해 자율주행에 필요한 알고리즘, 센서와 부품 등을 실증할 수 있다. 현재는 광주시 평동산업단지·수완지구·빛그린산단·북구 첨단 2지구 일대가 자율주행 서비스 실증을 지원하는 자율주행 시범운행 지구로 지정돼 있다.
사업단은 광산구 빛그린산단 구간에 자율주행을 위한 고정밀지도(HDmap)를 구축하고, 우치공원 내 자율주행 시범운행 경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차량을 이용해 광주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 테스트와 실증이 가능해져 자율주행차량을 개발하는 완성차 업계는 물론 AI 기업이나 대학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3단계까지 진입한 자율주행차량은 그 기술이 복잡한 만큼 실제 도로상황에서는 많은 허점을 드러내 오고 있어 문제점을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4일에 있었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부문 자회사인 ‘크루즈’의 운행이 중단된 사태다. 이는 크루즈가 웨이모(구글 자회사)와 함께 당국으로부터 24시간 무인 택시 운행 허가를 받은 지 석 달 만에 나온 조처다. 무인 택시의 본격적인 상업화 이후 당국의 첫 번째 규제다.
이날 캘리포니아주 차량관리국(DMV)은 성명을 통해 크루즈의 운행 중단 조치를 알리면서 크루즈가 보행자를 치는 등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DMV는 “공공 안전에 불합리한 위험이 있을 때 DMV는 즉시 운행 허가를 중단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크루즈 측이 자율주행 기술이 안전한지에 대해서 잘못된 정보를 표시했다는 점도 중단 조치 이유라고 밝혔다.
크루즈는 지난 8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 허가를 받은 뒤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켰다. 지난 2일엔 한 여성이 크루즈에 깔려 중상을 입는 일이 벌어졌다. 크루즈는 다른 일반 차량에 치인 후 떠밀린 이 여성의 몸이 땅에 닿자마자 반응했지만 차가 멈췄을 땐 이미 여성을 덮친 뒤였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의 발을 찧는 사고도 있었다.
이처럼 3단계에 진입한 차량이 상업화를 위한 포석으로 도로에 나왔지만 그 안전은 현재로선 전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3단계 는 본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차선 및 차간거리를 유지하며 주행할 수 있으나, 차선 변경이나 돌발상황 대처 등 복잡한 운전 상황에서는 기능에 한계가 있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우리의 경우 자율주행 기능에 하자나 결함이 존재하는 경우 제작사가 우선 행정제재를 부과받고 민・형사상 책임도 부담하게 된다. 동승한 운전자는 자율주행 중에도 도로교통법상 운전 관련 각종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동승자와 별도로 소유자는 자율주행 중 사고 발생 시 피해자에 대한 1차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상용화가 척척 진행되면서 안전사고와 관련한 보헙업계의 대응도 주목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자율주행차의 운행에 대해 제작사는 물론이고 운전자와 소유자도 자신의 지위와 역할에 따른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현재는 제작사나 자율주행 시범사업자가 3단계 자율주행차를 소유・관리・운행하면서 생기는 법규 위반이나 사고 등에 관한 책임을 진다.
그러나 앞으로 3단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서 개인 자가용 승용차가 출시되면 일반 소비자 개인이 자율주행차를 소유・관리・운행하면서 생기는 법규 위반 상황이나 사고 발생의 책임을 지는 사태가 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자율주행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도 도로교통법상 ‘운전’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자율주행 도중 운전석 탑승자가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에게 부과되는 각종 주의의무를 부담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3단계를 넘어서면서 본격 상용화될 경우에는 운전자와 소유자가 관련 법령에서 정한 바에 따라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과도한 기대에 대한 경계 등이 필요하다고 주의를 환기한다. 꿈의 모빌리티가 일반도로에서 활짝 피워 나려면 아직도 많은 성능 개선은 물론, 이에 대한 차량소비자들의 올바른 이해와 책임의식 제고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하겠다.
[애플경제 김남주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