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몸값 높여 바이낸스에 되팔기 위해 회사 세워” 실토
애초 실패작 ‘바이낸스 BNB’ 흉내낸 FTT로 환심사려해
FTT 폭락으로 인출 홍수, 결국 토큰 돌려막기 실패 파산 몰려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FTX 사태의 장본인으로 현재 수감되어 있는 샘 뱅크맨-프리드(Sam Bankman-Fried)는 최근 재판에서 “애초 회사 몸값을 늘려서 바이낸스에 팔아치울 생각에 FTX를 창립했다”고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재판 과정에서 법정에 출두한 증인들 대부분은 그에 대한 불리한 증언을 이어가고 있다. 전직 FTX 직원은 아예 “처음부터 성공하기 힘든, 사기성이 농후한 집단”이라고까지 뱅크맨 프리드를 저격했다. 그런 참에 뱅크맨 프리드 스스로도 “바이낸스가 (인수를) 탐낼만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FTX를 창립했다”고 ‘재보다 잿밥 격’의 본심을 드러내고 말았다.
가상자산 매체 ‘디크립트’에 따르면 그는 28일(현지 시각) “FTX를 바이낸스의 인수 대상으로 삼을 틈새시장을 위해 구축했다”고 털어놓아 법정을 술렁이게 했다.
그는 “이미 초창기부터 FTX를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매각할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돌려막기’인 ‘마진 트레이더’로 출발
이날 법원 증언에 따르면 당시 그런 의도로 FTX는 대규모 마진 트레이더를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당시 거래소 전반에 걸쳐 거의 다루지 않았던 특수한 전문 분야였다. 그럴 경우 “바이낸스와 같은 세계 최대 거래소가 FTX 매입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가상자산 매체 ‘코인제코’(CoinGecko)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46억 달러 상당의 거래량을 기록하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암호화폐 거래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11월 FTX가 무너지자 한때 인수에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창펭 자오 CEO는 곧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FTX 문제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 되돌아보면 그 동안 FTX는 창업 이래 시종 파격적이나 비정상적인 배팅과 영업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해왔다.
창업 초기 뱅크맨 프리드 스스로도 “고객 확보가 어려웠지만 (파격적 행보로 인한) ‘입소문’을 통해 실행 가능한 사업이 되었다”고 했다. 그 결과 FTX는 2019년에 2천만 달러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그는 “2021년까지 FTX가 하루 3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바이낸스 “인수 계획 일끼감치 접어”
FTX의 무기는 처음부터 ‘리스크’ 자체였다. 뱅크맨 프리드도 “초기 판매 포인트 중 하나가 리스크 엔진이었다” 돌이켰다. 당시 다른 거래소와 비교했을 때, 트레이더의 포지션 청산 시점을 결정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FTX의 리스크 엔진은 고객 계정을 세밀하면서도 포괄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뱅크맨 프리드는 “거래소가 구축되는 동안 코드를 ‘쓰거나 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오로지 파격적 기획으로 몸집을 키워, 바이낸스에 팔아치우려는 생각으로만 가득했던 셈이다. 오히려 공동 창립자인 게리 왕이 나름의 체계적으로 합리적 관점에서 거래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거래소를 착실하게 운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에에 뱅크맨 프리드는 “‘교차 마진 거래’도 FTX 설립의 주요 동기이자 매력 중 하나”라며 비정상적 시도에 집착했다. 그는 “거래자는 한 거래에서 초과 마진을 사용하여 다른 거래의 마진 요구 사항을 충족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실상 ‘돌려 막기’나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 식의 비정상적 운영에 몰두한 것이다.
그럼에도 바이낸스는 FTX를 애초부터 인수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몸이 단 뱅크맨 프리드는 아예 바이낸스 출신 전문가를 고용, FTX 자체 플랫폼을 추가로 개발하기보단, 바이낸스의 BNB 토큰을 흉내 낸 FTT를 개발하기도 했다. 바이낸스의 구미를 맞추는데만 급급해한 것이다.
그러나 BNB는 바이낸스가 실패한 대표적 교환 토큰(exchange token)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뱅크맨 프리드는 “바이낸스의 BNB 토큰이 사업에 영감을 주었다”면서 “바이낸스가 FTX의 첫 번째 투자자였으며 본사에 8천만 달러 상당의 BNB를 종자돈으로 제공한 바 있다”고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시종 강변하고 있다.
뱅크맨-프리드 재판 과정, 연일 ‘핫이슈’
그러나 뱅크맨 프리드의 이런 비정상적 행보가 결국 FTX의 종말을 불렀다. 바이낸스는 FTX의 초기 투자자이긴 하다. FTX는 파산하기 전에 FTT와 기타 자산을 혼합한 21억 달러 어치의 바이낸스 지분을 매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FTT는 지난 11월 바이낸스가 보유 토큰을 매각하면서 혼란에 빠졌다.
이에 FTT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출 홍수가 촉발되었고, 한꺼번에 몰려드는 고객들의 요구에 응할 수 없게 되었다. 급기야 고객 자산에 대한 토큰을 1:1로 보유하지 못하고 있음을 실토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FTX는 지난해 11월 파산 신청을 했다.
이날 법정에서 뱅크맨 프리드는 FTT를 개발한 것은 “투자자 계정을 보유하면 계정에 혜택을 제공하고, 거래소의 성공 중 일부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FTX는 수입의 일부를 매주 FTT를 구매하는 데 사용하고, 획득한 토큰을 소각하여 공급을 줄이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공개 기업이 주식을 다시 구매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시 뜯어보면, 이는 결국 자신의 유보자본도 없이 토큰을 돌려막는 셈이어서, 사실상 사기 수법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뱅크맨 프리드의 ‘사상누각’의 꿈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가 주목되는 가운데, 미국 현지에선 그에 대한 재판 과정이 연일 핫이슈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