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자율주행 ‘레벨3’, 개인용 승용차 앞두고 보험업계 논의 활발
차량 하자․결함 제작사 책임, 주의의무 게을리한 동승 운전자도 배상책임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자율주행 택시 ‘크루주’의 보행자 사고를 계기로 레벨3 자율주행차 운행 중 법규 위반 상황이나 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에 대한 책임 문제가 새삼 이슈가 되고 있다.
레벨3는 본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차선 및 차간거리를 유지하며 주행할 수 있으나, 차선 변경이나 돌발상황 대처는 불가능하다. 또 자율주행이 더 이상 불가능한 경우 시스템이 운전자에게 직접 운전할 것을 요구하는 ‘운전 전환 요구(Transition Demand)’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번 미국 사례처럼 보행자를 몇m나 끌고 가는 사고가 생기면 누가 최종적인 책임을 질 것인가.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우리의 경우 자율주행 기능에 하자나 결함이 존재하는 경우 제작사가 우선 행정제재를 부과받고 민・형사상 책임도 부담하게 된다. 동승한 운전자는 자율주행 중에도 도로교통법상 운전 관련 각종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동승자와 별도로 소유자는 자율주행 중 사고 발생 시 피해자에 대한 1차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보험연구원, ‘제작사, 운전자, 소유자, 책임 분담할수도’
최근 이에 관한 연구결과를 소개한 보험연구원은 “이처럼 자율주행에 대해 제작사는 물론이고 운전자와 소유자도 자신의 지위와 역할에 따른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특히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개인용 승용차’ 출시를 앞두고 이에 상응한 책임법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애초 ‘부분자율주행’인 레벨3 단계는 자율주행 기능이 제한적이다보니, 운전자는 자율주행 중에도 항상 운전 가능한 상태로 대기해야 한다. 현재는 제작사나 자율주행 시범사업자가 레벨3 자율주행차를 소유・관리・운행하면서 법규 위반이나 사고 등에 관한 책임을 진다.
그러나 앞으로 레벨3 개인 자가용 승용차가 출시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일반 소비자 개인이 레벨3 자율주행차를 소유・관리・운행하면서, 법규 위반 상황이나 사고 발생의 책임을 지는 사태가 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자율주행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도 도로교통법상 ‘운전’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자율주행 도중 운전석 탑승자가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에게 부과되는 각종 주의의무를 부담할 수 밖에 없도록 했다.
자율주행차라고 해서 결코 방심하거나 법규를 무시해선 안 된다. 특히 무면허운전이나 음주운전, 과로운전, 공동위험행위, 난폭운전 등은 금물이다. 또 중앙선 침범이나 과속, 안전거리 미준수, 진로 방해, 앞지르기 방법 위반 등도 기존 도로교통법에 의해 처벌받는다.
보험연구원은 “이런 경우 자율주행 중이라도 운전자에게 도로교통법상 제재나 처벌이 부과되고, 사고 발생 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도 인정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만약 자율주행시스템이 전적으로 운전을 하는 동안에 도로교통법 위반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보험연구원 황현아 연구위원은 “운전자의 고의・과실이 없을 경우 제재나 처벌을 면할 수도 있지만, 법규 위반 상황이 생기면 운전자가 이를 즉시 인지하고 대응할 의무를 부담한다”면서 “이에 운전자의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운전자와 별개로 자율주행차 소유자는 어떨까. 자율주행 중 사고가 나면, 소유자는 피해자에 대해 1차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이 경우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이 적용된다. 해당 법률은 소유자로 하여금 자신이 소유하는 자동차에 의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1차적인 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운전여부나 과실 여부와는 관계없다.
즉, “자동차사고 피해자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소유자에게 무과실책임(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책임 부여)을 인정하는 것으로, 실제 보상은 소유자가 가입한 자동차보험회사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차 제작사에게도 책임이 돌아간다. 제작사는 자율주행이나 운전 전환이 안전하게 이루어지도록 자동차를 제작할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레벨3 자율주행차 안전기준을 마련했다. 해당 기준은 안전한 자율주행 및 운전 전환을 위해 자율주행시스템이 갖추어야 할 성능기준을 정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자배법’ 등도 규정, 별도 ‘안전기준’도
특히 레벨3의 경우 자율주행시스템이 미완성 상태로서 운전자와 자율주행시스템 간에 수시로 운전 전환이 이루어진다. 이에 관련 안전기준은 “안전하게 ‘운전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프로토콜’을 마련하고, 운전 전환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 시스템 스스로 ‘위험 최소화’ 운행을 실시하여 사고 가능성을 줄이도록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운전전환’은 운전자가 운전 전환 요구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시각+촉각(진동), 시각+청각, 시각+청각+촉각 등 2개 이상 감각기관을 통해 운전 전환 요구를 전달하고 충분한 시간(보통 10초)을 두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위험 최소화 운행(Minimum Risk Manoeuvre)’은 시스템의 운전 전환 요구에 운전자가 대응하지 않거나, 긴급 상황이 발생하여 정상적인 운전 전환 요구를 할 수 없는 경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율주행시스템 스스로 비상 운행을 하는 것이다.
지난 2020년 개정된 ‘자배법’은 자율주행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일반 자동차 사고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소유자가 1차적 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했다. 그 대신 사후에 사고원인을 규명하여 책임자에게 구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레벨3 개인 승용차 출시 맞춰, 전용 보험 특약 출시 예정
보험연구원은 “자율주행차 사고 시 자동차보험에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현재 ‘업무용 자율주행차 전용 특약’이 마련되어 있으며, 레벨3 자율주행 승용차 출시에 맞추어 개인용 자율주행차 전용 특약도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고원인 규명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고, 국토교통부 산하에 사고조사위원회를 두어 사고원인 규명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레벨5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단계가 되어 ‘운전’ 및 ‘운전자’ 개념 자체가 변경되면, 관련 책임법제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을 보인다.
황현아 연구위원은 “그러나 레벨3 상용화 단계인 현 상황에서는 제작사는 물론 운전자와 소유자도 관련 법령에서 정한 바에 따라 책임을 부담하게 되므로, 자율주행차를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이 이점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소비자가 자율주행차 이용에 필요한 설명이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자율주행 기능에 대한 오해나 과도한 기대를 유발할 수 있는 광고를 금지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