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설비 증설 노력 불구, “칩 부족 사태 쉽게 끝나지 않을 것”
증산 조건인 수요 변동 예측, 반도체 전문인력난, 세계경제상황이 걸림돌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최근의 국제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엇 때문에 칩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단적으로 말해 2022년부터 칩 공급이 개선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PC, 스마트폰, 가전제품 판매 둔화에 따른 것이었다. JP 모건에 따르면 대만의 생산업체들(TSMC 등) 은 수요 둔화에 따른 생산 여력 중 일부를 자동차나 최종 소비 시장으로 돌렸다.
그러나 자동차 제조업체는 점점 더 높은 컴퓨팅 성능을 갖춘 칩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업계가 PC 및 스마트폰에 사용되었던 칩보다는 성능이 크게 향상된 칩을 요구하는 다른 전기 및 자율 차량으로 전환함에 따라 더욱 그런 현상이 심화되었다.
자동차 업계, 갈수록 고성능 요구도 걸림돌
또 다른 문제는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이다. 이는 지속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부르는 원인이기도 하다. 세계 반도체협회(SIA)는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 대한 칩 판매에 대한 새로운 통제를 촉진하는 원인”이라고 최근 공개한 업계 현황 보고서에서 언급했다.
SIA에 따르면, 또 당장 (반도체) 인력을 늘리고, 인재 부족을 억제하기 위해 국가의 고숙련 이민 및 STEM 교육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미국으로선 반도체 인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 또한 당장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SIA는 “더욱이 글로벌 칩 부족 현상이 완화되는 시기엔 거시경제적 침체와 경기 사이클이 일환으로 단적인 매출 감소가 발생한 것도 생산량 증가의 걸림돌이 되었는데, 2023년 내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전망했다.
“공급량 늘릴 경우 수요가 얼마나 받쳐줄 것인가”
문제는 그처럼 공급량을 크게 늘릴 만큼, 수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포천’ 지는 최근 기사에서 “칩 제조업체가 신속하게 해결할 수 없는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가 문제”라며 “(무조건) 생산 규모를 늘리기보단, 칩 생산 공정을 조절할 수 밖에 없어 또 다른 칩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만약 운좋게도 이처럼 서로 상충되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로 움직이며, 그 괴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반도체 수요는 예측할 수 없다는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정설이다. AI, 전기 및 자율주행차, 사물 인터넷, 5G 및 6G가 미래 칩 수요를 주도할 것은 분명해보인다.
‘포춘’지는 “그러나 수요 증가의 정확한 성격, 속도 및 규모는 아직 정확히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숙련된 엔지니어 부족도 큰 문제다. 이는 주요 반도체 생산국들이 공통으로 처한 숙제이기도 하다.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더라도, 숙련된 엔지니어가 부족하면 공장이 제대로 가동될 수가 없다. 앞서 SIA의 새로운 데이터에 따르면 업계는 2030년까지 11만5천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중 6만7,000개의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본다.
“인재 부족은 기술 산업 생태계 전반의 문제”
기술매체 ‘테크리퍼블릭’은 “숙련된 설계자와 기타 반도체 전문가의 공급을 확대하려면 수년 또는 수십 년에 걸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반도체 전문가인 토론토 대학의 토니 찬 카루선 교수의 전망을 인용했다.
찬 카루선 교수는 ‘테크리퍼블릭’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인재난은 반도체 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체 기술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반도체 부문에 종사하는 기업의 경우, 무엇보다 강력한 인재 파이프라인을 만들 수 있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소프트웨어와 달리 칩 기술은 쉽게 눈에 띄지 않거나, 조작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인재양성이) 어려운 점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로 인해 하드웨어 및 반도체 분야에서 경력을 쌓기 위해 젊은 기술 전문가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분야는) 기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하위 산업 중 하나로 빠르게 진행되고 끊임없이 발전하며, 사람들이 소프트웨어 분야의 경력보다 변동성이 훨씬 적은” 반도체 분야의 경력을 고려할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했다.
미국 ․ 유럽, 반도체 자립 위한 ‘칩스법’ 강행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SIA는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연구 및 생산을 늘리기 위한 계획과 정책이 수립되면서 반도체 산업의 장기적인 전망이 여전히 밝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반도체 연구 및 개발을 위한 글로벌 정책이 활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SIA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 칩스(CHIPS)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 법안은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효력이 발휘되었다”고 한다. CHIPS 법은 반도체 연구 투자와 제조에 필요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미국의 경제, 국가 안보 및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 의해 제정되었다.
또 2,800억 달러라는 “자금을 투자, 향후 미국이 지금과 같은 반도체 공급망 혼란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SIA는 “(칩스법 이후) 지난해부터 전 세계 기업들이 미국에서 총 2000억 달러가 넘는 민간 투자에 달하는 수십 개의 새로운 반도체 생태계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이러한 프로젝트는 반도체 생태계에 수만 개의 직접적인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며,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수십만 개의 연관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TSMC․인텔 등, 미국 등지에 신규 공장 건설 박차
이에 질세라 EU도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EU가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를 생산한다는 목표로 EU판 ‘칩스법’을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인텔과 ‘STMicroelectronics’를 포함한 칩 제조사들은 유럽 현지에 새로운 공장을 짓기로 이미 발표했다. 인텔은 “칩 제조 및 파운드리 사업부를 독립 기업으로 만들지만 여전히 기업 산하로 남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래서 기존의 공급업체들과 경쟁할 것이란 뜻이다.
현지의 반도체 시장 분석가인 잭 골드는 링크드인 게시물에서 “이러한 변화로 올해 3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도 인텔의 순익에 비한 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인텔은 공식적으로 “이번 조치로 2025년 말까지 80억~100억 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급난 완화 위한 글로벌 ‘반도체 마켓플레이스’도 등장
지난 9월 말, 엔지니어, 설계자,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를 위한 반도체 칩 검색 플랫폼인 ‘파츠스택 마켓플레이스(Partstack Marketplace)’가 출시된 것도 눈여겨볼 일이다.
파츠츠택의 제조업체이자 반도체 및 전자 솔루션 제공업체인 ‘파츠스택 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전 세계 반도체 구매자와 판매자를 한자리에 마켓플레이스에 모을 예정이다. 그래서 2,500개 이상의 분야별 제조업체나 기업들이 수백만 개의 반도체 부품을 신속하게 찾고, 구매하거나,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츠스택’은 ‘데이터시트, 칩 테스트 모범 사례 가이드’나, 위조 부품 식별 가이드북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글로벌 공급업체의 부품 가격이나, 데이터 카탈로그를 제공한다”고 했다.
전문가들 “그럼에도 글로벌 공급난, 쉽게 안 끝날 듯”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봐도, 칩 부족 현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당장은 예측하기 어렵다. 시장 성장 가능성, 인재 가용성, 글로벌 경쟁 판도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 때문에 칩 부족 사태가 실제로 언제 끝날지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는 “최첨단과는 거리가 먼, 비교적 작은 실리콘 웨이퍼에서 프로세스를 실행하는 오래된 칩 공장 및 파운드리에 이르기까지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기 는 했다. 그래서 “2022년 말까지 40개 이상의 기업이 월 75만 장 이상의 웨이퍼 생산 능력을 늘린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가트너는 올해 전세계 반도체 매출이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영 컨설팅 회사인 ‘Bain & Co’도 ‘테크리퍼블릭’을 통해 “세계 경제상황, 지정학적 긴장도, 첨단 칩 제조 장비 부족 등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몇 가지 와일드 카드가 있다”고 전망했다.
인텔, TSMC,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그리고 세계 최대 메모리 칩 제조업체인 삼성 등은 모두 미국에 팹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칩 부족 현상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 등의) 칩 생산 증가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