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 스마트폰 보급 활발, 청소년층 중심으로 점차 확대
블루투스 방식과 홈페이지 기반 유료 판매, 사용자도 날로 증가
북한당국 통제, 기자재․기술 부족으로 한계, “외국게임 복제 만연”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북한도 제한적이긴 하지만, 최근 다중 사용자 참여형의 게임이 점차 보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북한은 체제 안정과 통제를 위해 국제적으로 널리 보급된 다수 사용자 게임을 금지해왔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이 많이 보급되면서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블루투스 방식과 홈페이지 기반의 다중사용자 참여형 게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KDB미래전략연구소 개발금융연구센터는 NK경제, RFA코리아, 데일리NK 등 북한 관련 매체들과 언론 보도 등을 바탕으로 북한의 스마트폰 게임 실태를 분석해 주목된다. 이는 북한 소식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근거로 한 것이어서, 신뢰할 만한 내용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에 따르면 그 동안 북한 당국은 온라인을 통한 다중사용자 참여형 게임 제작을 철저하게 통제해왔다. 심지어는 게임 이외에도 온라인 게시판, 채팅, 메신저 등 불특정 다수가 정보를 교환하고, 뜻을 모을 소지가 있는 소셜 미디어 일체를 금지해왔다.
2018년부터 다중사용자 참여 게임 등장
그러나 지난 2018년경부터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는 얘기다. RFA코리아 등에 의하면 ‘근거리 블루투스 접속방식’을 통한 다중사용자 참여 게임이 그 무렵 처음으로 등장했다. 즉, ‘2인 대전’이 가능한 스포츠게임인 ‘배드민턴 강자대회’나, ‘4인 대전’이 가능한 퍼즐게임 ‘수학여행’ 등이 그런 사례다.
특히 2022년에는 북한의 ‘대영신삼온합작회사’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임진조국전쟁’, ‘농구강자전’, ‘국제축구연맹전’ 등과 같은 네트워크 게임 방식을 홍보하고 나섰다.
이에 대핸 KDB연구소의 김민관 연구원은 “주민들에게 스마트폰·태블릿 PC가 날로 확대되고,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계층이 증가하면서 스트폰 게임은 확대될 전망”이라면서도 “그러나 기술력이나 설비가 미비하고, 저작권 의식이 부족하며, 온라인 게임에 대한 당국의 제한 등으로 자체개발 게임의 질적 발전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대북제재 등으로 게임 제작에 필요한 기자재나 최신 기술 도입이 어렵고, 제작비 절감을 위해 기존 외국 게임을 복제·개조하는 경향이 만연되어 있어 독창성을 가진 게임 제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양한 게임 개발, 복제업체들도 등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선 최근 다양한 게임 개발업체들이 게임을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리케이션 유통 전문인 정보기술교류소나 북한판 앱스토어인 ‘나의 길동무’가 이를 오프라인으로 게임을 판매하고 있으며, 개발업체 스스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유료로 보급하고 있다.
KDB연구소와 북한 전문매체 등은 그 구체적 사례로 대영정보기술교류소, 평양인공지능연구소, 모란봉다매체제작소, 삼흥정보기술교류소, 대동강새기술개발소, 조선선봉회사 등 다수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을 적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 업체나 기관들은 자체적으로 스마트폰용 게임을 제작, 보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에서도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유료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다, 기존의 해외 게임을 쉽게 복제, 개발할 수 있다는 점도 이런 추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북한판 ‘앱스토어’ 통한 스마트폰 게임 인기
김 연구원은 “2014년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제작한 상식 관련 애플리케이션 ‘힘’은 북한내 매출이 200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게임이 돈벌이가 되는 사업 아이템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구체적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주민들 역시 스마트폰 판매·관리를 담당하는 손전화봉사소, 게임을 유통하는 전자오락봉사소나 정보기술교류소를 직접 방문, 돈을 지불하고 스마트폰·태블릿 PC에 게임을 설치하기도 한다.
특히 데일리NK는 지난해 ‘스마트폰 게임에 푹 빠진 北 주민들’이란 제하의 보도를 통해 이같은 실태를 자세히 묘사하기도 했다. 즉 “낚시 게임의 경우 게임 본체 7달러, 낚시용 고기 추가시 종류당 1달러 등 DLC(Download Contents) 방식의 과금체계도 구축되어있다”는 내용이다.
또한 북한판 앱스토어인 ‘나의 길동무’를 활용하여 등록된 게임을 체험하고, 마음에 드는 게임이 있을 경우 정보기술교류소 등을 방문하여 원하는 게임을 설치하기도 한다. 2019년에 출시한 ‘나의 길동무 4.3’은 인트라넷인 ‘광명망’을 통해 게임을 직접 다운로드하고 구입비용을 전자결제 카드로 지불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이 밖에 대영정보기술교류소의 경우 자체 홈페이지인 ‘대영’을 통해 게임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 사용자들의 사용 금액에 따라 일부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추가점수(포인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전문가들 “지속적인 발전은 불가” 지적
그러나 적어도 지금의 여건에선 북한의 게임산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김 연구원은 “북한 당국은 여전히 MMORPG, AOS, FPS 등 불특정 다수의 참가자가 온라인을 통해 대전하는 방식의 게임엔 극도로 민감한 태도를 보이며, 이를 금지하고 있다.”면서 “국경을 초월한 게임산업의 특성을 외면한 것이어서, 북한의 스마트폰 게임을 개발하는데 결정적인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