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화웨이 5G ‘메이트 60 프로’ 출시로 가장 큰 타격
중국 내 ‘애국 소비’ 열풍…‘애플 이벤트 2023’ 통한 중국 시장 전략 차질
중국 당국 ‘공공분야에 대한 사실상의 ’아이폰 사용금지’ 조치도 치명적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이번 ‘화웨이 사태’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 것은 애플이다. 지난 12일 모처럼의 연례 판촉행사인 ‘애플 이벤트 2023’에서 아이폰15 등을 내세워 거대 중국시장을 공략하려했던 애플의 전략은 화웨이의 느닷없는 ‘메이트 60 프로’ 출시로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물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도 화웨이의 7nm로 적잖은 충격을 받긴 했지만, 자사의 매출 5분의1을 중국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애플에 비할 바가 아니다. 특히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 출시 직후부터 중국 내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애국 소비’ 열풍은 애플에게 큰 악재가 아닐 수 없게 되었다.
아이폰15 등 출시 불구, 애플 주가 폭락
더욱이 중국 당국이 정부기관이나 국영 기업 직원의 아이폰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려는 움직임도 애플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이로 인해 애플은 화웨이 출시 직후 이틀 동안 약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시장 가치를 날린 하락세를 보인 후 지난 주 금요일에 겨우 1% 상승했다.
JP모건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애플의 주가는 아이폰 15의 향방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지만,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은 편이다.
앞서 중국은 중앙정부 기관 관리들에게 애플 아이폰 등 해외 브랜드 기기를 업무용으로 사용하거나 사무실에 가져오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WSJ는 “최근 몇 주 동안 상사가 직원들에게 명령을 내렸으며 명령이 얼마나 널리 배포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면서 “이번 금지령은 다음 주 애플 행사(애플 이벤트 2023)를 앞두고 나온 것으로, 미중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들 사이에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WSJ 보도에 의하면 애플 외에 다른 휴대폰 제조업체는 언급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 10년 넘게 중국은 은행 등 국영 산하 기업들에게 자국 소프트웨어로 전환하고 국내 칩 제조를 촉진하는 등 해외 기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중국은 2020년 데이터 보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해외 시장과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소위 ‘이중 순환’ 성장 모델을 제안하면서 이런 노력을 더욱 강화했다.
지난 5월, 중국은 대규모 국영기업(SOE)이 기술 자립을 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을 촉구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이 동맹국들과 협력하여 칩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필수 장비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고, 보잉(BA.N)과 칩 회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U)를 포함한 유명 미국 기업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면서 한층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었다.
5600만 공공종사자 ‘사용금지’도 큰 타격
그런 가운데 이번 ‘화웨이 사태’로 세계 최대의 시장 가치를 지닌 상장 기업인 애플은 중국에서의 사업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징후가 날로 커졌다.
특히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의 아이폰 사용 금지 조치가 국영 기업과 기타 정부 지원 기관에도 확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총 인구가 14억 명이 넘는 국가 주도 경제의 중국에서 약 5,630만 명의 도시 근로자가 '국유 단위'에 고용된 점을 보면, 이는 애플에게 큰 타격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애플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2억 3천만 대의 아이폰을 출하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5,600만 대가 그 잠재 구매자 풀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애플로선 충격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화웨이는 애플이 아이폰 라인업을 공개하기 직전, 미국이 고급 스마트폰에 필요한 고급 칩 수출을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5G와 유사한 속도를 제공하는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화웨이가 출시한 ‘메이트 60 프로’는 몇 시간 만에 매진되었으며 이미 이월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이에 애플의 주가는 그로부터 이틀 동안 거의 7%나 하락해 회사의 시장 가치가 약 1,940억 달러로 내려앉았다. 더욱이 중국의 한 도시에서만 애플 제품을 생산하거나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10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실직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는 처지다.
‘메이트 60 프로’ 몇시간만에 매진, 예약 폭주
이같은 상황은 지난 12개월 동안 이 회사 총 수익의 19%를 차지하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시장인 중국에서 애플이 직면한 유사 이래 가장 최근의 도전일 수도 있다.
앞서 애플의 중화권 부문 매출은 가장 최근 회계 연도 동안 이 회사 전체의 세전 영업이익보다 12% 더 높은 실적을 보였다. 물론 ‘코로나19’ 규제와 사회적 불안으로 인해 중국 내 아이폰 프로 모델 생산이 위축돼 주요 판매 기간 동안 출하가 지연되기도 했다. 이에 애플은 현재 인도와 베트남 등지에 제조시설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애플의 가장 큰 제조 기지다. 아이폰은 여전히 애플의 최대 사업으로 매출의 52%를 차지한다. 그렇다보니 미국과 중국 간의 경제 전쟁에서 애플은 상대적으로 쉬운 표적이 되고 있다.
그러나 ‘뉴욕타임즈’는 “애플에 돌을 던지는 것은 기술 연못 전체에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한다”면서 “이 회사는 세계 최대의 디바이스용 칩 구매자 중 하나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두 곳에 주요 제조 시설을 갖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 제조업체들도 각각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 일부 관공서에서 아이폰 사용을 금지하면서, 반대로 ‘메이트 60 프로’는 중국 소비자들에 사이에서 선풍을 일으켰다.
애플은 중국 내 아이폰 제조업체를 통해 대중 칩 공급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고급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다. 반면에 화웨이는 훨씬 더 빠른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5G 휴대폰을 만들려는 계획을 일찍이 포기했다.
화웨이, 포기했던 5G휴대폰 개발 성공
그러나 이제 국면이 달라졌다. 화웨이는 5G와 유사한 속도와 기능을 갖춘 새로운 휴대폰을 출시하며 애플에 맞서고 있다. 사전 판매 가격이 960달러인 ‘Mate 60 Pro’의 초기 제품은 몇 시간 만에 매진되어 중국 소셜 미디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주문이 늦은 구매자들은 나중에 배송을 받기 위해 앞다퉈 예약했다. 로이터통신은 “이같은 ‘메이트 60 프로’에 대한 열광적 반응은 화웨이가 애플에게 빼앗긴 중국인 소비자들을 되찾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전망했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은 새로운 화웨이 휴대폰으로 인해 애플이 2024년에 아이폰 출하량 1천만 대를 ‘잃을 수 있다’고까지 전망한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대부분의 제품을 중국에서 조립하기 때문에 특히 취약할 수 밖에 없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무역과 기술을 두고 미중 양국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가운데 자신의 회사가 ‘함정’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수 년 간 곡예운전을 해온 바 있다.
한편 화웨이는 자사의 새 기기를 5G 휴대폰이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중국 소비자와 국내 테스트 기관에 따르면 최대 다운로드 속도는 초당 500~800메가비트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속도를 통해 소비자는 1분 이내에 고화질 영화를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4G 네트워크의 초당 약 300MB의 속도 제한을 훨씬 능가한다.
화웨이는 또 “‘메이트 60 프로’는 또한 메시징만 지원하는 애플과는 달리, 전통적인 모바일 서비스 범위가 아닌 지역에서도 사용자가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위성 통신과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능은 통화에 대해서도 지원된다. 제품 박스에는 기존 휴대폰 제품에 사용됐던 ‘디지털 모바일 기기’ 대신 ‘위성 이동 단말기’라고 적혀 있다.
애플, 세계 최대시장 중국서 큰 타격 우려
캐나다 시장 분석기관인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분기에 처음으로 미국과 북미 지역 전체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아이폰 시장이 되었다. 애플의 존립에 영향을 줄만한 거대 시장인 셈이다. 테크인사이츠의 추정에 따르면 중국 본토는 해당 기간에만 전체 아이폰 출하량의 24%를 차지했으며, 그 뒤를 이어 미국이 21%를 차지했다.
애플은 공식적으로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을 밝히지 않고 있다. CEO인 팀 쿡은 지난달 투자자들과의 통화에서 그저 “중국 소비자들이 경쟁 스마트폰들과의 경쟁에서 아이폰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적 성과’”임을 강조하고 있다.
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아이폰은 지난 2분기 중국 내 600달러 이상 스마트폰 시장에서 65%의 점유율을 차지했고, 화웨이는 18%를 차지했다. 미국 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인 2020년 상반기 화웨이의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이 애플과 거의 비슷했던 점에 비교하면, 오히려 애플의 영향력이 크게 확장된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화웨이의 5G 스마트폰 출시와, 중국 당국의 아이폰 사용 금지는 애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이폰 조립업체인 폭스콘의 한 임원은 “영향이 분명 크겠지만,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 중국 내 수백만 명의 사용자들은 유튜브에서 유포되고 있는 화웨이의 새로운 제품에 대한 비디오를 시청하며, 37만 이상의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 지난 주 토요일 중국 선천 중심부의 화웨이 매장엔 긴 줄이 늘어섰고, 몰려든 소비자들은 ‘메이트 60 프로’의 기능과 성능을 확인하고 테스트하느라 북새통을 이뤘다.
그 중 아이폰12 사용자인 한 사람은 ‘메이트60 프로’ 예약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면서, “국산 제품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고 싶다. 화웨이 스마트폰의 높은 가성비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현장을 취재한 로이터통신에 소감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