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中 자체 기술개발 아닌, 묵은 재고 장비․기술 재활용”
‘대중 기술 제재 실패’ 해석은 과장, “다만 스마트폰 시장에 적잖은 영향”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이번 ‘화웨이’ 충격은 미국의 대중 제재가 더 이상 중국의 자체 기술 개발을 막을 수 없는게 아니냐는 회의론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중국 내부에서도 그런 자신감이 엿보인다. 중국의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는 사설에서 “화웨이의 의도와 상관없이 ‘메이트 60’ 프로의 출시는 많은 중국 네티즌들에게 ‘미국의 압력에 맞서 일어섰다’는 더 깊은 의미로 각인됐다”고 자신했다.
더욱이 ‘메이트 60’ 프로는 지난 일주일 내내 미국과 중국 관리들이 만나, 새로운 협력과 의사소통에 뜻을 모은 여러 성명을 발표한 기간에 공개되어 그야말로 의미가 새롭게 ‘각인’된 셈이다.
앞서 미․중 양국 관리들의 만남에서 중국에 미국에게 대중 칩 수출 제한을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미국측은 이를 거부했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 해커들에게 ‘공공의 적 1호’로 지목되고 있는 미 레이몬도 상무장관은 기자들에게 자신이 “(중국과의) 회의에서 기술 통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고 새삼 단호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방중 미 상무, 대중 기술제재 재확인 속 ‘화웨이 출시’
레이모도 장관은 방중 기간에 리창(Li Qiang) 중국 총리와도 직접 만났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그보다 일주일 전 리 총리는 중국 남부를 방문하는 동안 화웨이를 방문하고, 회사 창립자인 런정페이(Ren Zhengfei)를 만나기도 했다.
그런 직후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 스마트폰이 출시된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다소 성급한 전망을 내리기도 한다, 즉 “(메이트60 프로 출시를 계기로) 라이몬도 장관 등 미국 정부가 중국 관리들과 우호 관계를 구축(대중 제재를 완환)하려고 노력할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중국이 미국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입장을 취할 것인지가 판명날 것”이란 전망이 그것이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0월 제시한 대중 수출 및 기술 제한 사항의 최종 버전을 거의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개정된 규칙은 몇 주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또 다른 분석가들은 화웨이의 휴대폰 개발에 대해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즉, “반드시 중국의 기술력이 크게 향상되거나, 미국 수출 통제가 완전히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근거로 이들은 중국이 나름의 ‘꼼수’나 빈약한 틈새전략을 통해 ‘메이트 60’ 프로를 개발할 수 있었음을 들었다.
이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더 이상 최첨단 반도체 제조 기계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더 강력한 칩을 만들기 위해 (이미 한물간) 오래된 기계를 활용하는 등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제조를 위한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걸리고, 결함이 있는 칩의 비율이 높아 생산 규모가 제한될 수 밖에 없다.
“한물간 장비․기계 활용, 결함 많고 생산 규모 제한” 지적도
컨설팅 회사인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Albright Stonebridge Group)의 중국 및 기술 정책 담당 책임자는 “이것(메이트 60 프로)이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대규모로 제조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단지 미국의 통제때문에 중국 기업이 기존 역량을 활용해 혁신하기 위한 새로운 궁여지책을 시도하도록 유도한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밝혔다.
그는 “다만 중국 반도체 산업이 미국 기술을 포함하지 않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일부를 근본적으로 재창조하려는, 지난 10년 이상의 투쟁 끝에 나온 ‘첫 번째 주요 일제사격’”이라고 표현했다.
전 미국 상무부 관리였던 나자크 니카크타는 이번 화웨이 사건을 “미국의 오랜 정책의 결과”라고 했다. 즉 상무부가 부여한 기업들에게 첨단 기술을 계속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 라이선스 제도 덕분이란 얘기다. 즉, 화웨이나 SMIC 등도 그 제도의 대상 기업이란 점에서 ‘정책의 틈새’를 노린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2022년 1월 3일부터 3월 31일까지 법인 목록에 있는 기업들에게 230억 달러 규모의 기술과 제품 판매 라이센스를 승인하기도 했다.
이에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 출시 직후엔 중국에 대한 모든 라이센스와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새삼 일고 있다. 실제로 미 의회 중국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공화당 소속 마이크 갤러거 의원은 성명을 통해 “화웨이와 SMIC에 대한 모든 미국 기술 수출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는 퀄컴, 인텔 등 미국 칩 제조사들이 대중 수출 허가를 받은 상태여서 주목된다.
“대중 수출․라이센스도 전면 중단” 목소리 높아져
이번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 출시는 그 기술력이나 품질과는 별개로, 국제 스마트폰 시장에서 특히 애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며, 경쟁이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더욱이 중국 정부와 국영 기업 직원들에 대한 아이폰 사용 금지를 확대하려는 중국 당국의 조치로 인한 후속 효과도 주목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그전에도 중국 당국의 이런저런 (애플에 대한) 규제가 소비자 행동에 크게 해를 끼치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도 (애플의) 실질적인 매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화웨이의 출시 소식이 전해진 날로부터 연 이틀 간 애플 주가는 무려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시장 가치를 날리며 하락세를 보이다가, 사흘 째 간신히 1% 상승했다.
그런 가운데 JPMorgan은 “중국 리스크가 증가함에 따라 애플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들도 “중국과 화웨이 ‘메이트 60’ 출시는 분명 애플의 주가에도 장기적인 리스크를 안겨줄 요인”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화웨이 사태’는 그야말로 그 어떤 기업보다 애플에게 가장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