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입법화 앞둔 EU ‘인공지능법’, “사실상 美 기업 견제용”
미국보다 뒤처진 유럽 각국 AI기술 촉진, 따라잡기 위한 포석
‘파운데이션 모델’ 적시 등 법 조항 대부분이 美 빅테크 규제 내용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유럽연합(EU)의 인공지능법은 사실상 미국 기업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6월 EU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유럽 인공지능법은 이제 규제법 도입을 위한 최종적인 3자 협상만을 남겨두고 있는 단계다

앞으로 이 법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오픈AI, MS, 구글 등 미국의 생성AI 관련 빅테크들은 유럽에서이 활동과 영업이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최근 EU의회의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EU 인공지능법은 무엇보다 미국의 글로벌 ICT기업을 규제하려는 목적이 뚜렷이 드러났다. 특히 그런 의도를 내비치는 것은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즉, EU는 인공지능법 내에 파운데이션 모델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 즉 “ 광범위한 데이터에 대해 규모에 맞게 훈련되고, 출력의 일반성을 위해 설계되었으며 광범위한 특정 과업에 맞게 조정될 수 있는 AI 모델”이라고 별도의 규정을 적시했다.

이는 언뜻 기술적 정의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파운데이션 모델을 적시, 이를 통해 인공지능 모델에 대한 관리를 광범위하게 적용하려는 것이다. 그 결과 (주로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거액의 벌금이나 영업정지 등 강도 높은 패널티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美 겨냥한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인 소셜미디어’

또한, 고위험 인공지능에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으로 지정된 소셜 미디어의 추천 시스템” 등을 추가한 것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인 소셜미디어는 곧 메타, ‘X’ 등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송은지 인터넷진흥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렇게 따지면 현재 활용되고 있는 (미국에서 개발된) 생성 AI 모델들은 투명성 등의 항목에서 모두 유럽 인공지능법에 저촉될 수 밖에 없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특히 “인공지능법이 발효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도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U는 또 ‘낮은 위험의 AI’조차 앞서 ‘파운데이션 모델’을 통한 규제를 할 뿐 아니라, ‘제공자(providers)의 의무’를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 역시 미국의 빅테크들을 ‘제공자’로 규정하면서, 이들에 대한 규제를 명시한 것으로 보인다.

위배할 경우 거액의 벌금 등 강력한 패널티

이에 따르면 제공자들은 우선 건강ㆍ안전ㆍ기본권ㆍ환경ㆍ민주주의ㆍ법치주의에 대한 리스크 식별과 (리스크의) 완화를 먼저 입증해야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데이터 거버넌스 조치, 라이프사이클 동안에 모델 성능이나, 예측 가능성, 해석 가능성, 안전성, 사이버보안 등을 필히 마련해야 한다.

만약 이를 위배할 경우 최대 1천만유로 과태료를 물거나, 기업의 경우는 연간 매출액의 최대 2%를 물어야 한다.

또 에너지 효율성 및 시스템 효율성 제고를 위한 표준을 준수할 것과, 다운스트림 제공자를 위해 광범위한 기술 문서나 지침을 작성해야 한다. 이 밖에 품질관리 시스템 마련, 유럽연합 DB에 모델 등록, 출시 후 10년간 기술문서 보유, 생성AI의 경우 투명성 의무 준수, 위법 콘텐츠 생성 방지, 학습 데이터 공개 등을 준수해야 한다. 이를 위배하면 역시 거액의 벌금을 물 수 있다.

이처럼 미국 기업들을 사실상 견제 내지 규제하는 반면에 EU 내의 기업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려는 의도가 강하게 배어있다. 즉 규제 샌드박스 구축 의무를 두고, 혁신적인 인공지능 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그래서 유럽의 인공지능법은 또 다른 의미에선 미국에 뒤처진 AI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려는 의도가 강하다. 해당 법률이 정식으로 발효되면, 장차 미국과 EU 간의 AI 기술 전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그 때문에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