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권역 ‘디지털서비스법’, 글로벌 거대 기술기업 다수 규제
유해 콘텐츠, 혐오․허위정보, 범죄 유발, 사생활 침해 등 단속
페북․X․틱톡 등 글로벌 소셜미디어, 전자상거래 기업 등 대상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글로벌 빅 테크들을 겨냥한 세계 최초의 강력한 규제 제도인 EU의 ‘디지털 서비스법’(DSA)가 25일 공식적으로 발효된다. EU 27개국이 합의한 가운데 제정, 시행되는 것이다. 이에 구글, 페이스북, 틱톡, 그리고 아마존, 알리바바 등 세계적인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DSA는 온라인에서 사용자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대량학살이나 거식증을 조장하는 것과 같은 불법적이고 유해한 콘텐츠의 확산을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철저히 방지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또한 EU 주민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언론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장지배력 큰 대부분 디지털 기업들 포함
사실상 세계 최초이자, EU의 ‘디지털기본법’ 격인 DSA가 오늘부터 발효되면 글로벌 기업들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글로벌 기업은 19곳 가량이다. 또 페이스북, 틱톡, X(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핀터레스트, 스냅챗 등 8개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포함돼 있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는 아마존, ‘Booking.com’, 중국 알리바바 알리익스프레스, 독일 잘란도 등 5곳이다. 모바일 앱스토어인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도 그 대상이며, 구글의 검색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검색엔진도 해당된다.
이 밖에도 준 독점적이거나, 시장 지배력이 큰 다수의 온라인 기업들도 이 법의 규제 대상이 된다. EU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4,5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가진 기업들은 모두 DSA의 최고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된다.
그러나 그런 기준에 미달하는 이베이,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심지어 포르노 허브와 같은 플랫폼들이 규제 목록에서 누락되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규제 목록은 아직 확정적이지 않으며, 다른 플랫폼이 나중에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인들에게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사업은 결국 DSA를 준수해야 할 것”이라는게 ‘월스트리트 저널’의 전망이다.
다만 이런 기업들을 포함한 글로벌 플랫폼들에 대한 정확한 분류와 적용은 앞으로 6개월 정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메타 플랫폼은 DSA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X’에 대한 경쟁작으로 출시한 스레즈의 EU 진출을 보류하기도 했다.
DSA 적용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DSA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디지털 서비스 플랫폼들은 EU권역 내에서 불법 온라인 콘텐츠와 검증되지 않은 서비스나 제품들을 게시하거나 홍보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아마존은 불법으로 의심되는 제품을 신고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개설하고 제3자 가맹점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틱톡도 사용자가 불법이라고 믿는 광고를 포함한 콘텐츠에 대해 ‘추가 신고 옵션’을 부여했다. 즉, 혐오 발언과 괴롭힘, 자살과 자해, 잘못된 정보나 사기 등의 우려나 혐의가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 철거하는 것이다.
중국에 있는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새로운 전담 팀’이 플래그가 지정된 콘텐츠가 DSA를 위반하는지 또는 불법인지 여부를 결정하고 삭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은 “자료를 게시한 사람과, 플래그를 단 사람에게 철거 이유를 설명하고, 이런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 동안 틱톡에는 이전에 본 것을 기반으로 동영상을 추천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는 사용자들을 점점 더 극단적인 게시물로 이끄는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만약 이처럼 ‘개인화된 추천’ 시스템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적용, 관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DSA는 또 어린이를 포함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광고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스냅챗은 광고주들이 EU의 십대들을 위한 개인화 및 최적화 도구를 사용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18세 이상의 영국 스냅챗 사용자들은 왜 특정 광고가 표시되는지에 대한 ‘세부 정보와 통찰’을 포함, 광고에 대한 더 많은 투명성과 통제력을 얻을 것이란 설명이다.
물론 이번 DSA 발효에 앞서 일부 기업들의 반발도 없지 않다. 독일 온라인 패션 유통업체 ‘잘란도’는 DSA의 최대 온라인 플랫폼 목록에 자사가 포함된 것에 대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법적 이의를 제기했다.
잘란도는 옷, 가방, 신발 컬렉션 등에 대한 웹사이트 콘텐츠 플래그 시스템 중 불법적인 요소가 나타날 위험이 거의 없음에도 이런 대우를 받고 있다는 불만이다.
아마존 역시 잘란도와 같은 이유로 “규제가 부당하다”면서 유럽 최고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DSA 위반? 수십억 달러 벌금 또는 EU서 퇴출도
DSA를 위반하면 해당 기업들에겐 때론 수십억 달러에 달할 만큼,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하거나, 심지어 EU 권역 내 활동을 금지할 수도 있다. 혐오 연설을 홍보하는 특정 비디오를 삭제하지 않는 등의 위반 행위에 대해선 벌금 등 제재가 가해진다.
대신 DSA는 기술 회사들이 알고리즘 기반 추천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끼칠 수 있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올바른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그들은 EU의 집행 부서이자 최고 디지털 집행 기관인 유럽 위원회가 그들의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후드 아래를 살펴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의 샐리 브로튼 미코바 부교수는 "유럽연합 관계자들은 왕따와 불법 콘텐츠 유포와 같은 사용자 행동에 대해 한편으로는 우려하고 있지만, 플랫폼이 작동하는 방식과 부정적인 영향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U의 싱크탱크인 ‘유럽 규제 센터’의 책임자인 브로튼 미코바는 “플랫폼이 허위 정보와 같은 유해한 자료를 사용자에게 프로파일링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디지털 광고 시스템이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밝혔다.
그런 디지털 광고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는 테러리스트의 콘텐츠를 즉시 전파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라이브 스트리밍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DSA, 국제적 관심 속, 세계 각국으로 확산될 듯”
요약하면, 모든 글로벌 플랫폼은 잠재적인 시스템 위험을 식별하고 평가해야 하며 이를 줄이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지 여부를 평가받아야 한다. 이러한 평가는 8월 말까지이며 개별적으로 EU 당국의 감사를 받는다.
DSA는 그 자체만으로도 국제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직 세부적인 과정이 어떻게 작동할지 불명확하게 보인다는 지적도 있지만, 분명 글로벌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거대 플랫폼들의 일탈과 불법을 방지하는 주요한 장치가 될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이같은 DSA의 발효는 유럽 외의 세계 각국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DSA를 계기로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사용자 운영과 콘텐츠 관리 등에 관한 정책들이나 서비스 약관을 수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는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게 현지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