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이후 잇따른 주가 폭등, 콜옵션 시장서 ‘독보적’ 행진
생성AI 붐 타고 AI칩 호경기, “특히 ‘CUDA’ 플랫폼이 일등 공신”
단품 판매 넘어 AI, 게임시장 아우른 ‘엔비디아 생태계’ 구축이 주효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출처=엔비디아)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출처=엔비디아)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글로벌 증시에서 엔비디아(NVIDIA)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제2의 테슬라’로 비유하고 있다. 특하 뉴욕증시와 시카고 선물시장 등에서 엔비디아는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랠리’(rally, 폭등)의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들어 엔비디아만 14% 상승

이미 이 회사는 최근의 실적 발표 다음 날인 지난 5월 25일 거의 1,84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올렸고, 다른 AI관련주들이 한 달간 반등하는 데 일조했다. S&P 500은 8월에 4% 정도 후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만 유독 2023년 통털어 14%나 상승했다.

미국 옵션 거래소 기업인 ‘Cboe Global Markets’ 자료에 따르면 특히 콜옵션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보적’ 행진은 두드러진다. 22일에는 곧 공개될 엔비디아의 실적 보고를 앞두고 미리 이를 낙관한 나머지 상한가를 기록했다.

또 8월 콜옵션 계약 미상환(지속) 건수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옵션은 특정 날짜까지 투자자에게 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계약이다. 콜은 매수권을 주고 풋은 매도권을 준다.

AI칩 역대급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

그렇다면 이같은 엔비디아 열풍의 원인은 무엇일까. 몇 가지를 꼽을 수도 있지만, 역시 가장 설득력있는 것은 사상 최대의 실적이다. 그런 기록적인 실적을 가능하게 한 AI칩의 역대급 호황이 진짜 이유다.

이는 우연과 필연이 어우러져 AI시대를 정확하게 저격한 엔비디아의 남다른 기술력이기도 하다. 주요 외신이나 전문가들도 이 대목에 이의가 없다.

애초 엔비디아는 세계 최고 수준의 GPU생산 기업이다. GPU는 CPU와는 달리 병렬 다수 코어 구조를 가지고 있고, 각 코어는 수천 스레드(맥락, 추론)를 동시에 실행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 연산을 뛰어넘어 병렬적인 계산을 동시에 함으로써 그 기능과 속도, 정확성을 크게 높인 것이다.

응용 프로그램이 수행하는 작업(계산)이 이러한 병렬처리연산에 적합할 경우, GPU를 이용함으로써 커다란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본래 엔비디아 GPU는 세계 게임시장을 구동하는 핵심 요소로 군림해왔다. 이미지의 선명도를 보여주는 ‘화소’(pixel)처럼 고화질의 생동감있는 동영상을 구현하기 위한 수많은 스레드를 병렬 구동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엔비디아의 GPU는 그런 최첨단 고성능을 자랑하며, 나름의 경쟁력을 과시했다.

GPU 병렬 알고리즘 해독 ‘CUDA’가 ‘날개’ 달아줘

그러다가 엔비디아에게 ‘날개’를 달아준 계기가 생겼다. 다름 아닌 AI기술이다. 더욱이 초대형 LLM 기반의 생성AI가 발전하면서, 엔비디아의 AI칩(GPU)은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팔 지경이 됐고, 이 회사의 매출은 날로 신기록을 이어간 것이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성공은 단순한 AI칩 매출 때문만은 아니다. 엔비디아를 세계 최고의 AI칩 기업으로서 ‘반석’에 올려놓은 것은 바로 ‘CUDA(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 쿠다)’이다.

‘쿠다’는 C언어 등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GPU의 병렬 처리 알고리즘을 어렵잖게 작성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특히 AI개발자들로선 수만 코어에 해당하는 GPU 알고리즘을 일거에 작성하게 해주는 ‘쿠다’야말로 기적과도 같은 존재다.

‘쿠다’는 현재 G8X GPU로 구성된 지포스 8 시리즈급 이상에서 동작한다. 다만 이 아키텍처를 사용하려면 엔비디아 GPU와 특별한 스트림 처리 드라이버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쿠다’만의 플랫폼을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쿠다’ 플랫폼은 컴퓨터 커널의 실행을 위해 GPU의 가상 명령 집합과 병렬 연산 요소들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계층으로 인기가 높다. 바로 이 점이 엔비디아가 ‘난공불락’의 기술 성채를 쌓을 수 있게 한 비장의 무기다.

NVIDIA L40S GPU가 탑재된 새로운 OVX 서버. (사진=엔비디아)
NVIDIA L40S GPU가 탑재된 새로운 OVX 서버. (사진=엔비디아)

텐서플로우, 파이토치도 ‘쿠다’ 생태계 일원

단순한 단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아키텍처 자체, 즉 수많은 고객 기업들의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시장 지배력을 갖춘 것이다.

대표적으로 구글의 오픈 소스 기계학습 라이브러리인 ‘텐서플로우’나, 메타의 ‘파치토치’도 모두 ‘쿠다’에 기반하고 있다.

파이토치는 ‘쿠다’ 기반의 GPU사용으로 초고속도를 실현, 선발주자인 ‘텐서플로우’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텐서플로우’ 사용자가 많지만, 비직관적인 구조와 쉽고 편리한 작업 덕분에 날로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쿠다’는 플랫폼과 함께 아예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적어도 AI개발자들이라면 ‘쿠다’ GPU 내의 병렬 계산 요소 특유의 명령어 집합과 메모리를 매우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쿠다’를 통해 최신 엔비디아 GPU를 효과적이면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생성AI와 플러그인 개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쿠다’의 존재감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쿠다’의 그런 독보적인 효율성과 탄탄한 생태계는 늘 기록적인 수익을 이 회사에 가져다주고, 주가가 고공 행진을 하게 된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 때문에 22일에도 시카고 선물 시장에선 엔비디아는 다시금 그 위력을 과시했다. 가장 활발하게 거래된 엔비디아 옵션 중 일부는 주가가 500달러에 도달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 확실시되었다. 그러나 엔비디아 관련 콜옵션이 이를 훨씬 뛰어넘는 600달러 또는 700달러로 뛰어오르는 현상도 일어났다.

애널리스트들 “엔비디다, ‘테슬라 신화’ 이어받을 것”

또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번 주 5.5% 급등했고 올해 3배 이상 뛰어 S&P 500에서 단연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우 존스 마켓 데이터를 인용, “투자자들은 이번 주말까지 약 11%의 주가 변동에 베팅하고 있고, 옵션 가격은 지난 8차례의 실적 발표 이후에 나타난 평균 상승률인 약 7%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엔비디아의 전성기를 전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약간의 부침은 있겠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게 현지 분위기다. 일부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추가 상승 국면에서 낙오될까 노심초사하고 있으며, 또 다른 투자자들은 엔비디아 주식의 실시간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같은 엔비디아의 모습은 한때 글로벌 증시를 달아오르게 한 테슬라 옵션을 연상시킨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최근 몇 년 동안 반복해서 최고 주가를 기록하면서 여전히 일부 투자자들 간에 ‘숭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은 아직도 그런 기대를 안고 테슬라 옵션을 선택하고 있다. 이번엔 엔비디아가 그런 테슬라의 신화를 이어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엔비디아의 ‘쿠다’는 그래픽뿐 아니라, 응용 프로그램과 계산 생물학, 암호학, 그리고 다른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10배 또는 그 이상의 속도로 발전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면서 “테슬라로 인해 투자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AI 붐’을 타고 있는 엔비디아 역시 하루 만에 10배의 돈을 벌 수도 있을 것”이라는 애널리스트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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