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맞짱’ 장소 콜로세움, 폼페이 등 거론에 ‘비난여론’ 비등
“천박한 억만장자들 쇼맨십에 유서깊은 로마 문화 훼손 안돼”
머스크 “伊 정부와 협의”, 야당과 언론 등 격렬 비난에 정부 ‘당혹’

로마 콜로세움. (사진=NHN 여행박사)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의 결투가 로마에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현지에선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로마 콜로세움. (사진=NHN 여행박사)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의 결투가 로마에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현지에선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농담같았던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 간의 세기의 ‘맞짱’이 실제로 성사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지구촌 차원의 ‘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그 장소로 거론된 이탈리아에선 정작 비판 여론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외신을 종합하면, 두 사람의 결투 장소는 유서깊은 로마 콜로세움이나, 나폴리 폼페이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자 이탈리아 국내에선 “천박한 부자들의 해프닝으로 신성한 로마의 전통과 문화가 훼손되어선 안 된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앞서 머스크는 이탈리아가 자신들의 ‘결투’ 장소와 스케줄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하면서 “마크 저커버그와의 계획된 케이지(사각링) 싸움은 고대 로마를 주제로 한 ‘에픽(epic, 서사적 차원) 로케이션(장소)’에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伊 정부 “자선행사?”, 그러나 비난 여론에 주춤

이에 처음엔 이탈리아 당국도 긍정적이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겐나로 산기울리아노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별도 성명을 통해 “대규모의 자선행사를 겸하면서, (로마의) 역사적인 의미를 환기시키는 행사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일론 머스크와 의논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로마에서 개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행사가 어떤 방식으로 언제 열릴지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문화부 장관의 이런 성명이 나오자, 이탈리아 정계가 발칵 뒤집혔다. 대번에 야당 정치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소셜 미디어와 빅테크의 거물들이 이탈리아에서 그들의 문제를 갖고 싸우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장관을 격렬히 비난했다.

이탈리아 국내 오피니언 리더들도 이같은 비난 여론에 합세했다. 이탈리아의 전 산업부 장관이자 야당 대표인 카를로 칼렌다는 “신성한 이탈리아 문화 유산이 ‘어리석은 10대’처럼 마음껏 즐기고 싶어하는 두 억만장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다”고 했다.

그는 “(국가의 자산 중엔) 결코 팔고사고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위대한 나라의 위엄과 역사”라고 ‘WSJ’에 밝혔다. 억만장자들이 자신들의 ‘장사’를 위해 치기어린 장난을 벌이는데 로마의 유서깊은 문화유산이 악용되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머스크, “伊 총리, 장관과 협의” 밝히기도

앞서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지난 6월부터 서로 감정싸움을 벌이며, 이종격투기(MMA) 경기를 통해 승부를 가리자며, 서로를 부추겨왔다.

머스크는 지난 주 “로마의 고대 콜로세움에서 한판 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이탈리아 당국은 이를 묵살했다. 그럼에도 종래 트위터의 상호를 ‘X’로 바꾸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머스크는 다시 그 이튿날 “이번 싸움은 고대 로마의 정신과 테마를 바탕으로 할 것”이라고 또 다시 큰 소리를 쳤다.

아예 그는 ‘X’에 올린 글을 통해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즉 “(결투를 중계할) 카메라 프레임의 모든 것은 ‘고대 로마’에 초점을 맞출 것이며, 현대적인 주제는 전혀 없다”면서 “나는 이탈리아 총리와 문화부 장관에게 이를 부탁했고, 그들도 (로마의) 서사적인 의미를 살리는데 동의했다”고 공개했다.

그의 이런 공언에 이탈리아 여론은 크게 악화되었다. “장사꾼들의 쇼맨십에 왜 신성한 로마문화가 이용되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문화부 장관 산기울리아노도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그는 머스크가 X에 들을 올린 11일 “어떤 행사도 이탈리아의 문화유산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급히 운을 뗐다.

주직수 경기장에서 심판이 메타 소유주 마크 저커버그(왼쪽)에게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욕타임즈)
주직수 경기장에서 심판이 메타 소유주 마크 저커버그(왼쪽)에게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욕타임즈)

일부 언론, “로마 아닌, 나폴리 폼페이에서 열릴 것”

그러면서 “이 행사는 로마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성명서를 통해 잘라 말했다.

다만 그는 “이 행사를 통해 모금한 수 백만 유로 상당의 금액이 어린이 질병과 싸우기 위한 시설과 과학적인 연구를 강화하는데 쓰일 것”이라며 “그 중 2곳의 중요한 이탈리아 소아과 병원에 기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우리의 역사와 고고학적, 예술적, 문화적 유산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야당과 비판 여론은 “왜, 하필 로마 문화를 배경으로 그런 천박한 싸움을 벌여야 하나”고 질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탈리아 현지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만약 싸움이 일어난다면 나폴리 근처의 폼페이에서 열릴지도 모른다”고 밝혀 또 다시 논란을 부추기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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