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통신 등 “허름한 벽돌 건물 지하, 양자에너지연구센터”
“초전도체의 획기적인 주장, 서울 지하 실험실 추적 보도”
국내외 과학계, “아직은 더 철저한 검증이 먼저” 신중한 입장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최근 국내에서 초전도체(Superconductor)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외신들도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국내 언론과 마찬가지로 주요 외신들도 한국의 초전도체 발견 소식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 취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런 가운데 서울 송파구 한 주택가에 있는 허름한 붉은 벽돌 4층짜리 건물이 새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건물의 한 지하 사무실은 바로 초전도체 기술의 돌파구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 과학계에 충격을 주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양자에너지연구센터’가 있기 때문이다.
주택가 한켠의 ‘양자에너지연구센터’
그 때문에 이 건물은 수 일 전부터 탐문을 위해 몰려드는 각종 언론매체 취재진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외신 중에서도 특히 ‘블룸버그’의 경우 한국인 현지 기자 2명이 직접 송파구의 ‘양자에너지연구센터의 등록 주소지를 확인, 그 외부 모습을 공개해 눈길을 끈다.
앞서 이 연구센터의 석배·김지훈 연구원 등 전문가들은 지난달 게재된 사전 발간 논문에서 “대기압을 가진 상온에서 무저항으로 전기를 전도할 수 있는 ‘LK-99’로 알려진 초전도체를 세계 최초로 합성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겨줬다.
이 주장은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한국과 중국에서 관련 주식이 급등하는 등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흔히 과거에도 그랬듯이, 획기적인 발견이나 주장이 나중에는 틀렸다는 것이 입증되다보니,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블룸버그’ 기자들은 자신들이 이곳 현장을 애써 탐문취재했던 과정을 소상하게 밝혀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블룸버그’ 기자들 2명이 양자에너지연구센터의 과학자들에게 접근하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답이 없었다. 심지어는 ‘블룸버그’ 기자가 센터의 잠긴 문을 두드리거나, 링크드인을 통해 연락을 취했을 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해당 센터의 주소로 배달된 탄산수 병을 포함한 물품들은 사무실 입구 밖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거나, “센터의 웹사이트 또한 닫혔고 ‘공사 중’”이라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 ‘회의적’, 과학계 ‘이례적 주장 확인 노력’
그러나 ‘블룸버그’는 이번 해당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인 버지니아 윌리엄 앤 메리 대학의 김현탁 물리학 교수를 통해 “(이번 발견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예상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김 교수는 줌(Zoom) 인터뷰에서 “새로운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품이 공개되면 신빙성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라면서 “어떤 사람들은 처음이기 때문에 비웃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믿기 시작한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 과학계도 이같은 이례적인 주장들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다.
시드니 대학의 양자물리학 교수이자 양자 감지 회사 Q-CTRL의 CEO겸 설립자인 마이클 비어쿡은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획기적인 주장이 나왔다가 나중에 틀렸다는 것이 드러난 굵직한 과학적 스캔들이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에 주장에 대한 검증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짚었다.
한국초전도 및 극저온학회도 이에 관한 성명을 내놓았다. 해당 학회는 “양자에너지연구센터에 검증 과정에 필요한 샘플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실온 초전도체 발견 주장이 국내외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검증 책임이 있는 분명한 주체가 없이 그저 동료 연구자들에 의해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초전도체 ‘LK-99’, 철저한 검증, 실험 필요”
이창구 성균관대 재료합성전문가는 “LK-99의 '레시피'가 잘 쓰여져 있지만, 빠진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검증 과정이 요리와 비슷하다”면서 “‘요리’ 자체가 나흘 정도 걸릴 수 있지만, 연구자들이 실험을 수행한 정확한 조건에 맞추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그는 또 “레시피에는 '간장 한 큰 숟가락과 당근'이라고 쓰여 있을 수 있지만 당근의 크기는 다를 수 있고 그것에 따라 음식의 맛이 달라질 수 있다.”고 비유하며 “검증을 위해선 재료와 방법을 매우 정확하게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양자에너지연구센터가 다른 과학자들에게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느냐?”는 ‘블룸버그’의 질문에 김지훈 연구원은 “‘LK-99’ 화합물의 재고나, 재현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으며, 연구원들이 그들과 접촉하려는 언론인에 온통 신경을 쓰느라 그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