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스스로 플롯 구성 악용, 러시아 “일방적 승리” 내용 조작 유포
사이버전 이어, ‘제3의 전선’ 구축, NYT 등 “게임 영향 매우 클 것” 우려
디스코드, 스펨 등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러시아 정당성 홍보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마인크래프트 게임 화면. (출처=뉴욕타임즈, 유뷰브)
마인크래프트 게임 화면. (출처=뉴욕타임즈, 유뷰브)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러-우크라전에서 맹렬한 사이버 전쟁에 이어, 비디오게임을 통한 공격적인 심리전을 러시아가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러시아는 최근 플레이어가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통해 자국의 승전을 과장하고, 상대국의 사기를 꺾는 스토리를 만들어 전세계에 유포하고 있다.

특히 ‘뉴욕타임즈’(NYT)가 장문의 기사를 통해 그 실태롤 보도, 분석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사이버전에 이어, 세계 최고의 대중적 인기를 지닌 비디오 게임을 이용하는 러시아에 대한 경계의 시각을 여과없이 노출하고 있는 셈이다.

‘뉴욕타임즈’, 우려와 경계심 노출, 심층 보도

31일 NYT의 보도 내용을 보면, 마인크래프트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들이 만든 장면에는 소비에트 휘장으로 장식된 커다란 광장에 비디오 군용 탱크 3대가 나란히 정렬되어 있다. 광장 저편 벽에는 ‘1945년’이란 걸개가 드리워져있다. 2차세계대전 당시 러시아의 선전을 크게 부각시킨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치열했던 솔레다르 전투 현장을 재현, 자국 군대의 일방적 승리를 연출하고 있다.

플레이어들은 또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 군대의 상징인 글자 Z를 부각하고 있다. 또 크림반도 등이 법적으로 러시아 영토임을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을 나치로 폄하하고, 서방을 비난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입장을 지원하고 있다.

마인크래프트에 러시아 국기가 그려진 깃대를 만드는 ‘비디오 튜토리얼’ 영상은 “러시아에게 영광을”이라고 외치곤 한다. 또 러시아가 불법적으로 합병한 우크라이나 지방 중 하나인 루한스크의 도시 풍경 위에 러시아 국기를 겹쳐 보여주는 수법을 쓰고 있다. 또 불타는 우크라이나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며, 러시아군의 승리를 강조하곤 한다.

플레이어가 이야기 만드는 특성을 십분 활용

러시아의 이런 전술은 모장(MOJANG) 스튜디오가 개발한 마인크래프트 게임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이 게임은 정해진 목적과 스토리가 사실상 없고, 플레이어가 나름의 플롯과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내는게 특징이다. 정해진 목적이나 스토리도 없다. 플레이어가 창의력으로 게임의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범위는 수치화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플레이어가 제작자의 예측 범위를 한참 넘어서는 플레이가 충분히 가능한 게임이며, 실제로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그 이야기 하나하나가 사용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곤 한다.

그런 점을 러시아가 이용, 우크라이나 사이버 전쟁을 비디오 게임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마인크래프트 게임 화면. (출처=뉴욕타임즈, 유튜브)
마인크래프트 게임 화면. (출처=뉴욕타임즈, 유튜브)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유하고 있는 ‘마인크래프트’에서 러시아 플레이어들은 지난 1월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도시 솔레다르 전투를 재연하고 있다. 또 자국의 가장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 네트워크인 ‘V콘탁테’에 게임 영상을 올려, 전 세계로 유포되도록 했다.

러시아의 비디오 게임 전쟁은 마인크래프트 뿐 아니다. 멀티플레이어 전쟁 게임인 ‘월드 오브 탱크’의 러시아어 버전 채널도 새삼 1945년 모스크바에서 소련의 탱크 행렬을 재현하며 5월 나치 독일의 패배 78주년을 기렸다.

또 세계 최고의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에서 한 사용자는 국경일인 ‘러시아의 날’을 기념하며 지난 6월에 대규모 군대의 행렬을 보여주었다.

게임 뿐 아니다. ‘디스코드’나 ‘스팀’과 같은 토론 사이트 역시 러시아의 선전, 선동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이 되고 있다. 아예 크렘린이 나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해 온 선전술을 주로 새로운 젊은 시청자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마인크래프트를 소유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CEO 브래드 스미스는 이미 지난 4월부터 마인크래프트나 ‘디스코드’ 토론 프로그램 등에 러시아가 침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경계했다.

그는 “특히 이러한 게임 커뮤니티의 일부를 침투하기 위한 최근의 러시아의 노력을 확인했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정부에 대해 조언했지만, 그 중요성을 과소평가했다”고 NYT에 밝혔다.

토론 프로그램도 러 선전․선동 플랫폼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사이버 보안팀에 따르면 또 토론 프로그램 ‘디스코드’나 ‘스팀’은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위한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러시아의 준군사조직인 바그너 그룹이 크렘린의 입장을 지지하기 위해 이들 토론 프로그램에 “악의적인 이야기를 홍보했다”면서 “특히 러시아 전투 사상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때 입대를 장려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마인크래프트나 디스코드 등의 내용 중 일부는 일반 러시아인들의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 “정부의 개입을 시사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NYT는 “비디오 게임까지 이용하는 크렘린의 방식은 전쟁 수행을 위한 푸틴 정부의 끈질긴 노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외교적, 경제적 고립에도 불구하고 서방의 소셜 미디어나, 마인크래프트, 디스코드 등과 같은 인기 제품을 활용해 정치적 목표를 강화하려고 노력해 왔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