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 여전, 세계 최대 시장 중국 경기 회복 더딘 탓 커”
PC, 스마트폰용 중심으로 다소 재고 감소, ‘빅2’ 삼성․SK 손실 계속
생성AI 등 첨단 칩은 증산, 서버․데이터센터용 수요 다시 회복 기미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코로나19’ 이후 우여곡절을 겪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현실은 어떠할까. 공급 과잉이 많이 해소되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경기와 수요 회복이 느리다보니 재고가 쌓여있는 실정이다. 그 바람에 삼성이나 SK하이닉스의 영업 손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국 의원들은 바이든 행정부에 또 다시 중국시장에 대한 AI 칩 수출 규정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엔비디아, 인텔 등은 “세계 최대 시장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반발하는 분위기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미 의회선 “대 중국 칩 수출 더 강화해야”
로이터통신은 30일 이같은 미 의회 움직임을 전하는 한편, “삼성, SK, 인텔 등 제조업체들은 그나마 공급 과잉이 줄어들었다곤 하나, 수요 회복은 여전히 느리다”고 짚었다.
실제로 시장분석업체인 ‘카날리스’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희망사항’과는 달리, AI 업계를 제외한 시장의 수요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이는 세계 경제의 약세와, 고율의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속에서 기업 고객과 소비자 모두 지출을 축소함에 따라 금년 들어 스마트폰이나, PC, 데이터 센터와 같은 모든 주요 칩 시장이 축소되었다.
그 바람에 전례 없는 상품용 칩의 공급과잉이 발생해, 세계 양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과 SK하이닉스, 두 회사를 합한 상반기 영업손실이 무려 15조2000억원에 달했다.
‘카날리스’는 “이런 공급 과잉은 특히 지난 2분기에 칩 생산량을 줄일 정도로 출하량이 30%나 떨어졌다”면서 “그에 비하면 그나마 6월 분기 PC용 출하량 감소폭이 11% 가량 완화되면서 재고가 큰 폭으로 줄어들긴 했다”고 전했다.
리서치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또 휴대폰용 출하량이 6월 들어 8% 감소했는데, 이는 그나마 1분기 감소폭 14%에 비하면 상당히 개선된 셈이다.
스마트폰용 출하량 감소폭, 다소 줄어
이에 대해선 제조업체 현장에서도 일정 부분 동의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주 “시장 수요가 매우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면서 “최근 PC용 출하량이 개선된 것은 프로모션과 보급형 모델 위주로 이뤄졌으며, 이는 칩 수요가 회복되는데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그러면서도 “올해 PC와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하향 조정됐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해 말 오픈AI의 챗GPT가 출시된 이후 생성형 AI를 지원하기 위한 칩 수요가 급증했다. 그러나 이는 전체 AI칩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보니, 그다지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9일 “CPU 재고 과잉이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며, 데이터센터 칩 판매량도 3분기에는 완만하게 감소한 뒤 4분기에 다소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인텔 주가는 그날 예상보다 높은 6.4%나 상승했다.
가장 큰 변수인 중국 시장 여전히 부진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변수는 세계 최대 칩 시장인 중국의 경기 회복이 부진하다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세게 반도체 시장 전망이 여전히 부정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부터가, “중국의 재개방이 스마트폰 시장을 되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 이들 기업들은 스마트폰의 디지털 데이터 저장을 위한 낸드 메모리 칩의 감산조치를 다시 연장했다.
특히 중국과의 거래가 많은 아날로그 칩 제조업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고객들이 잇따라 주문을 취소할 정도로 최종 소비자 시장이 여전히 어렵다보니, 3분기 매출과 이익을 (당초 월가가 예상한) 목표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날리스’에 의하면 미국의 투자회사 에드워드 존스의 로건 퍼크 애널리스트는 “중국에 대한 수출이 2022 회계연도 말에 비해 절반 정도로, 중국의 부진한 경기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생성AI 등 첨단AI서버 관련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KLA Corp나 램 리서치 등 칩 제조용 장비 제조업체들이 그런 경우다.
램 리서치 관계자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첨단 AI 서버는 기존 서버에 비해 최첨단 논리, 메모리, 스토리지 콘텐츠가 상당히 높으며, AI 서버와 데이터센터가 1%씩 점진적으로 개량될 때마다 10억~15억달러의 추가 (칩 장비) 투자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그 연관효과를 전했다.
그런 가운데 반도체 업체들도 이같은 첨단 AI 관련 칩에 쓰이는 고급 칩에 관심을 쏟으며,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생성 AI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하며 삼성 40%, 마이크론(MU.O) 10% 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