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 새로운 합성 공정 기술 발견
의약품 주요 골격 두 가지를 하나의 화합물에 구현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흔히 의약품 등의 원료를 합성할 경우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부산물이나, 높은 에너지가 필요한 고온 공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그런 염려가 없고, 단순히 빛을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의약품 원료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합성 공정기술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홍승우 부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광(光)촉매를 이용해 질소 고리화합물을 합성하는 새로운 화학반응을 제시하고, 의약품의 주요 골격인 ‘락탐’(Lactam)과 ‘피리딘’(Pyridine)을 하나의 분자에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질소 고리화합물’은 약용 화합물의 주요 구성요소다. 고리(원) 형태로 결합한 탄소 원자 사이에 질소 원자가 끼어 있는 구조로, 여기에 작용기를 결합해 약품을 합성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약물의 60% 이상이 질소 고리화합물 구조를 포함하고 있다. 신약 후보 물질 발굴만큼이나 질소 고리화합물을 쉽게 합성할 수 있는 전략 개발이 중요한 이유다.
또 락탐은 분자 내에 –CONH- 결합을 함유하는 고리 모양 질소화합물의 일종이다. 항생제인 페니실린, 뇌전증 치료제인 레비티라세탐, 심혈관계 질환 치료제인 제티아 등 많은 의약품이 락탐 기반 화합물이다.
피리딘은 벤젠의 CH 하나가 질소로 치환된 헤테로고리 화합물이다. 많은 의약품이 피리딘 기반 화합물이다.
그 과정에서 연구팀은 안정적인 유기 분자를 불안정한 삼중항 상태(triplet state)로 만들어 유용 물질을 합성하는 전략을 새롭게 발견했다.
우선 연구팀은 피리딘에 아미드 그룹을 부착한 피리디늄 염이 삼중항 에너지를 가질 수 있음을 계산화학적으로 예측했다. 삼중항은 분자에서 스핀이 한 방향으로 존재하는 상태로, 매우 불안정하여 자연에서는 잘 발견되지 않는다. 삼중항 상태를 상온에서 구현한다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화학반응에 적용할 수 있다.
이후 실제 실험을 통해 피리디늄 염을 삼중항 상태로 만들었다. 피리디늄 염이 빛 에너지를 받아 삼중항 상태가 될 수 있도록 광촉매를 활용했다.
제1저자인 이우석 연구원은 “계산화학적 예측과 실험적 확인을 통해 ‘삼중항 에너지 전달’이라는 새로운 화학반응을 보고했다”며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시약을 첨가해야했던 기존 합성법과 달리 가시광선을 활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하나의 분자에 피리딘과 락탐을 동시에 선택적으로 생성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줬다. 기존에는 피리딘과 락탐을 동시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재료와 여러 단계의 화학반응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한 번의 반응으로 두 작용기가 선택적으로 결합된 화합물을 합성할 수 있었다.
이는 “주요한 생리활성을 지닌 골격을 한 분자에 결합시킬 수 있어 더 경제적인 합성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약효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연구진은 삼중항 에너지 전달 메커니즘을 피리딘뿐만 아니라, 여러 고리 구조 합성 반응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홍승우 부연구단장은 “삼중항 에너지 전달을 이용하면 의약품 합성에 필요한 단계를 줄일 수 있다”며 “과정이 간단할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향후 신약 및 각종 화학제품 개발 등 산업계 전반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