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법’, ‘GDPR’ 대상 ‘게이트키퍼 플랫폼’들 “규제에 충실할 것” 다짐
메타, 삼성, 아마존, 구글, MS, 애플, 바이트댄스 등 ‘EU집행위에 통보’
EU의 집요한 제재에 ‘굴복’…“내년부터 EU 내 운신의 폭 좁아질 듯”

지난 2019년 글로벌 빅테크들이 참가한 가운데,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로 나노&AR 박람회'의 한 장면.
지난 2019년 글로벌 빅테크들이 참가한 가운데,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로 나노&AR 박람회'의 한 장면.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삼성을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 7(세븐)’이 결국 내년 3월부터 EU가 시행할 ‘반독점법(디지털 독점 금지법)’과 ‘데이터 및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준수할 것을 사실상 공식 천명했다. 이들은 4일 “본사 운영 방식이 EU의 ‘반독점법’ 등의 취지에 충실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EU집행위에 통보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런 입장을 내놓은 빅테크는 아마존과 애플, 삼성전자, 메타, 알파벳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틱톡 소유주인 중국의 바이트댄스 등이다. 이들 세계적인 기업들이 그 동안 끊임없이 이어져온 EU의 엄격한 규제에 한꺼번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그 동안 EU의 각종 제재, 소송 시달리다 ‘무릎 꿇어’

이들은 현재 EU에서 최소 75억 유로(82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면서, 750억 유로 이상의 시가총액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이렇게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EU측의 강력한 제재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메타는 이미 지난 5월 EU의 GDPR 위반 혐의로 12억 유로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벌금을 물었다. 게다가 독일의 반독점 당국에 의해 제재에 불응, EU사법재판소(최고 법원)에 제소했으나, 4일 패소하고 말았다. 이 밖에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등도 모두 줄줄이 제재를 당하거나, 현재 소송 중에 있다.

결국 견디다 못한 이들 빅테크는 일단 EU의 조치에 굴복함으로써, 앞으로 ‘반독점법’과 ‘GDPR’ 위반 여부를 지속적으로 감시받아야 하는 ‘게이트키퍼 플랫폼’으로 지정되었다. 이에 따라 EU는 내년부터 이들 기업들의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가 해당 법규를 위반하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증받아야 한다.

‘게이트키퍼 플랫폼’ 대상은 EU 내에서 월 4,500만 명 이상의 최종 활성 사용자와, 연간 1만명 이상의 활성 비즈니스 사용자가 있는 기업들이다. 이들 7대 빅테크는 이런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부터 이들 기업은 엄격한 규제를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자사의 디지털 서비스에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사전 설치하거나, 자체 애플리케이션 등을 우선하면 안 된다. 또 디지털 상품이나 서비스 간에 개인 데이터를 결합하는 것도 일정 한도 내에서 제재를 받는다. 또한 자사 플랫폼에서 타사 결제 시스템을 허용해야 하며, 사용자가 다른 온라인 스토어에서 휴대폰으로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벨기에 브뤼셀의 EU본부 모습.
벨기에 브뤼셀의 EU본부 모습.

메타, 12억 유로 벌금 이어, 독일 정부에 패소

그런 가운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메타의 페이스북이 독일 규제당국과의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이 블룸버그 등 외신에 의해 일제히 타전되었다.

한 마디로 EU 최고 법원이 “메타에 대한 독일 반독점 규제 당국의 조사 권한과 대상 범위가 타당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앞서 지난 2019년 독일 정부는 메타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과 함께 ‘개인정보보호법’(GDPR)도 어긴 것으로 결정하고, 이 회사의 디지털 서비스 모델 등을 일제히 점검하기로 했다. 이에 메타는 불복하면서 EU최고법원에 제소했고, 그 결과 법원은 독일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EU최고법원은 “독일 연방 반독점 규제 당국이 메타를 제재한 것은 월권행위가 아니다”고 판결함으로써 결국 EU의 빅테크 전반에 대한 제재 방침을 합리화시킨 셈이다.

메타에 대한 이번 판결은 특히 ‘페이스북’에 대해 EU가 GDPR 규정과 ‘반독점법’을 병합해서 결정한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블룸버그는 “앞으로 빅테크에 대해 EU는 ‘반독점법’과, 개인정보 및 데이터보호를 위한 GDPR 규정을 함께 적용해서 판단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보았다.

그러면서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자들로부터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 세트를 잘못 처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유럽의 반독점 규제 당국의 조치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시범 케이스로 간주된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이번 메타에 대한 판결을 통해 EU최고법원은 “감독 당국은 메타와 같은 시장 지배력의 잠재적 남용을 조사할 때, 동시에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서 해당 법원은 “이란 경우 독점 금지 기관은 다른 (GDPR 관련) 당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구체적 방법론까지 주문함으로써 한층 눈길을 끈다.

GDPR, ‘반독점법’, 병합 적용 가능성 커

이미 메타는 이같은 두 가지 법률 규정을 모두 위반한 혐의로 독일 등 EU의 개별 회원 국가나, EU집행위원회로부터 여러 가지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5월에는 GDPR 위반 혐의로 무려 12억 유로(약 13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벌금을 부과받았다.

당시 EU규제 당국은 “(데이터 수집을 겨냥한) 미국 보안 서비스로부터 (EU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지 못했다”면서 “(EU 역내) 사용자의 데이터를 미국으로 보내는 것을 중단하라”고 ‘데드라인’을 명시적으로 부여하기도 했다.

일단 메타는 이같은 판결에 대해 “독일의 독점 금지 규제 기관이 본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전례 없는 점검 조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데이터 보호(GDPR) 규정과 ‘독점 금지법’을 한꺼법에 적용한 것으로 이는 불법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곧 이어 EU법원의 결정에 대해 “평가(evaluating)”하고 있다면서 수용할 뜻을 비쳤다. 다만 “할 말이 많지만, 적절한 시기로 미루겠다”고 여운을 남겼지만, 결국 “EU당국의 모든 규제 조치를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런 모습은 메타 뿐 아니다. 메타를 포함한 ‘빅테크 7’ 모두가 내심 불만이지만, 어쩔 수 없이 EU의 규제 틀에 따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 결과 내년부터 이들의 EU 내 활동은 한층 그 폭이 좁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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