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팀 쿡, 피차이 순다르, 제프 베조스 등 서로 얽히고 설킨 갈등
특히 마크 저커버그 vs 머스크, ‘원수지간’ 방불, “사각 링 한판” 얘기까지
“실현 가능성 낮지만, 치열한 경쟁 반영…소비자에겐 득이 될 수도”

마크 저커버그(왼쪽)와 일론 머스크. 두 사람 간의 '결투'가 정작 실현될 가능성은 낮지만, 단순한 농담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마크 저커버그(왼쪽)와 일론 머스크. 두 사람 간의 '결투'가 정작 실현될 가능성은 낮지만, 단순한 농담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대표적인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은 사업상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갈수록 해묵은 감정이나 적대감을 여과없이 표출하고 있다. 특히 생성AI 이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억만장자들의 싸움’은 비난과 마타도어, 인신공격으로 이어지며, 날로 격화되고 있다.

애플, 트위터, 메타, 아마존, MS, 구글 등의 수장들 간에 우호적인 경우는 거의 없다. 일론 머스크는 애플의 팀 쿡의 화해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다시 적대적 관계로 돌아섰고, MS의 CEO 사티아 나델라와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는 최근 소송의 와중에 서로를 비난하며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끊임없이 화제를 몰고 다니는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사용하여 역시 경쟁자이자 억만장자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그리고 빌 게이트, 워렌 버핏 등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인신공격을 하는 등 많은 논란과 화제를 불러온 전력이 있다.

그러나 가장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역시 저커버그와의 관계다. ‘결투’ 얘기가 나올 만큼, 증오에 가까운 적개심으로 각을 세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즈(NYT), 블룸버그 통신, 그리고 각종 기술매체들도 연일 이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최근에도 틈만 나면 각자의 소셜 미디어 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서로를 비난하느라 여념이 없다. 특히 지난해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두 사람의 감정 대립은 더욱 깊어지며, 서로를 향한 발언 수위도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그러다가 마침내 “결투로 끝장내자”는 식의 극단적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실제로 머스크는 트위터에 “만약 이것(결투)이 진짜라면, 나는 응할 것”이라면서 한 술 더 떠 “라스베가스 복싱 사각링에서 한판 경기를 벌이자”고 제안했다. 이에 NYT는 “양자 간의 사각 링 매치가 그저 농담만은 아닌 듯하다”고 두 사람이 사각 링에서 대결하는 모습의 캐리커처(그림)를 내건 기사를 보도하며, 향후 추이를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을 정도다.

(이미지=뉴욕타임즈)
(이미지=뉴욕타임즈)

머스크 vs 저커버스, 2016년부터 해묵은 감정 쌓여

메타의 저커버그와 머스크의 관계가 특히 험악해진 것은 지난 2016년으로 거술러 올라간다. 당시 (현 메타의) 페이스북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 인터넷 접속을 제공할 수 있도록 머스크의 인공위성 프로젝트인 ‘스페이스X’가 우주 왕복 운행을 하기로 양사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우주선 시험 발사 중 로켓과 위성이 파괴되면서, 계약은 물거품이 되고 저커버그의 실망도 컸다. 그때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발사 실패로 인해 전세계 많은 기업가들과 모든 인류를 연결하려는 꿈이 좌절되고 말았다”며 큰 실망감을 표현했다.

그로부터 1년 후, 두 사람은 인공지능을 놓고 가시 돋친 말을 주고받았고, 머스크는 “이 말(인공지능을 폄하하는 발언)이 인류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저커버그에게 경고했다.

이에 저커버그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뒤뜰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는 모습을 페이스북에 생중계하며, “연이은 위성 발사 실패는 ‘인류 최후의 날’ 시나리오를 떠올릴 만하다. 그건 정말로 실망스럽고, 특히 그런 (발사 실패를 변명하는)행동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머스크를 겨냥했다.

머스크도 곧 바로 트윗을 통해 “저는 인공위성의 미래에 대해 마크와 토론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그의 이해의 수준은 매우 협소하다”고 저격했다.

또 2016년 미국 대선 국면에서 소셜미디어의 ‘사용자-개인 정보 보호’ 논란도 두 사람의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선거 국면에서 메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보호 매뉴얼이 허술한 점이 논란을 불렀고, 머스크도 자신의 트윗을 통해 이런 페이스북을 비난하는 대열에 가담했다. 심지어 당시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아예 삭제하기까지 했다.

머스크는 특히 트위터를 인수한 후엔 더욱 날을 세우고 있다. 틈만 나면 트위터를 통해 “페이스북은 나를 늘 화나게 한다”고 경쟁 소셜미디어에 대한 적개심을 감추지 않았다.

저커버그, 주짓수 훈련과 대회 승리, 소셜미디어에 과시

그러면 과연 두 사람 간의 링 위의 ‘결투’가 실제로 벌어질 것인가. 이에 대해 그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결투’ 얘기가 나오기까진 최근 저커버그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이 주짓수와 종합격투기에 흠뻑 빠져있음을 과시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저커버그는 최근 자신이 주짓수 대회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장면이나, 심판이 저커버그의 손을 들어올리며 승리를 선언하는 사진 등을 인스타그램에 부지런히 올렸다. 또 대회에 앞서 맹렬한 훈련을 하며 근육과 기술을 단련하는 모습도 올리며, 자신의 체력과 무술을 과시하곤 했다.

저커버그가 전미 격투기 챔피언과 나란히 찍은 사진을 통해 자신의 주짓수 실력을 은근히 과시하고 있다.(사진=뉴욕타임즈)
저커버그가 전미 격투기 챔피언과 나란히 찍은 사진을 통해 자신의 주짓수 실력을 은근히 과시하고 있다.(사진=뉴욕타임즈)

이에 머스크는 반대로 “단식과 체중 감량 약물로 체중을 크게 줄인 적은 있지만, 나는 도넛과 다이어트 콜라를 엄청 좋아하며, 늘 ‘조금이라도 더 오래 앉아서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며 산다고 했다. 한 번은 유명 팟캐스트에 마리화나를 피우며 등장하기도 했다.

저커버그의 체력단련과 건강술을 거꾸로 비아냥거린 셈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들어 공중에 들어올리고 받아 안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운동을 안한다”고 했다.

머스크는 사실 예전 몸싸움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다. 몇 년 전 (장난 삼아) 스모 선수와의 대련을 한 적이 있는데, 그로 인한 목과 허리의 통증이 아직까지도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저커버그의 도전에 대해선 더 강한 어조로 라스베이거스를 특정하며, ‘결투’를 제안한 것이다.

그처럼 두 사람 간의 관계가 극으로 치닫자, 이를 걱정한 머스크의 어머니가 나섰다. 그녀는 트위터에 “농담은 이제 그만 하라”면서 “서로 이성을 찾고, 4피트(약 120cm) 간격으로 안락의자에 앉아 말로만 싸워라. 결국 더 지혜롭고 재미있는 사람이 이긴다”고 말렸다.

두 사람의 갈등, 트위터, 페북․인스타 “노이즈 마케팅 효과”

그럼에도 최근 소셜 미디어에선 이들 억만장자들 사이에 일어날 수도 있는 결투를 상상하며 즐기는 호사가들로 넘쳐난다. 트위터에선 한 사용자가 미국의 유명 팟캐스터와 UFC 해설자인 조 로건에게 “두 사람의 심판 역할을 하라”고 제안했다. 이에 머스크는 ‘투혼’을 상징하는 이모티콘을 올리며 화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은 이들이 정말로 ‘결투’나 주먹 다짐을 벌일 것으로 보진 않는다. 물론 언론매체들도 마찬가지다. 대신에 그 배경과 의미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기술매체 ‘테크크런치’는 “두 거물들이 실제로는 링에서 만나지 못하더라도, 최근 두 기업 간의 격앙된 라이벌 의식은 소셜 미디어 광고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했다.

일부러 계산된 행동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억만장자들의 갈등 국면으로 인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리고 트위터가 모두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한 생성AI시대를 선점하려는 글로벌 빅테크 간의 치열한 경쟁의 단면을 보여준 셈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들이 매우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결국은 소비자들에게 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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