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과 기술, 생태계, 생산능력, 설계자산(IP) 보유량 등 ‘큰 차이’
최근 일부 전문가 분석․전망, “가까운 시일에 따라잡기 힘들어”
대안도 ‘기술투자, 스타트업 지원, 고객 확보’ 등 원론 수준 ‘희망사항’ 뿐

삼성전자의 반도체 5종(왼쪽)과, 대만 TSMC 본사 전경.
삼성전자의 반도체 5종(왼쪽)과, 대만 TSMC 본사 전경.

[애플경제 박문석 기자] 3나노 미세공정에 최초로 성공하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 1위인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결코 쉽지 않다는게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파운드리 관련 인력과 기술, 팹리스 등 공정 생태계, 생산능력, 파운드리에게 필요한 설계자산(IP) 보유량 등에서 TSMC가 월등히 앞서고 있어, 가까운 시일에 추격은 불가능하다는 전문기관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가장 먼저 3나노(nm) 미세공정에 성공한 바 있다. 이에 TSMC도 이를 성공하면서 양사는 주로 부가가치가 높은 7나노(nm) 이하의 파운드리 미세공정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인텔도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 미세공정을 구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초 3나노 공정 성공도 변수 안돼”

그런 가운데 전황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전문위원 등은 최근 “TSMC를 근본적으로 앞서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 이같은 상황을 근거로 들었다. 전 위원 등은 연구원 자체와 함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을 통해서 관련 연구보고서를 공개,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수율도 높아져서 앞으로 기술격차 및 시장점유율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이처럼 상황을 낙관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 기술력이 TSMC에 1~2년 뒤처져 있으나, 3나노 공정부터 세계 최초로 적용하기 시작한 GAA(Gate-All-Around) 기술로 TSMC에 앞서고 있다”고 하면서도 파운드리 1인자 TSMC의 벽을 넘기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TSMC가 오래도록 쌓아온 인적, 물적 노하우와, 분업체계를 기반으로 한 인프라와 탄탄한 생태계가 삼성으로선 넘기 힘든 장벽이란 얘기다. 그러면서 대체로 다섯 가지 이유를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전문 인력면에서 비교 불가

이에 따르면 우선 TSMC는 1987년 설립이후 36년 간 파운드리에만 전념해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런 과정에서 R&D 인력만 2만 명에 달하고, 파운드리 관련 전체 종사자가 7만 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오랜 세월 축적한 기술력과 전문인력, 노하우에서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삼성전자는 매우 빈약한 연혁과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파운드리를 시작한게 2005년으로 불과 13년이 채 안되었고, 관련 사업부를 따로 독립해 가속도를 낸 것도 5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파운드리 전체 인력도 2만 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스마트폰, 생활가전, 디스플레이, 통신장비 등 사업 분야가 다양해 파운드리 한 분야에만 집중하지 못하다보니,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TSMC의 막강한 생태계, 가장 큰 무기

파운드리를 둘러싼 균형잡힌 생태계 측면에서 역시 삼성은 TSMC에 비해 한참 뒤처진다. “파운드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팹리스, 패키징 및 테스트산업 등 후공정에서 균형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만은 이미 팹리스 분야 세계 5위인 미디어텍이나, 7위안 노바텍, 8위 리얼텍 등의 기업들이 주변에 버티고 있다.

게다가 후공정에서도 세계 1위인 ASE, 4위 SPIL, 5위 PTI, 9위 ChipMos, 10위 Chipbond 등이 있어, 삼성전자의 환경과는 비교조차 안 된다.

삼성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팹리스 분야 세계 시장점유율은 불과 1% 밖에 안 된다. 그렇다보니 후공정도 허약하고, 모든 생태계면에서 매우 불리할 수 밖에 없다.

TSMC의 공장 내부 모습.
TSMC의 공장 내부 모습.

부가가치, 수율, 생산능력면에서도 TSMC가 월등해

또 TSMC는 이미 높은 수율을 바탕으로 애플, 퀄컴,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대형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부가가치 면에서도 삼성전자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TSMC는 AIㆍ자율주행용 고성능 반도체가 매출의 42%를 기록하면서 스마트폰용 반도체(38%)를 제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에 삼성 파운드리는 여전히스마트폰용 반도체 매출 비율이 70%가 넘어 부가가치나 수익면에서 TSMC에 크게 뒤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란 지적이다.

생산능력도 문제다. 다양한 팹리스 고객의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을 보면, TSMC가 삼성전자의 무려 3배에 이른다는 얘기다. 또한 TSMC는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전통적인 제조시설을 갖추고 등 ‘레거시 공정’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히는 7나노 이하의 초미세 공정에 집중한다는 전략이지만, 2022년 3분기 기준으로 보면 초미세 공정 생산 능력은 TSMC가 월 23만 8,000장, 삼성이 5만 5,000장이어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파운드리 고객에게 필요한 설계자산(IP) 보유량도 크게 차이가 난다. 흔히 팹리스 등 고객들은 이미 파운드리업체에 의뢰했던 기존 반도체의 특허와 설계 방식을 다시 참조, 인용해 새로운 반도체를 설계하는게 보통이다. 그러기 위해선 파운드리 업체가 해당 해당 IP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에 TSMC가 보유한 IP는 무려 4만 개에 달하는데 비해, 삼성전자는 그 4분의 1인 1만 개에 불과하다.

미․중갈등 국면, 삼성의 좁아진 운신의 폭도 문제

결론적으로 삼성전자가 가까운 미래에 파운드리 부문에서 TSMC를 따라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셈이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지금의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국 주도의 글로벌 반도체 지형의 재편 과정에선 삼성전자의 운신의 폭도 좁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곁들인다.

이에 전 위원 등은 “삼성전자가 TSMC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미세공정 기술뿐만 아니라 안정적 수율과 고객사 확보가 필요하다.”거나, “가격 경쟁력이나 신뢰성 측면에서 동등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기술 투자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대안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고객 수를 늘리기 위해 파운드리의 기초가 되는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팹리스 업체의 다양한 IP를 활용해 칩을 양산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모두 원론적인 ‘희망사항’이어서, 그런 바람대로 이뤄질 것인지 자체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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