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발행 CBDC 기반, “기존 예금을 토큰화”
CBDC와 함께 ‘디지털 이중통화시스템’ 형성
교환가치로서 화폐 기능 충실 수행, “스테이블코인보다 안정적”

사진은 CBDC 이미지. (사진=셔터 스톡)
사진은 CBDC 이미지. (사진=셔터 스톡)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를 기반으로 한 토큰화된 예금인 ‘예금토큰’(deposit token)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법정화폐(원화, 달러 등)로 은행에 맡긴 예금을 다시 암호화폐처럼 ‘토큰’으로 만든 것이다. 이는 현재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CBDC와 병행하는 유력한 민간 디지털화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화폐의 ‘단일성’ 원칙도 충족”

CBDC가 국가가 주도하는 디지털화폐라면, ‘예금토큰’은 오로지 민간에 의한 디지털화폐라고 할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명활 연구원은 이를 두고 “법정화폐와 이를 근간으로 창출되는 은행예금으로 구성되는 이중통화시스템(dual monetary system)과 유사하다”면서 C BDC와의 병존 가능성을 기대했다.

즉 “CBDC는 디지털 법정화폐로서 디지털 통화시스템의 ‘준거’ 역할을 담당하고, 이를 토대로 토큰화된 예금(tokenized deposit)이 발행됨으로써 디지털화폐 또는 디지털 지급결제수단의 기능을 수행하는 ‘디지털 이중통화시스템’이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 점에서 이는 스테이블코인에 비해, 화폐의 ‘단일성’ 원칙을 충족하는 셈이다. 디지털 법정화폐 기반의 일관된 통화시스템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그런 장점으로 인해 앞으로 CBDC가 보편화된 디지털 통화시스템이 구현되면, 예금토큰 역시 그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는 또 기존 암호화폐와는 달리, 화폐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암호화폐는 불안정한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안정적인 교환가치를 담보할 수 없다. 법정화폐를 담보한 스테이블코인이 그나마 유사 화폐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예금토큰의 경우는 아예 중앙은행이 발행한 CBDC를 예금한 것을 암호화한 것이므로, 사실상의 화폐와 다름없다.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신뢰도나 환금성’ 문제없어

특히 예금토큰은 스테이블코인과도 큰 차이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그 소지자에게 청구권이 부여되는 일종의 ‘디지털 무기명증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본래 지급이나 송금이 이루어지면 새로운 소유자에게 청구권이 이전되고, 그 소유자가 발행자에게 현금 등에 의한 환급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발행자의 대차대조표에 변화가 없게 한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행자의 신뢰도나 환금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제기될 경우, 액면가에서 할인되어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 또 금융시스템에 불안 요소가 생기면, 환급 요구가 집중됨으로써 CBDC에 연계된 통화시스템의 단일성도 파괴될 우려도 사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최근 스테이블코인이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빈번한 실정이다. 이런 경우 금융 불안이 생기면, 할인폭은 더욱 커지면서 가치가 크게 폭락할 우려가 있다.

반면에 예금토큰의 경우는 그런 우려가 없다. 지급이나 송금을 할때 (예금주를 비롯해 소유자인) 발행자에 대한 청구권이 직접 이전되지 않는다. 스테이블코인과 다른 점이다. 대신에 지급인의 예금계좌에서 차감된 금액 만큼 수취인의 예금계좌에 입금되고, 은행간 청산결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이전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므로 완벽한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

“예금에 대한 기존 규제의 틀 작용”

예금토큰은 또한 CBDC에 기반한 디지털 이중통화시스템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기존의 예금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의 틀에서 작동한다. 그러므로 “스테이블코인의 경우처럼 (규제로 인한 기회비용을 상쇄하는) 규제차익이 발생할 우려도 없다”는 평가다.

또한 중앙은행의 기능을 통해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받고 있는 것도 결정적인 장점이다.

반면에, 화폐에 준하는 지불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여전히 규제체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인가 없이 유사수신행위를 하는 등의 ‘규제차익’이 발생할 여지가 있으며, 부실화에 대비한 소비자 보호 장치도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예금토큰의 경우 예금 취급 수신금융기관에 준하는 인가 시스템이나 규제체계를 적용하고, 예금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중앙은행 최종대부자 기능에 편입시키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의 조언이다.

주요국들 '실험', "국내 은행도 대응방안 서둘러야"

한편 지난 3월에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국제 ‘BIS 이노베이션 서밋’에서도 예금토큰이 향후 민간 디지털화폐로서 디지털 통화시스템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되었다.

특히 한국은행의 이창용 총재는 “도매용 CBDC 발행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은행 예금토큰 발행 및 유통이라는 통화 창출의 2단계 체제(two-tier system)”를 전제하고, “은행들이 다양한 프로그램 기능이 탑재될 수 있는 디지털화폐인 예금토큰을 발행,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근 주요국들도 민간 은행들을 중심으로 ‘예금토큰’ 발행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명활 연구원은 “미국 등지에선 민간 은행들이 중심이 되어 은행예금을 토큰화한 디지털화폐와, 이를 이용한 혁신적인 디지털 지급결제수단을 개발하기 위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예금토큰 등 민간 디지털화폐에 대한 규제체제를 정비하는 한편, 은행들도 은행예금의 토큰화를 포함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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