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앨트먼 “유럽서 철수” 공언, 이틀 후 발언 취소, ‘꼬리’ 내려
메타도 GDPR 반발했다 홍역치른 경험, 신중하게 관망
MS “투명하고 책임있는 AI개발” 화답…“결국엔 순응” 전망 우세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글로벌 빅테크(기술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AI와 데이터에 대한 미국과 유럽 등 국제적 규제가 심해지고 있다.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구체적 입법화가 진행되면서, 이들 빅테크들은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이다.
심지어 ‘월스트리트 저널’은 “신혼여행 기간은 끝났고, 규제가 다가오고 있다.”(honeymoon period is over, and regulation is coming.)는 식으로 ‘좋았던 시절’이 지나가고 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오픈AI 샘 앨트먼이나, 메타의 페이스북처럼 유럽과 영국 정부와 규제기관, 그리고 미국의 조야를 누비며 사실상 로비를 벌이는 모습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에 MS의 브레드 스미스처럼 규제를 기정사실화하며, 이에 순응하면서 활로를 모색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한편으로 유럽과 미국의 규제에 반발하다가도, 당국의 강경한 태도에 다시 움츠러들거나, 꼬리를 내리기도 한다. 메타의 경우는 향후 어떤 선택을 할지를 두고 심각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서도 생성AI로 최근과 같이 세계적 규제를 가속화시킨 장본인인 샘 앨트먼은 전자의 입장이다. 그는 미 백악관에 초청받거나,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두할 때만 해도, 순순히 규제에 순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유럽과 영국을 방문한 후 물론 자의반 타의반이지만, 태도가 바뀌었다.
샘 앨트먼, 유럽 방문 ‘규제 반박 발언’ 급히 철회
그는 지난 주 유럽을 방문, EU의회 및 업계 인사들을 만나면서, 규제를 위한 제반 조치에 대해 나름의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앨트먼은 특히 현지의 해당 업계는 물론, 리쉬 수낙 영국 총리를 만나 생성 AI의 가속화, 규제가 산업의 진화를 어떻게 형성할 수 있는지, AI 자체가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형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개진했다.
지난 주 수요일 런던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그는 참석자들에게 “오픈AI가 유럽의 규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유럽을 떠날 수 있다’”면서 현재 심의 중인 EU의 관련법안을 “과도한 규제”라고 반박했다.
앨트먼은 참석자들에게 “우리가 그러한 (EU규제로 주어진) 요구 사항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우리가 준수할 수 있다면 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 운영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단 (규제를 충실히 준수)해보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선 기술적인 한계도 있다.”는 식으로 단서를 달았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은 물론, 미국의 일부 언론도 부정적이었다. 심지어 기술매체 ‘테크 크런치’는 “권위주의적이고 유치한 수사의 자극적인 발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같은 기류에 당황한 앨트먼은 바로 이틀 후인 지난 금요일, “본사는 유럽에서 계속 사업할 생각에 여전히 고무되어있고, 물론 떠날 계획따윈 전혀 없다”고 태도를 180도 바꿨다.
물론, 앨트먼이 처음엔 유럽 현지에서 AI 규제에 대한 자신의 이견을 과감히 전달한 셈이다. 그러나 이는 지난 달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서 “규제에 협조하겠다”고 공언한 것과는 또 다른 발언이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처럼 우왕좌왕하는 태도는) 규제와 단속에 앞서 결국 당국의 눈치를 보며 ‘아부’하는 패턴의 일부”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메타, 2020년 GDPR 반대했다가 ‘곤욕’
이런 태도는 메타도 마찬가지다. 이미 지난 2020년, 메타(당시 페이스북)는 선례가 있다. 당시 개인의 사생활을 포함해 EU가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에서 EU 시민의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할 즈음, 이에 대해 저커버그는 맹비난을 퍼부었다.
메타는 당시 EU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만약 미국에서의 데이터 공유 금지를 시행하면 더 이상 유럽에서 회사를 운영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당시 메타의 변호인은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미국 데이터 전송을 완전히 중단한다면. 그러한 상황에서 EU에서 어떻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수 있을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철수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그러나 결국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EU의 GDPR이 발효된 오늘날도 메타는 이를 준수하면서 여전히 유럽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당시 메타는 섣부른 반발로 인해 오히려 EU 규제 당국의 규제 속도를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되었다. 이에 당황한 나머지 급히 자세를 낮추기도 했다. 이를 두고 “괜히 EU 규제 당국 앞에서 허세를 부르다, 곤욕을 치른 최악의 전술”로 지금도 평가되고 있다.
앨트먼 역시 마찬가지다. 앨트먼의 EU 당국에 대한 비판과 불만 토로는 오히려 EU 의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티에리 브르타뉴 유럽 내부 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알트만의 불만섞인 발언에 대해 “AI 개발에 대한 제재 규정은 협상할 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규칙은 시민들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시행되고 있으며 이것은 협상할 성격이 아니다”면서 “유럽은 기본권 또는 안전과 관련된 위험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유럽이야말로 ‘신뢰할 수 있는 AI’의 선두 주자가 될 수 있도록 AI를 위한 견고하고 균형 잡힌 규제 프레임워크를 설계하는 곡선을 앞장서 그려왔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로이터 통신’ 역시 “AI 개발 선두주자들과 규제 기관의 최근 형세는 고양이와 쥐의 게임과도 같은 모습”이라고 했다.
MS는 유연한 태도로 대화와 협조 ‘대조적’
물론 지나친 규제와 단속은 산업의 미래에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비판도 있다. 그런 만큼 빅테크 등 업계가 충분히 오랫동안 대화하고 참여하게 한다면, 오히려 (규제의 수준을) 완화하고 장기적인 타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조언도 나오고 있다.
그런 조언에 걸맞은 사례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CEO 브레드 스미스다. 그는 앨트먼이나 메타와는 달리, 이른바 “AI 거버넌스, 그리고 투명성과 책임 있는 사용을 위한 회사의 미래 비전”을 강조했다.
그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AI를 개발하고 배포하기 위해 회사로서 헌신할 것을 다짐한다”면서, “하지만 AI에 필요한 가드레일은 광범위하게 공유된 책임감이 필요하며, 기술 회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다”고 투명성과 책임감을 강조했다.
앞서 이미 MS는 지난 5월말 MS의 연례 개발자회의인 ‘Build 2023’에서 글로벌 빅테크로서, 자사의 ‘책임 있는 AI 개발’이란 취지가 깃든 제품들을 설명했다. 즉, “전문 개발자를 넘어 모두를 위한 새로운 AI 및 자동화 시대 개막”을 선언하는 한편, “개발자뿐 아니라 모든 사용자가 더욱 쉽고 효율적이면서 지능적인 방식으로 작업 진행을 돕는 도구”를 공개하기도 했다. 투명성과 책임을 그 행간에 깔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스미스의 접근 방식은 “미국와 유럽 규제 기관의 ‘비위’를 맞추는 데 중점을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외신들은 그의 블로그 게시물은 현 시점에서 빅테크들이 취해야 할 모범 답안쯤으로 보고 있다. 스미스는 “AI를 새로운 기술과 함께 오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하기 위한 민관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도 “앞으로 ‘성공의 열쇠’는 투명성, 규제 및 오용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또는 ‘존경받는 기업’이나 NGO 간의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대담한 내용으로서, 미국과 유럽 연합의 규제 당국 모두가 환영할 것으로 보이는 성명”이라고 추켜세웠다.
이같은 상황에서 AI 빅테크들의 선택지는 분명해진 셈이다. 분개한 나머지, 규제 기관에 저항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MS의 스미스처럼 유연하고 순응적인 타협책을 택하는 것 중 하나다. 물론 전문가들은 당연히 후자를 권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