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통합안, 최종 입법단계
가상자산 증권성, 발행인 ‘공시주의 규제’, 복수 거래에 대한 ‘시장감시위원회’ 등
업계 자율의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 국제공조․상호협력 필요성도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유사 법률안 19개를 통합한 가상자산 법률안인 ‘(가칭)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최종 입법을 앞두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새로 마련될 법률안에 명기되어야 할 규제와 제도적 장치를 각기 주문하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명시하고, 발행인이 감독 당국의 검토․승인없이 스스로 책임지는 ‘공시주의 규제 원칙’, 여러 거래소의 거래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장감시위원회’ 제도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등의 요구가 주목을 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이정두 전문위원은 최근 관련 연구보고서에서 “해당 법률안이 2단계 입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발행‧공시 규제의 공백, 불공정거래 규제의 불분명한 집행구조, 증권규제 적용의 불확실성 등에 대한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여러 거래소의 거래 ‘감시’ 필요
그에 따르면 우선 동일한 가상자산이 여러 곳의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경우에 대한 체계적인 불공정거래 모니터링 방안이 필요하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증권거래소에 설립된 ‘시장감시위원회’가 별개의 시장인 대체거래소(ATS)에서의 거래주문이나, 호가 상황, 풍문, 제보, 신고 등의 사항도 감시하도록 하고 있다.
증권시장에 대한 이런 감시 시스템과 유사한 제도를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테라․루나 사건에서 보듯, 우리나라와 미국, 싱가포르 등 3국에서 공히 수사와 기소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국가 간 상호협력이나 공조체계 등을 위한 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자본시장연구원 이 전문위원은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규제와 관련하여 국제적 공조체계 구축을 위한 정보공유 및 상호협력의 법률적 근거 보완과 함께 국가간 양해각서(MOU) 등 연성규범(Soft Law) 활용방안의 고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실제로 가상자산의 경우 발행지나, 발행인 소재지, 거래장소, 이용자 소재지가 각각 다른 국가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감독과 집행의 관할(jurisdiction)이 복수 국가나 지역인 경우가 많고, 특정 국가의 법집행 권한이 제한적으로만 인정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현재 국내법 위반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상자산 ‘테라‧루나’와 관련, 미국 SEC가 발행사와 경영진을 미국 증권법 위반으로 기소한데 이어, 발행사의 소재지인 싱가포르도 자국법 위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민간 ‘자율’과 ‘책임’ 병행도 중요”
이와 함께 증권시장의 공시주의 규제원칙(disclosure-based regulation)과 유사한 제도를 가상자산 시장에도 도입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EU 가상자산규제법 ‘MiCA’(Regulation on Markets in Cryptoassets) 제6조는 발행인이 공시내용의 정확성에 대해 책임을 지고 감독당국의 검토나 승인을 거치지 않게 하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다만 이를 가상자산에 적용하기 위해선 “가상자산 발행인의 요건, 백서(White Paper) 등을 통한 발행인의 공시의무와 책임범위 등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거나, “국내 이용자 보호와 가상자산업권의 실태를 고려한 합리적인 규제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뒤따른다.
이와 함께 가상자산 업계의 자율규제체계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가상자산산업의 업태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단시간 내 다양한 변화가 발생하므로, 공적규제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이 전문위원은 그래서 “민간부문의 전문성과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탄력적인 규제 설계·운용이 가능한 공동규제 시스템도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업계 자율 기구인 ‘디지털 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나, 수탁과 공시 주체인 가상자산사업자들의 자율적 시장규제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가상자산 증권성’에 무게
특히 중요한 것은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기류는 사실상의 ‘증권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쪽이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은 모두 증권성이 있는 가상자산에 증권규제를 적용한다는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증권성 있는 가상자산’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는 ‘테라‧루나 사건’의 경우에서도 드러난다. ‘테라‧루나’의 금융투자상품성 여부나, 자본시장법 적용 여부에 대한 사법당국의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SEC는 이미 가상자산이 ‘증권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올해 들어서만 12건이나 증권법 위반으로 대처하고 있다. 즉, 일부 가상자산을 증권성이 있는 것으로 분류하고, 발행인에 대해선 미등록 증권 발행 혐의, 거래소는 미등록 시장개설‧미등록 중개업‧미등록 청산업 영위 혐의, 가상자산을 홍보한 일부 유명인의 경우 증권법상의 불공정거래 혐의 등을 적용하고 있다.
2024년에 시행될 EU의 MiCA 역시 유럽증권시장감독청이 해당 법률 발효 후 12개월 이내에 가상자산이 금융상품으로 간주되는 기준이나 조건을 명시하는 ‘규제실무표준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이번 가상자산법률안에 포함되지 않은 암호화폐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 등의 허용 여부, 가상자산 발행인의 정보제공 의무(공시), 증권규제가 적용되는 가상자산의 범위 등에 대해서는 향후 입법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