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 ‘칩스법’ 맞서, 역내 생산역량 대폭 증강하는 법 제정
국제 반도체 시장경쟁 치열 vs “우리 반도체 장비 수출에 긍정적‘
[애플경제 박문석 기자] EU도 유럽판 ‘칩스법’이라고 할 반도체법을 제정, 우리 경제와 무역에 미칠 영향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경제안보의 핵심품목인 반도체의 EU 역내 생산역량을 강화하고 원활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미국 ‘칩스법’에 대항하기 위해 거의 똑같은 내용의 입법을 추진한 것이다.
이 법은 지난 2월 EU집행위가 처음 유럽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 초안을 발표한 이후, 그 동안 EU의회 심의를 끝내고, 곧 의회 본회의와 집행위의 승인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유럽반도체법이 발효될 경우, EU의 반도체 제조역량이 크게 강화되어서, 반도체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 반도체장비업체의 진출과 반도체 생산설비 수출 확대 등의 기회도 생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유럽반도체법 발효에 대비해 우리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기회요인은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EU는 미국이 자국 중심의 ‘칩스법’을 가속화하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 대응, 역내 생산역량을 강화하여 글로벌 반도체산업 내 선도적 위치를 선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EU는 대부분의 반도체 생산을 외부에 위탁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 중심이다. 그렇다보니 자체 생산역량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유럽반도체법은 EU의 세계 시장점유율을 2021년 9%에서 오는 2030년에는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연구에서 생산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산업 전반의 공급망을 역내에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사실상 미국의 ‘칩스법’에 맞서기 위한 것임을 공공연히 밝힌 셈이다.
그러면 우리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유럽반도체법이 발효될 경우, 분명 통상 장벽이 높아지고 해당 지역의 반도체 제조역량이 강화되면서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데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다만 EU에 우리 반도체 기업의 생산시설이 없어, 직접적 영향은 미미할 것란게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식 입장이다.
오히려 “EU 역내에 반도체 생산설비를 확충할 경우, 반도체 장비 분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그 반사이익으로 우리 반도체 장비업체가 활발하게 진출하고, 반도체 생산설비 수출이 확대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낳고 있다.
우리 기업은 본딩(Bonding)과 몰딩(Molding)장비 등 반도체 후공정 장비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즉, 반도체공정에서 웨이퍼 칩과 기판을 접착하는 본딩 공정과, 반도체 소자의 외형을 형성하고 외부환경으로부터 제품을 보호하는 몰딩 과정에서 차별화를 기해왔다. 그러나 아직은 좀더 신중한 자세로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한편, KDB미래전략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유럽반도체법은 공공 및 민간으로부터 430억유로 투자를 유치하여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 자체 예산(110억유로)에서 지원하고, 이외의 자금은 유럽 공동관심분야프로젝트(IPCEI) 및 민간 등으로부터 조달한다.
EU는 본래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20%(’21년 1,111.6억달러)를 차지하는 3대 소비 시장이다. 반면에 공급망 점유율은 9%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같은 구조를 혁신하자는게 이번 유럽반도체법이다.
럽반도체법은 앞으로 유럽의회와 집행부의 승인 절차를 거친 후, 효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그 시점은 대략 6월 중이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