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 개발, 오랜 시간과 천문학적 비용…“AI 모델 구축, 문제 해결”
기존 방식보다 의약품 후보 분자 발견하는 사이클 ‘10분의 1’로 단축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리고,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이에 AI를 이용한 이른바 ‘AI 제약’ 기술 개발이 날로 활발해지고 있다.
흔히 신약을 개발할 때에는 먼저 표적에 해당하는 인간 신체의 단백질을 찾고, 신약 후보인 리드 화합물을 찾아낸다. 그 과정에선 화합물 하나 하나를 대조,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약제를 위한 후보 물질이나 생체 내의 단백질의 수는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에 사실상 그 성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이에 AI를 활용한 약제 개발 기술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다. 이보다 앞서 이런 현실을 감안해 ‘전자약’에 대한 이론적 논의는 이미 수 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다.
신규 약제 대상, 인간 게놈 단백질 ‘소수’ 불과
이 분야 시장분석기관인 ‘휴먼 프로테인 아틀라스’에 따르면 인간 게놈에 코딩되어 있는 단백질은 약 2만개에 달한다. 그러나 그 중 아직 약제로 승인되지 않은, 신규 약제의 표적으로 삼을만한 단백질은 1200개 가량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마저도 안전성이나 효율성, 상업성이 관점에서 부정적 평가가 내려진, 분자 표적치료의 대상이 되는 단백질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제약업계가 새롭게 눈을 돌리게 된 것이 한때는 ‘전자약’이었다. 즉 말초신경계의 이상 신호를 모니터링, 조정하고 치료하는 신경조절 장치, 즉 뉴로 모듈레이션이라고 하는 ‘전자약’이 기존의 약물 치료를 대신할 수 있는 사례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는 구글의 자회사 베일리나, 미국 국방부 등을 중심으로 아직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에는 AI를 적용,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함으로써 개발 시간을 단축하거나 뛰어난 성질을 가진 분자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높다.
역시 시장분석기관인 IRS글로벌에 따르면 AI 벤처기업 주식회사 몰큐어(MOLCURE)는 지난해 “AI를 활용하게 되면 기존에 비해 의약품 후보 분자를 발견하는 사이클을 10분의 1로 단축하고, 10배 이상 많은 신약 후보를 발견하며, 뛰어난 성질을 가진 탐색하기 어려운 분자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AI의 특징 중 하나인 딥러닝(심층학습)을 활용하면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작은 차이나 공통점을 발견하여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대한 의료데이터 축적이 과제
다만 그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AI로 추출한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의료 기관이 가지고 있는 환자의 정보와 진료기록 등의 데이터는 아직 AI에게 학습시킬 수 있는 포맷이 아니다. 이를 활용하려면 포맷을 통일시키거나 스토리지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특히 환자의 정보와 약제의 복용 이력과 같은 의료 정보는 개인정보 보호 및 윤리적인 관점에서 주의해야 한다.”고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제약사 ‘엑사이언시아’사는 AI를 접목한 강박성 장애의 치료제 후보 화합물 ‘DSP-1181’의 임상시험을 지난해 실시하기도 했다. 즉, 약제 개발을 위한 AI 플랫폼을 구축, AI가 만들어낸 의약품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1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이는 세계 최초의 일로 기록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4~5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 제약 단계를 1년 미만에 끝낸 것으로 평가되었다. 앞서 ‘휴먼 프로테인 아틀라스’에 따르면 리드 화합물을 얻으려면 원래 약 2,500개의 후보 화합물을 합성해야 한다. 그러나 AI를 활용하여 350개의 후보 화합물 중에서 리드 화합물을 찾아낸 것이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구글과 영국 제약업계 앞서 나가
이같은 AI 제약 분야는 구글을 중심으로 점차 활성화될 전망이다. IRS글로벌에 의하면 이미 2020년에 82억달러를 넘어선 의료 분야의 AI 시장은 앞으로도 연간 두 자릿수의 평균 성장 속도를 보이고, 2030년에는 1,94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아예 지난 2021년에, AI를 사용하여 제약 사업을 벌이는 자회사인 ‘Isomorphic Labs’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AI 제약에 초점을 두고, 단백질 탐구 등의 메커니즘을 모델화하는 방식으로 약제를 개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분야에선 또 영국도 앞서 나가고 있다. 영국에서는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성과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AI를 활용하여 기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밝혀내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미국에서도 ‘섬유증’을 학습한 AI가 46일 만에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AI 모델이 약물 분자와 분자의 결합을 예측해 7000여종의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 중 가장 적합한 물질 2개를 골라낸 소식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산업분석팀은 앞서 ‘전자약’ 관련 연구를 토대로 “제약에 AI가 활용될 경우 제약사의 개발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여, 안전성과 효율성, 상업성 등을 만족시키는 혁신적인 제약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심지어 IRS글로벌은 “이러한 AI제약과 관련된 최신 정보를 이해하면, 미래의 경력을 만들거나 직장을 옮기거나, 일하면서 정보를 제공하거나 환자를 상대하는 일에도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