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전문가들 “IT강국, 한국의 독자적 생성AI 생태계 와해 목적” 해석
“아예 한국어 ‘바드’로 한국어 데이터 선점, 구글 생태계 편입 의도”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가 최근 열린 구글 'IO 2023'에서 신기술과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월스트리트저널)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가 최근 열린 구글 'IO 2023'에서 신기술과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월스트리트저널)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최근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개발자회의 ‘구글 IO 2023’에서 MS의 챗GPT에 맞서는 자사의 LLM(대형언어모델) 기반 생성형 AI ‘바드’를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영어를 기반으로 보급될 예정이지만, 특별히 한국어 버전과 일본어 버전을 곧 출시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한국을 특별히 배려한 건 결코 아냐”

언뜻 IT강국 한국을 특별히 배려한 듯 여겨지기도 하지만, 또 다른 전문가들은 정반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즉 그 ‘속셈’이 의심된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한국어 버전을 굳이 출시하겠다는 것은 전세계적 구글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한국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미리 해소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한국은 네이버, 카카오 등을 중심으로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LLM 기반의 생성형AI 연구가 활발하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의 경우 18일 KBS ‘홍사훈의 경제쇼’에 출연, “그렇게 되면 한국어로 구축된 데이터가 엄청나게 많을 뿐 아니라, 영어로 된 전세계의 데이터도 한국어로 번역하여 자국의 거대한 데이터 스토리지로 활용할 것이라는게 구글의 예상”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이에 구글은 의도적으로 서둘러 한국어 버전을 만듦으로써, 한국어로 된 방대한 데이터를 자신이 직접 한국어로 수집함으로써 이와 정반대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거의 유일한 ‘독자적 디지털 생태계’ 갖춘 한국을 경계

그에 따르면 구글이 굳이 한국을 겨냥한 이유가 있다. 현재 세계에서 대규모언어모델을 적극 활용해서, 초대형 생성형 AI 기술을 본격적으로 연구, 개발하고 있는 나라는 그다지 많지 않다.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과 중국, 러시아, 그리고 아직 초보 수준이지만 일본이 그 중 하나로 꼽힌다.

그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중앙집권적 통제하에서 정책적으로 자국 포털과 폐쇄적인 디지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반면에 한국의 경우는 완전히 개방된 IT강국으로선, 유례를 찾기 힘든 네이버, 카카오 등 토종 포털이 나란히 1, 2위를 점하고 있으며, 소셜미디어 역시 카카오톡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뛰어넘는 시장경쟁력을 갖고 있다.

또한 아래아 한글(hwp)과 같은 대중적 문서 작성 플랫폼 등 고유의 IT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어떤 나라도 한국처럼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의존하지 않는 자국산 포털이나 IT자산을 갖춘 경우는 없다. 문서 작성 플랫폼만 해도 대부분의 나라와는 달리, 한국에선 아래아 한글이 MS워드를 누르고,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의 생성형 AI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해 일부 중견기업들까지 생성형AI 연구과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이미 상당한 성과를 보일 조짐이다. 이대로라면, 구글 ‘바드’나,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의 GPT와는 별개의 한국형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성할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구글 영역 밖의 ‘한국형 AI생태계’ 차단 속셈”

앞서 박 교수는 “구글은 만약 한국을 그대로 둔다면, 중국․러시아를 제외하곤 사실상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자신들과는 무관한 독자적인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우려한 것 같다”면서 “결국 이번 ‘바드’의 한국어 버전 출시 계획은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이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분명 독자적인 한국형 생성AI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박 교수는 “심하게 말하면, 아예 ‘싹’을 잘라버리고자 하는 의도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같은 분석은 일부 전문가들도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AI 엑스포 코리아 2023’에서 만난 AI플랫폼 구축 업체의 정 모 대표는 “구글이 설마 한국에게 ‘좋은 일’ 할리는 만무”라며, “아마도 한국어 버전을 통해 얻는 결과가 전세계를 망라하는 구글 AI생태계 구축이나, ‘천하 통일’ 과정에서 필수적인 그 ‘무엇’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그 ‘무엇’이란 곧 한국의 독자적 생태계 구축의 가능성을 애초 없애는 것이다.

그래서 또 다른 전문가들 중에는 “구글의 그런 의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내 포털이나 AI 관련 기업들이 좀더 발빠르게 우리만의 생성형AI 기반의 데이터셋을 광범위하게 구축하는 등 튼실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선 네이버․카카오가 주도하는 국내 포털 지형이나, 아래아 한글(hwp)이 건재한 문서작성 프로그램 구도, 카카오톡, 라인(네이버) 등과 같은 소셜 미디어 체제 등 ‘한국형’의 자족적인 디지털 구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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