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 맹추격, “세계 배터리 시장 패권 둔 ‘운명을 건 한판 승부’”
CATL 등 막강 내수시장 바탕, ‘적극 투자와 함께 가격경쟁력 내세워 공략’

2023 국제모빌리티쇼에 배터리가 장착되어 전시된 전기차 차대 모형.
2023 국제모빌리티쇼에 배터리가 장착되어 전시된 전기차 차대 모형.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미국 다음으로 큰 EU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느냐에 따라 한국 배터리 산업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란 지적이다.

최근 EU에서는 대형 전기차 메이저 기업들의 배터리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한․중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을 배제한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과 달리, EU는 늘어나는 역내 배터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중국산을 적극 수입하는 한편, 그로부터 투자도 적극 유치하고 있다.

국제무역통연구원과 한국무역협회 베이징 지부 등이 함께 펴낸 최근 자료에 의하면, 2020년엔 불과 17%였던 중국의 EU시장 점유율은 2022년 34%로 상승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에 한국은 68%에서 64%로 하락했다. 중국 기업들이 미․중 갈등으로 미국시장 진출이 힘들어지면서, 그 대안으로 EU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나선 탓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 기업들은 EU시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배터리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 CATL은 완성차 기업의 수주를 받기도 전에, 헝가리에 10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 LFT배터리 중심으로 적극 공략

중국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EU의 친환경 에너지 관련 인프라 부문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특히 중국은 앞으로 삼원계 배터리, 즉 니켄․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분야에서도 모자라는 기술력을 가격 경쟁력으로 상쇄하면서 EU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NCM 배터리보다 20~30% 저렴한 LFP배터리는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및 소형 모빌리티, 저가형 전기차 시장 확대에 힘입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배터리 제조 장비의 평균 가격은 한국의 약 80% 수준에 불과, 배터리 완성품뿐만 아니라 장비시장도 중국 기업이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연구원은 “이에 반해 한국 기업들은 내수시장이 협소해 대규모 수요에 대응해 본 경험이 부족한데다 자금력과 가격 경쟁력이 열세인 상태로 EU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거대한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내수를 통한)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으로 보유하고 있는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EU시장의 확보가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했다.

특히 “늘어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대응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OEM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를 본격적으로 선정하게 될 1~2년 후가 미래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결정적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3국제모빌리티쇼'에 출품된 기아 전기차 EV9.
'2023국제모빌리티쇼'에 출품된 기아 전기차 EV9.

“중국 추격 따돌리기 위한 정책 지원 절실”

이에 이들 기관은 EU시장에서 중국을 따돌리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재원을 신속하게 마련할 수 있도록 가용한 정책자금을 최대한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 배터리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공급망 강화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첨단산업 설비투자 활성화를 위한 ‘국가첨단전략산업진흥기금(가칭)’을 조성하고, 수출입은행 신용공여 한도를 확대하며, 투자세액 공제의 실효성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현재 입법을 추진 중인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활용, 핵심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배터리 핵심광물을 비축하는데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첨단전략산업진흥기금(가칭)’은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특수목적 기금으로서,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서 육성과 보호를 명시한 분야에 한해 정책금융을 시행하는 내용이다.

이들 기관은 또 한국수출입은행 신용 공여의 한도를 확대함으로써 추가적인 정책금융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반도체, 배터리 등에 대한 경쟁국 기업들의 투자에 비해 우리 기업들은 정책금융기관의 자금 지원이 제한되어 투자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현재 입법을 추진 중인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지원 기본법’의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활용, 핵심광물을 더 많이 확보하고 비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동 ‘기본법’에 규정된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적극 운용, 리스크가 큰 해외 광물자원을 개발하도록 하고, 배터리 핵심광물의 비축 확대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도 요구했다.

EU, “앞으로도 배터리 수요 급증” 전망

한편 EU는 세계 2위의 전기차 판매 지역이자 배터리 수요지역으로서, 앞으로도 배터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일찍이 EU시장에 진출하며, 배터리를 양산해온 우리나라는 EU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해왔으나, 최근 중국 기업들에 의해 빠르게 잠식되고 있다.

EU에선 현지 배터리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소재인 이 지역에 대한 우리 기업의 양극재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생산, 부가가치, 취업 등 국내 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 공급망분석팀 김희영 연구위원 등은 “또한 EU의 배터리 공급망 분야 중 광물, 소재, 장비, 재활용 분야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딸리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독일, 헝가리, 폴란드 등 주요 EU 회원국들은 배터리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투자 여건도 우호적”이라며 적극 진출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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