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용료, 세금 면탈, 불평등 지적재산권 문제 등 ‘비판’ 목소리 높아
문화계 일각, “대통령 방미길, 개선의 계기됐어야” 아쉬움 드러내기도
전문가들 “한국에 4년 간 3조원 투자도 기왕의 투자 패턴의 연장일뿐” 지적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면서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사진=넷플릭스 캡처)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면서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사진=넷플릭스 캡처)

[애플경제 박문석 기자]넷플릭스 CEO가 미국을 방문한 한국 대통령을 만나 “4년 간 3조3천억원 투자”를 약속했고, 이에 국내 다수 언론들도 “고무적”이라며 반기고 있다. 그러나 이는 “넷플릭스의 또 다른 기만”이라는 비판과 함께, 한국시장에서 넷플릭스가 보이고 있는 불합리한 행태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그 어떤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폭리와 세금 면탈, 불합리한 지적재산권 계약 등으로 천문학적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와 뛰어난 콘텐츠 생산능력을 갖춘 한국에서 OTT 열풍에 힘입어 그야말로 손쉽게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래픽 26배 폭증, 그러나 세계적 유례없는 무료 망사용”

우선 SK브로드밴드와 소송이 한창 진행 중인 망사용료만 시비만 해도 주요국에선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란 지적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3년 간 대략 26배나 트래픽이 늘어나면서, 대략 추산하면 연간 5천억원에 달하는 매출 증가를 기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3년간 설비 투자에 매년 8000억에서 9000억 원을 들였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넷플릭스나 구글 등 해외 회사들의 서비스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망사용료를 둘러싼 SK와 넷플릭스 간의 소송은 벌써 4년째다. 그 동안 방송통신위원회 중재와 법원의 기각, 이에 불복한 넷플릭스의 항소 등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지금은 SK측이 아예 넷플릭스에 대해 그 동안의 부당이득을 물어내라며 ‘부당이득 반환 청구 반소’를 제기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번 방미 도중 한국의 대통령이 넷플릭스의 테드 서랜도스 공동CEO를 만난 자리에서도 이에 관한 언급이 없었음을 두고, “민원인을 만난 셈”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SK텔레콤의 영상관제솔루션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의 영상관제솔루션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SK텔레콤)

미국에서도 ‘망중립성’ 폐기, 사용료 징수

앞서 넷플릭스는 망사용료는 ‘공공재’임을 주장해왔다. 또 이미 과도한 트래픽에 대해선 사용자들이 인터넷 요금을 내고 있으므로 ‘이중 과금’이란 주장도 편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는 ‘망중립성’ 자체가 현실에 배치되며, 외국사례도 그렇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인터넷은 전기․수도와 달리 공공재라기보단,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며 팔고 사는 ‘상품’이란 시각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망중립성을 도입한지 3년 만인 2018년에 이를 다시 폐지한 바 있다. 그래서 미국에선 사용량이나 속도에 따라 구글, 넷플릭스 등 인터넷·콘텐츠 회사에 요금을 다르게 징수한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1년부터 망 중립성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있었지만, 미국이 망 중립성을 폐지하면서, 그런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이미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컴캐스트, 버라이즌, AT&T 등 이통사, 프랑스에서는 오렌지 등의 회사들과 망 이용 계약을 맺었다 이에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내야 하는 망 사용료는 2021년의 경우만 약 272억 원”이라고 주장한다.

매출 대부분 미국 본사 송금, ‘비용’처리로 면세

넷플릭스가 그야말로 한국을 ‘호갱’(Stupid customer)으로 삼는다는 비판은 세금과 지적재산권 측면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호구’와 ‘고객’을 합한 이 말은 최근 외신에서도 발음(hogang) 그대로 인용될 정도로 자주 쓰이고 있다.

지난해 이 문제를 두고 학계 인사들이 열었던 ‘국가전략산업․영상 콘텐츠의 국가 경제적 효과와 육성 전략 세미나’에서도 발제자와 토론자 등이 모두 한 목소리로 이를 비판하며,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이들에 의하면 넷플릭스는 한국시장에서 지난해 기준 7천7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호서대 변 모 교수 등에 따르면 그중 대부분이라고 할 6500억원 가량이 로열티나 각종 수수료, 비용 등의 명목으로 미국 본사로 간다. 이는 ‘비용’으로 처리됨으로써 전액 세금 공제되고, 한 푼도 세금을 안 낸다는게 이들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신에 나머지 1천여 억원 정도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 뿐이다. 사실상 ‘절세’가 아닌, 합법적인 탈세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변 교수 등과 같은 국내 전문가들은 ‘비용’으로 처리된 미국 송금 부분을 국세청이 면밀하게 분석하고, 필요하면 과감히 과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출판계 ‘매절’ 방불케하는 불평등 콘텐츠 계약

지적재산권 문제는 더욱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했던 경희대 이 모 교수, 고려대 김 모 교수, 성균관대 장 모 교수 등이 모두 이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 2021년 ‘오징어게임’ 열풍이 불었을 때도 사실상 국내 작가나 배우, 감독에게 돌아온 수익은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애초 지적재산권 계약 자체가 문제있다는 지적이다.

흔히 출판계에서 한때 무명작가나 저작자들을 대상으로 남용하던 ‘매절’(買切) 계약이 대표적이다. 출판계에선 한때 저작권을 토대로 판매액을 기준으로 한 ‘인세’ 계약을 하는게 아니라, 아예 한차례 원고료만 지불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출판 후 책이 많이 팔려서 여러 번 인쇄를 거듭해도 작가나 저자와는 무관하다.

현재 콘텐츠를 생산,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는 한국의 작가, 감독, 배우 등은 모두 이런 ‘매절’ 방식이다. 그렇다보니 ‘오징어 게임’처럼 아무리 세계 각국에서 대 히트를 쳐도,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거의 없다.

현재 국내 문화계에선 이런 넷플릭스의 ‘슈퍼 갑질’을 개선하기 위해 강력한 요구를 하고 있으나, 요지부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유럽, 남미 등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사례는 없다는게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최근 영화 ‘거울 속으로’의 김성호 감독은 최근 페이스북에 “생각도 않고 있는데, ‘아르헨티나 작가협회’에서 내 통장으로 저작료 269원이 입금되었다”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 한참 세월이 지났음에도 저작료가 지불되었다는게 ‘이색적’이란 얘기다. 아르헨티나 등 남미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선 ‘매절’이란 있을 수 없고, 정당하게 저작권료를 지불하는게 상식으로 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압도적인 차이로 국내 OTT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한국시장에서 특히 불합리한 '갑질'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사진=임팩트피플스)
압도적인 차이로 국내 OTT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한국시장에서 특히 불합리한 '갑질'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사진=임팩트피플스)

4년간 3조 투자?…“기존 투자 패턴의 연장일뿐”

이에 문화계 일각에선 “이번 대통령의 방미길에 기왕 넷플릭스를 만나려면, 이런 불합리한 사안들에 대한 개선책도 언급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특히 “4년간 3조3천억원을 한국에 투자하겠다”는 넷플릭스의 호언도 사실 ‘눈가리고 아웅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미 넷플릭스는 오래 전부터 매년 1조 안팎의 투자를 국내에서 해왔다. 그러다가 2021년부터 투자액이 줄기 시작, 2022년엔 8천억원대로 감소되었다. “그런 식으로 계산하면 약 8천억여 원×4년=약 3조3천억원이 되는데, 이는 오히려 예전보다 줄어든 투자 결과인 셈”이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하나마나한 얘기”라고 했다.

그 때문에 “넷플릭스에게 한국시장이 더 이상 ‘호갱’이 되어선 안 되며, 이를 위해선 망사용료 문제를 비롯해 과세 문제, 지적재산권 문제 등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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