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쥐어짜기' 안돼”,'디지털시대의 웹툰제작과 기술 포럼'
"거대 자본력 기반 스튜디오, 웹툰 시장 독식···장르 편중 문제 있어"
"결국 입력은 인간이 하는 것···사람이 사람을 착취하지 않도록"

미드저니로 만들어낸 AI 웹툰 ‘새벽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
미드저니로 만들어낸 AI 웹툰 ‘새벽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 생성형 AI가 대형 스튜디오 중심의 장르 편중 문제를 겪고 있는 웹툰 시장을 개선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다만 AI의 도움을 받는 웹툰 작가들의 생산력 확대를 빌미로 창의력과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움직임을 걱정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2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된 '디지털시대의 웹툰제작과 기술 포럼'에서는 이처럼 웹툰 작가들과 AI와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나왔다.

우선 개회사를 맡은 한국만화가협회 신일숙 회장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AI 기술은 어쩌면 우리 작가들에게 한 간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도, 많은 작가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미지의 세계에 도전했고,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며 또다른 세상을 그려온 만화가들"이라고 강조했다. AI가 가져올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 주저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미지의 기술을 우리의 인식체계 안으로 가져오는 것"을 시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일 열린 '디지털시대의 웹툰제작과 기술 포럼'에 참석한 패널들.
2일 열린 '디지털시대의 웹툰제작과 기술 포럼'에 참석한 패널들.

"AI, 노블코믹스 장르 편중된 웹툰 시장 바꿀 것···‘입력하는 인간’ 지켜야"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텍 한창완 교수는 대형 스튜디오가 로맨스판타지 등 노블코믹스 장르에 치중된 웹툰들을 대량으로 생산하며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환경을 지적했다. 이러한 획일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독창적인 창작능력을 보유했으며 이전에 없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수 있는 작가 개인이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개인의 입장에선 막대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하는 거대 스튜디오들을 이겨내기 역부족인데, 이들의 생산능력을 따라잡기 위해선 개인 작가가 AI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AI를 활용하는 독창적 작가 개인이 기존 웹툰 시장의 편중된 장르 문제를 해결해 장르의 다양성을 지켜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교수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더라도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는 생태계가 형성됨에 따라 웹툰 산업의 저변 확대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음으로 만화문화연구소 이재민 소장은 AI 도구의 획기적인 발전을 남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움직임을 막아야 함을 주장했다. 이 소장은 AI가 빠른 속도로 웹툰 시장에 스며드는 상황 속에서도 "결국 인간이 입력하고 기계가 출력한다는 기본적인 원칙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먼저 언급했다. 그러면서 "(AI를 통해 작업량이) 10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일 수 있게 되면 '일을 3배 시키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의 창의력이 바닥날 때까지 쥐어짜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 그는 "'입력하는 인간'을 지켜내고, 사람이 사람을 착취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AI를 활용하는 웹툰 작가가 결국 '인간'이라는 점에서 작가들이 생산성 확대를 빌미로 착취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소장은 "창의성을 발휘하는 인간이 회복하고, 다음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은 결국 인간의 과제"라고도 덧붙였다. "결국 AI를 통한 웹툰의 발전 방향에 있어서 인간이 인간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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