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들, “감원 직종, 다신 부활 안시켜, AI로 대체, 생산성 높일 것”
글로벌 빅테크, 유니콘 등 1년 여 동안 기술직 25만여 명 감원
“SW․AI엔지니어들, 자신이 개발한 생성AI에게 ‘일자리’ 빼앗겨”

연출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기술매체 '인사이더'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해고당한 프로그래머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침통한 표정으로 남은 동료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인사이더, 게티 이미지)
연출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기술매체 '인사이더'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해고당한 프로그래머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침통한 표정으로 남은 동료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인사이더, 게티 이미지)

[애플경제 박문석 기자] 사람의 일자리를 AI가 대체하는 현실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일까. 최근 기술매체 ‘인사이더’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해고된 직원이 침통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서 작별 인사를 보내는 가운데, 남은 사람들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손을 흔드는 장면이다. ‘인사이더’가 28일 해당 사진과 함께 게재한 기사는 “빅테크는 이제 수 십 만개의 일자리를 줄이는게 아니라, 멸종시키고 있다”고 제목을 달았다.

“수십 만개 일자리, 멸종시켜”

지난 2022년초부터 지금까지 불과 1년6개월도 안 된 기간에 빅테크들이 해고한 인원은 기술인력만 해도 무려 25만여 명에 달한다. ‘인사이더’가 인용한 글로벌 채용 사이트 ‘인디드(Indeed)’에 따르면 나머지 업무 분야를 포함하면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에 따라 수천 개의 직종이 없어지거나 줄어들었다. 문제는 경기가 좋아져도 그 자리를 AI가 채우며, 해고되었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란 점이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 세일즈포스 등 유니콘에 이르기까지 세계 IT 분야의 많은 기업들이 최근 몇 달 동안 자구책으로 앞다퉈 감원 조치를 결행하고 있다. 반면에 신규 채용은 미미한 실정이다. 그나마도 감원이 이뤄진 부서나 직종은 채용 계획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인디드’에 의하면 실리콘밸리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자 구인공고가 1년 전에 비해 50% 이상 감소했다. 더욱이 인공지능이 날로 발달하면서, 앞으로 이들 기업들은 ‘사람’의 일자리를 AI가 대체하면서 신규 인력을 아예 채용하지 않거나, 해당 일자리를 영구적으로 없앨 가능성이 크다.

“사람보다 AI 기반 생산성 제고 시도”

특히 이들 기업들이 최근 기대하고 있는게 이른바 ‘AI 기반 생산성 드라이브’다. 모건 스탠리가 펴낸 메모랜덤은 “특히 금융 분야에서 AI를 기반으로 생산성을 크게 높이는 현상이 큰 기대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IT산업도 마찬가지다. “‘AI 생산성 드라이브’는 해당 산업 전반의 인력을 감축시킬 것으로 전망되며, 앞으로 신규 채용 인력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모건 스탠리는 특히 “깃허브 코파일럿을 활용하면 생산성이 55% 증가한다”는 마이크로소프트 임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해당 임원은 “개발자 등 엔지니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AI 지원 코딩 툴의 잠재력을 높이 사고 있다”면서 “앞으론 대규모 영업 사원을 고용할 필요도 없이, ‘AI 기반 영업 툴’로 대체하면 된다”고 했다.

물론 당장 AI가 엔지니어 직종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진 않는다. 그러나 AI 기반 도구와 워크플로우의 확산은 분명 앞으로 신규 인력 채용을 대거 줄이거나, 아예 중단시킬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한번 잃어버린 일자리는 다신 살아나지 않거나, 훨씬 더 느리게 돌아올 것”이란 뜻이다. 또한 가까운 시일에 엔지니어 파트의 상당 분야 직종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들, 기술직 등 ‘핵심부서’도 가차없이 해고

실제로 알파벳은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파트에 대해서도, 이미 5% 가량 인원을 해고한 바 있는 사이트 안정화 기술팀 수준으로 감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트 안정화 팀은 구글 시스템을 관리, 운영하며, 소프트웨어 기술팀은 구글의 인프라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둘다 구글의 핵심 부서다. 그러나 이들 부서마저 점진적으로 AI로 대체하는 가운데, 인원을 크게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메타는 4월과 5월에도 큰 폭의 정리해고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개월 동안 대대적인 해고와 함께 채용을 중단해온 조치의 연장이다. 회사측은 “정리해고를 완료하면 다시 채용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폭은 크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AI를 접목한) 효율성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자동화 주역들, 스스로 자동화에 떠밀려 해고돼

이러한 추세는 적어도 기술과 SW개발 엔지니어 등의 분야는 AI와 자동화 기술이 범접할 수 없을 것이라는, 그간의 통념을 깬 것이다. 또 새로운 기계(AI기술 포함)가 다른 직업을 대체했을 때에도, “적어도 해당 AI기술을 개발했거나, 기계에 대한 지침서를 작성한 당사자들의 자리를 없앨 수는 없을 것”이란 믿음을 무색하게 했다. 그런 ‘성역’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 최근 여실히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코딩과 AI 개발을 선도해온 엔지니어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들 마저 생성AI 출현 이후 자신들의 일자리가 대체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AI와 디지털 기술로 자동화 작업을 수행해 온 사람들 스스로가 자동화될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프로그래머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기술매체 ‘인사이더’는 “그렇다면 과연 안전한 ‘사람의 일자리’가 세상에 있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기사를 끝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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