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회 ‘MiCA 법’ 의결, 시장왜곡․부정거래 방지 등 총체적 규제
소비자 보호, 범죄 예방, 거래소 투명성 보장 등 촘촘한 규정
“한국 국회 계류 13건 법안도 입법절차 조속히 속개” 목소리

(사진=셔터 스톡)
(사진=셔터 스톡)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코인으로 인한 이른바 ‘강남납치․살해 사건’까지 일어날 정도로 암호화폐 시장 왜곡과 폐해가 심하다. 그러나 시세조종이나 불공정거래, 투자자보호 등을 포괄적으로 규정한 암호화폐(가상자산) 관련 법안 13건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유럽의회(EurpParl)가 20일 사실상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 시장을 총체적으로 규제, 관리․감독하는 MiCA법(Markets in Crypto Assets)과 공동규칙(법안과 동일)을 의결, 공표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찬성 529 vs 반대 29표로 가결…우리 국회와 대조적

EP는 이날 홈페이지 ‘프레스룸’을 통해 “의회는 암호화 자산 전송을 추적하고, 자금 세탁을 방지하는 MiCA법안과 함께, 이를 감독하고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공통 규칙을 승인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강력한 규정을 통해 소비자(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 조작이나 금융 범죄에 대한 보호 장치라는 얘기다. 현재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잠자고 있는 우리 현실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날 유럽의회 의원들(MEP)은 우선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와 같은 가상자산의 송금 등 이전을 추적하고,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규칙인 MiCA법안을 찬성 529표, 반대 29표, 기권 14표로 의결했다.

특히 의회는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대한 감독과, 소비자 보호, 환경 보호에 관한 새로운 공통 규칙에 대해서도 찬성 517표, 반대 38표, 기권 18표로 최종 의결했다. 이 법안에는 시세조종 등 모든 시장 조작행위를 비롯한 금융 범죄에 대한 규제와 함께 고객 보호 장치가 포함되어 있다.

EU 의회의 MiCA법안에 대한 투표 현황.(사진=유럽의회(EuorParl))
EU 의회의 MiCA법안에 대한 투표 현황.(사진=유럽의회(EuorParl))

포괄적인 고객보호, 시장왜곡 방지, 투명거래 명시

우리 국회에 묶여있는 가상자산 관련 법안들과도 이들 법안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MiCA법안과 공통규칙은 자금세탁이나 투명한 거래에 초점을 두는 한편, 포괄적인 고객보호와 함께 시장왜곡과 범죄행위를 방지하는 규정을 촘촘히 담고있다.

마지막으로 합의된 내용에는 시장 조작에 대한 조치와 자금 세탁, 테러 자금 조달 및 기타 범죄 활동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자금 세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ESMA(European Securities and Markets Authority)는 승인 없이 유럽 연합에서 운영되는 암호화폐 공급자나 업체에 대한 공개 등록부를 설정할 수 있다.

암호화폐 거래 승인을 얻기 위해 거래업체들은 모든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에 대한 자세한 백서를 준비해야 하는 등 훨씬 더 엄격한 공개 기준을 마련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경우는 고객 자금을 백업하기에 충분한 현금을 보유해야 하며, 더욱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MiCA는 또한 입법자들이 법안 초안에서 작업 증명에 의한 채굴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으나, 최종안에선 이를 삭제했다. 대신 그에 대한 절충안으로 암호화폐 회사들이 의무적으로 그들의 활동이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하도록 했다. 암호화폐의 높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제공업체는 에너지 소비량을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트래블 룰’ 등 엄격한 규정, ‘투명 거래’ 보장

유럽의회는 “기존 금융 서비스 법률에 의해 규제되지 않는 ‘암호화 자산’의 발행과 거래에 대한 주요 조항을 통해 거래의 투명성, 시장 공개, 권한 부여와 감독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특히 소비자들이 운영과 관련된 위험과, 비용, 가격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도록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의회는 또한 “새로운 법적 프레임워크를 통해 암호화 자산의 공개와 거래를 규제함으로써 시장의 무결성과 금융 안정성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iCA법은 다른 모든 금융거래와 마찬가지로 ‘트래블 룰’을 통해 암호화폐의 송금과 이전을 항상 추적하고 의심스러운 거래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암호화폐의 출처, 거래자에 대한 모든 정보가 거래와 동시에 전달되어야 하며, 송․수신 양쪽에 그 정보가 저장되도록 했다.

이 법은 또한 개인 사용자의 암호화폐 지갑과 암호화폐 공급자가 관리하는 호스팅 지갑 간의 거래 중에서 1,000유로 이상인 경우에 적용된다. 공급업체가 없이 개인 간에 이뤄지는 거래는 제외된다.

“암호화폐 시장, 실추된 신뢰 회복” 기대

이 법안을 발의했던 MEP인 스테판 버거 의원(독일 출신)은 “이로 인해 소비자(거래, 또는 투자자)는 속임수와 사기로부터 보호받을 것이며 FTX 붕괴로 신뢰가 추락되었던 암호화폐 시장은 다소나마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소비자는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갖게 되며, 암호화 자산에 대한 모든 기본작인 리스크를 모니터링 할 수있다”고 밝혔다.

또한 “범죄자나, 테러리스트, 제재 회피자가 암호화 자산을 오용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의회는 “암호화폐 제공업체는 앞으로 범죄 흐름을 감지할 경우 이를 즉각 중지시켜야 하고, 모든 범주의 암호화폐 기업은 철저히 자금 세탁 방지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면서 “이는 국제 표준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야심적인 ‘트레블 룰’ 법안이라고 할 수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들, 일제히 “환영”

그런 가운데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크라켄 등 주요 암호화폐 기업들은 당초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이들 법안 통과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코인베이스는 “신흥 기술이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과 사회적 약속을 인식한 결과”라면서 “EU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반면, 다른 주요 국가와 지역들은 여전히 시장에 대한 명확하고도 견고하고 응집력 있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드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교했다.

바이낸스는 “이번 일을 계기로 규제 환경이 ‘앞으로 이동(진보)’했다”면서 “MiCA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에 대한 명확한 규제를 통해 EU를 ‘Web3 기업’들의 혁신을 견인하고,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더욱 매력적인 장소로 만들 것”이라고 극구 칭찬했다.

바이낸스는 또 “전반적으로 이 법안은 업계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실용적인 해결책”이라면서 자신들도 EU에서 운영되는 암호화폐 거래소로서 명확한 게임 규칙을 마련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즉 “우리는 규정을 완전히 준수하고 사용자를 보호하며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향후 12~18개월 동안 비즈니스에 필요한 변화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크라켄 역시 “MiCA법은 규제의 경계 내에서 진화하기 위한 암호화 자산을 위한 맞춤형의 실용적인 청사진”이라면서 “EU가 이번 법안 취지대로 기술적 구현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한때 높은 입법 목표로 보였던 고객 보호와 비즈니스 효율성을 위한 보편적인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가운데 법안 작성을 주도한 MEP Stefan Berger는 ‘프레스룸’ 자료에 첨부된 이메일 성명을 통해 이제 유럽이 "암호화 자산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를 가진 최초의 대륙"이라고 자부했다. 유럽 대륙이 미국과 아시아 등 다른 지역을 제치고 가장 선진적이고 체계적인 암호화폐 관련 법규와 제도를 앞장서 만들었다는 얘기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의사당에 게시된 깃발.(이미지=EP 홈페이지)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의사당에 게시된 깃발.(이미지=EP 홈페이지)

“우리 정부․국회, 타산지석 삼고 서둘러야” 목소리

이 점에서 우리 국회도 조속한 입법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이미 루나·테라 폭락 사태부터, ‘퓨리에버 코인’ 투자로 빚어진 강남 납치·살해 사건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국회는 이렇다 할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다. 그런 동안에 법 테두리 바깥에 놓인 암호화폐 시장은 시세조종이나, ·다단계 사기 등 각종 불법이 들끓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나 유사법안이 모두 13개에 달한다. 굳이 살펴보면 가상자산업법 제정안 7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4건,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 2건 등이다. 이들 법안은 모두 사용자와 시장에 매우 중요한 조항들을 담고 있다.

즉 가상자산거래업 인가제는 물론,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시세조정행위 금지, 가상자산 공시의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등이 그런 내용이다. 또 가상자산 사업자 진입 규제와 부정거래 금지, 투자자 보호 등과 같은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 이들 법안을 속히 통합하거나,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등의 입법 절차가 속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 더욱 이번 유럽의회의 MiCA법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MiCA법은 유럽 이사회의 공식 승인을 받으면, 그로부터 20일 후에 발효된다. 법의 효력은 EU 27개 국가에 모두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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