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횡령, 허위 시장정보가 ‘관행’, FTX사태 이후 속속 ‘마각’ 드러나
최근 30여 명 CEO, 창업주들 수사와 기소, 수감, 외신들 “붕괴” 표현
‘아웃컴 헬스’, ‘오지미디어’, ‘테라노스’ 등 유명 유니콘들, 법의 심판

최근 실리콘 밸리 수난사의 한층 증폭시킨 SVB 은행 모습.(사진=블룸버그)
최근 실리콘 밸리 수난사를 증폭시킨 SVB 은행 모습.(사진=블룸버그)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아이디어와 창발을 통해 세계 IT산업을 선도한다고 자부해온 실리콘밸리 유니콘과 스타트업들이 그야말로 ‘파멸’을 맞고 있다. 그간 투자자들을 기만하며, 벌여온 사기행각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CEO나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기소되거나 감옥행에 처해지고 있다. 외신들은 “자칫 반세기 ‘실리콘 밸리’ 신화가 무너지며, 붕괴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실리콘 밸리’ 신화 무너질 수도”

특히 FTX사태가 발화점이 되어 이들 유니콘들의 비리는 금년 들어 낱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지난 달 이후 30여 명 이상의 스타트업 창업자와 경영자들이 법의 심판대에 서거나 수감되었다. 이에 AP통신은 ‘테크’ 섹션에서 “그 동안 교묘하게 진실을 가장하며 기만해온 댓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저널’도 “사기행각 잔치는 끝났다”(Faking it is over)고 캡션을 달며, 지난 주 창업 투자 스타트업 ‘프랭크’사의 찰리 제이비스 창업주가 맨해튼 지방법원의 현관 앞 ‘구리’로 된 난간을 나서는 사진을 큼지막하게 실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그런 징후는 엿보이기 시작했다. 고금리와 긴축, 인플레이션, 그리고 FTX와 같은 대형 사고로 인해 이들 유니콘과 스타트업 세계엔 이미 돈줄이 마르기 시작했고, 이들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려왔다. 실적도 악화되면서 전과 달리 투자자들은 이들의 (투자) 요구 사항을 좀더 꼼꼼히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마침내 ‘(투자자들을) 속일 수 있는 한 속인다’는, 이들만의 음흉한 매뉴얼(?)이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주 간 수많은 유니콘 창업주들 법정에

결국 그 마각이 드러나면서 최근 상당수 유망한 유니콘과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법정에 서기 시작했다. ‘더 인포메이션’이나 ‘월스트리트저널’ 등을 통해 지난 2주 간 간헐적으로 보도된 사건들만 봐도 실감할 수 있다.

투자 금융 스타트업 ‘프랭크’사의 창업자인 찰리 제이비스의 경우 고객 데이터를 부풀리며 속인 혐의로 체포되어 기소되었다. 또 광고 소프트웨어 회사인 ‘Outcome Health’의 창업자인 리쉬 샤 역시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사기를 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헬스 케어 업체로서 혈액 분석 기업인 ‘테라노스’사의 창업주인 엘리자베스 홈즈 역시 투자자들에게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녀는 오는 27일 1심 최종선고를 통해 최장 11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사건은 모두 지난 보름 간에 있었던 것들이다.

이보다 앞서 유명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스타트업인 ‘오지 미디어(Ozy Media)’사의 창업주인 카를로스 왓슨과, 역시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Slync’사의 창업주인 크리스토퍼 커치너 등 두 사람도 지난 2월 투자자 사기 혐의로 체포되거나, 기소된 바 있다. 특히 ‘오지 미디어’는 이미 2021년부터 ‘뉴욕타임스’가 투자자 사기와 횡령 의혹을 보도한 후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FTX사태를 부른 샘 뱅크먼 프리드.
FTX사태를 부른 샘 뱅크먼 프리드.

유니콘․스타트업들의 ‘수난사’는 이제부터 ‘시작’

그러나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들의 수난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또 다른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헤드스핀’사의 공동 창업자인 매니쉬 라흐바니의 사기․횡령 혐의 재판도 오는 5월에 있을 예정이다. 세계 암호화폐 시장을 뒤집어놓은 FTX 샘 뱅크먼 프리드의 13가지 혐의에 대한 재판도 하반기에 속개될 예정이다.

앞서 우버, 위워크(WeWork) 등 유니콘의 선두 주자들도 유사한 스캔들로 처벌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유니콘의 창업주들은 그 동안 “고객들을 ‘미래세계’로 이끈다”며 비전과 실적을 부풀리길 밥먹듯 하면서도 용케 법망을 피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창업’으로 포장된, 사실상의 ‘투자 사기’를 통해 성장해온 이들의 흑역사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지난 10여 년 ‘전성기’ 끝나고, 급속한 내리막

애초 이들은 한때 ‘좋았던 그 옛날’을 구가한 바 있다. 2010년대 10여 년 간 실리콘 밸리 유니콘과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가 무려 8배나 증가한 3천440억 달러에 달했고, 스타트업 리서치 기관인 ‘피치 북’에 따르면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액을 기록한 유니콘이 1,200개 업체에 이르렀다.

그러나 ‘쉽게 번 돈’이 쉽게 흩어지듯, 최근 자금난에 처하면서 이들은 투자자를 구하느라 혈안이 되었다. 에어비앤비 CEO인 브라이언 체스키는 트위터를 통해 FTX사태 이후 벌어진 이런 풍경을 두고 “사이키 조명 아래 광란의 나이트클럽 춤판에 환한 조명이 밝혀졌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사실 초창기엔 대부분 투자자들이 스타트업들의 비리를 알고도 웬만해선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게 관례로 통했다. 만약 법적으로 가면, 이들 영세업체들로부터 자금을 회수하기 어렵고, 투자자 자신들로서 명성에 신뢰도나 명성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우려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상황이 변했다. 이들이 수 십억 달러 규모의 유니콘으로 성장하고, 초창기와는 달리 헷지 펀드나 투자 조합, 뮤츄얼 펀드 등이 그야말로 ‘투자 게임’에 뛰어들면서 투자액도 천문학적 규모가 된 것이다.

그래서 손해를 보거나 아예 날라가버릴 투자 자금도 커졌고, 투자자들의 산법과 태도 또한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미 법무부와 검찰이 한층 적극적으로 이들 민간 스타트업들의 비리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그 동안 세계 테크 유니콘 세계의 내로라하는 ‘스타급’ 명망가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기 시작한 것이다.

수많은 유니콘과 스타트업들이 참가한 '2023 CES'의 모습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수많은 유니콘과 스타트업들이 참가한 '2023 CES'의 모습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미 수사당국도 ‘비리 수사’에 본격 돌입

10억 달러 자산 가치를 지닌 ‘메시징 앱’ 개발업체인 IRL도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더 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이 업체 역시 투자자들에게 앱 사용자들의 숫자를 부풀리는 등의 행각으로 인해 보안과 외환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세탁물 배송 전문업체인 ‘럼비’사 역시 투자자들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이 회사는 펀딩을 위해 자금 운용 내역을 조작한데다, 창업주가 170만 달러를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40억 달러 규모의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업체인 ‘올리브’사도 비윤리적 행태가 문제되고 있으며, e-커머스 업체인 ‘네이트’사는 AI를 적용하고 있다는 허위정보를 유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물론 ‘네이트’사는 일단 이런 언론 보도를 부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간의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 모든 사건들로 인해 현재 실리콘 밸리를 비롯한 미국 내 벤처 캐피털들은 극도의 공포감에 사로잡혀있다. 한때 ‘제2의 스티브잡’ 시대를 공언하며 장밋빛 미래를 장담할 때는 연금이나 심지어 대학교, 부유층 등으로부터 투자금이 쏟아졌다.

그러나 스타트업들의 ‘막장 사기극’이 낱낱이 밝혀지면서 이들은 이제 본의 아니게 소송이나 파산 신청, 법정 증언 등 ‘사기 피해자’ 역할을 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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