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M 지역시범서비스 및 산업육성 전략 포럼’서 전문가들 주장
"eVTOL 정비 시설·통합 관제시스템도 필요, AAV 전문인력 양성해야"
오는 8월 실증사업 ‘K-UAM 그랜드 챌린지’서 1단계 추진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 교통체증과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는 UAM(도심항공교통) 상용화를 앞두고 안전한 인프라 구축과 중앙정부·지자체·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최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래형 항공기체를 실제로 하늘길에 띄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시범사업과 실증 이후에 본격적으로 실용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UAM 산업 성패를 판가름할 주체로 정부보다도 지자체가 꼽히고 있다.
13일 열린 'UAM 지역시범서비스 및 산업육성 전략 포럼'에서는 UAM 상용화의 조건과 전망을 논의하며 이같은 주장이 나왔다.
"eVTOL 정비 시설·관제 인프라 필요···AAV 전문인력 양성해야"
포럼의 첫 발표자로 참석한 전정규 한화시스템 부장은 "eVTOL(전동 수직 이착륙기) 기체 정비 시설, 통합 관제시스템, 그리고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이 있어야 시범 서비스가 가능하고 산업도 육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UAM 운항 환경에 적절한 CNSi(통신·항법·감시·정보 모두를 아우르는 시스템) 기술과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해 안전과 대중 수용성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UAM을 포함한 다양한 AAV(미래형 항공기체)의 종합비행성능 시험을 수행하는 시설과 실시간 비행안전성 모니터링을 위한 비행시험장 관제타워도 필요하다.
특히 UAM은 항공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주파수를 사용할 것으로도 예상돼 별도의 선제적인 주파수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 부장의 입장이다. 또 이러한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꾸준히 키워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글로벌 AAV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산학협력 생태계를 구성해 AAV 조종 인력, 관제사를 적극 양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UAM 상용화에 지자체 역할 클 것···민간기업 도와줘야"
도심에서 UAM 서비스가 원활하게 운영되는 것을 가로막는 요소는 인프라 부족뿐만이 아니다. 한국교통연구원 김명헌 부연구위원은 "버티포트(UAM의 이착륙장)를 새롭게 지을 때 도시계획부터 시작해 인허가까지 많은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자체의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거의 모든 사업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지자체가 '날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우춘 첨단항공우주기술 연구소장도 "중앙정부가 레거시 항공을 주도하는 것과 달리, UAM은 지역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한국은 한화시스템, 대한항공, KT 등 민간기업이 정부와 협력해 UAM 실증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직 걸음마 단계인 UAM 산업을 서비스 단계까지 발전시켜 수익을 얻을 수 있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최승욱 국토교통부 도심항공정책 과장은 이를 "10년간 밑빠진 독에 물 붓는" 상황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결국 민간기업이 초반의 적자를 감수하고 (UAM) 사업에 뛰어드는 데에는 시범사업 지역의 매력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UAM 관련 기업을 지역으로 끌어오기 위해선 그 지역 지차체가 나서 지역적 특색이나 강점, 비전을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사업 초기에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민간기업을 위해 정부 또는 지자체가 이들의 손해를 어느정도 메꿔줘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나왔다. 최 과장은 "과거 수상택시 사업이 잘 되지 않았던 이유에는 스타트업의 '죽음의 계곡' 문제처럼 사업 초기를 어떻게 잘 넘어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 때문"이라며 "정부나 지자체는 UAM 사업을 함께 할 민간 컨소시엄과의 지속가능성을 심도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이날 포럼에선 UAM 상용화에 앞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UAM 관련 법과 기존 항공3법 간의 조화 ▲UAM 사용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보험 설계가 언급됐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20년 6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로드맵'을 발표하며 UAM 서비스 최초 상용화 시점을 2025년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민관합동 대규모 실증사업인 'K-UAM 그랜드 챌린지'를 진행해오고 있다. 그랜드 챌린지는 전남 고흥에서 오는 8월부터 내년 12월까지 1단계를 진행하며, 이후 2단계는 도심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행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기상청이 진행하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안전운용체계 핵심기술개발'이 국가 연구개발 예비타다당성조사(예타) 대상으로 선정돼 UAM 업계에서는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