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전문가들 참석, ‘블록체인, 토큰증권 시대를 준비하다’ 컨퍼런스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 각계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웹3 시대 블록체인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과 토큰 증권의 제도권 편입 등에 관해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주관으로 ‘블록체인, 토큰증권 시대를 준비하다(2023 BCMC) 컨퍼런스’에선 ‘블록체인 혁신’에 대한 새로운 담론들이 오고감으로써 주목을 끌었다.
먼저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는 개막 연설을 통해 이 행사들의 주요 시사점으로 스타트업의 부상과 인간을 위한 기술 두 가지를 선정했다.
최 교수는 CES에 참석해 혁신상을 쓸어모은 한국의 스타트업을 언급하며 "이제는 큰 기업보다는 작고, 빠르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스타트업이 중심이 될 것"이라며 "예전과 달리 점자 기술 등 인간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곧바로 돈이 되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CES와 MWC를 직접 다녀온 최 교수는 지금이 기술 폭발 직전의 잠잠한 상황인 '밀운불우(密雲不雨)'라며 "다가오는 6G 시대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G 시대가 다가오면 기술적 혁신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만큼, 이에 만전을 기하는 주체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 기업도 코스닥 상장할 수 있도록···연결·신뢰의 가치 고민해야"
박상환 KISA 단장은 "거시경제 불안이 증폭되면서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웹3을 통해 블록체인은 곧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박 단장에 따르면 올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공공분야 6개 과제와 민간분야 6개 과제를 각각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공공분야에서는 ▲1000만명 수용이 가능한 블록체인 온라인 투표 ▲디지털 배지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 서비스 등이 있다. 민간 분야에선 배터리 잔존 수명 인증 서비스를 진행해 전기 중고차 거래의 신뢰성을 강화한다. 폐식용유의 유통 및 가공 이력 기록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그간 신뢰성이 담보되지 못했던 해외 진출을 도모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블록체인 수요자와 공급자 간 협의체를 구축하는 등 생태계를 활성화한다. 박 단장은 "국내 블록체인 기업 최초로 코스닥 상장사가 탄생하는 데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장항배 중앙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중 가장 중요한 기술은 '연결'에 관한 것"이라며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은 현실공간과 가상의 사이버 공간이 점진적으로 융합하는 과정을 거쳐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실의 전기가 흐르지 않았던 사물들 간 연결을 뒷받침하는 신뢰가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장 교수는 DID 기술에 대해선 "단순한 인증이 아니라, (현실과 가상의) 공간 일체화 과정에서 그간 기관과 기업이 대신 해왔던 '나'에 대한 신뢰를 나 자신이 직접 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라며 "개인에 대한 신뢰를 보증하는 것이 DID이며 개인의 소유물에 대한 신뢰는 NFT 기술이 담보하는 것에서 나아가 상업적 거래에 대한 신뢰를 STO가 담당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STO를 비롯한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ESG를 제대로 고려하고 있는지, 엔드포인트(end point)에 위치한 고객들의 실질적 수요를 충족하는 상품인 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음을 강조했다.
"증권형 토큰, 스타트업과 개인 투자자에게 새로운 기회···위험 줄이고 자산가치 높여"
이날 컨퍼런스는 두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은 '토큰증권 시대의 개막'이라는 주제로 토큰증권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김덕진 미래사회IT연구소 소장은 STO가 "실물자산·중앙화·제도권의 IPO와 탈중앙화·비제도권의 ICO 사이에 위치한 것"이라며 "다양한 자산들이 모두 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토큰화 증권(Tokenized Security)과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언급했다. "국내에서 논의되는 것은 미술품·부동산 등의 자산 소유권을 토큰으로 발행한 전자가 대부분이며 후자에 대한 논의는 미미한 편"이라고도 지적했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스타트업이 자산을 유동화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발행하는 것이 있다. 김 소장은 "스타트업이 본인 자산을 개방하면 개인이 단돈 만원이라도 이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돼 미국에서는 (증권형 토큰 발행을 통해) 스타트업에게 새로운 기회들을 제공해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토큰 증권의 장점으로 "자산을 조각조각 나눠서 팔거나 유통할 수 있어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자산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금융행위가 가능해진다"며 "비대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거래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정의헌 람다256 실장은 성공적인 사업화 전략에 초점을 맞춰 발표를 이어갔다. 그가 제시한 토큰증권의 세 가지 주요 축은 ▲사업이 가능한 범위 ▲기술 표준 ▲법 적용 시기(사업 개시 시점)이다. 범위 측면에서는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발행·인수·주선한 증권의 중개를 제한한다'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이 분리된다는 점이 큰 논쟁거리가 됐다는 것이 정 실장의 설명이다.
정 실장은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앞서의 세 요소를 모두 고려해 ▲보안성·안전성을 갖춰 지속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전문기술기업과의 제휴 ▲자신의 사업 포지션에 따른 다양한 파트너사와의 제휴 ▲영화·게임·기타 엔터테인먼트 등 기존 증권시장에 없었던 유망한 증권상품 발굴 ▲유동성 극대화 등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중 그는 증권상품 발굴에 있어서 대중에게 친숙하지만 기존 증권시장에 편입되지 않았던 음악 저작물을 조각투자 대상으로 삼은 '뮤직카우'가 특히 혁신적이라고 평가했다.
"토큰증권 사업에서 증권사 역할 강하다"
정연미 NH투자증권 부부장은 "결국 토큰 증권 산업에서는 증권사의 주도권이 강할 것"이라며 "블록체인원천기술 자체가 금융권에 안착하느냐 포섭되느냐를 판단하는 기로가 열린 셈"이라고 예측했다. 토큰 증권의 발행과 유통 중 증권사가 집중하는 분야가 무엇이냐에 대한 일각의 질문에는 "증권사마다 답이 다르겠지만 우리는 둘 다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통과 발행이 모두 가능한 튼튼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증권사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증권사가 토큰 증권 사업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부분으로 정 부부장은 ▲신종증권에 대한 증권을 인수하는 IB 업무 ▲신탁기관으로서의 자금 및 사무 관리 ▲토큰증권의 장외거래중개업 ▲신규 토큰증권 투자 중계를 언급했다.
"제도적 개선 필요···'탈중앙화' 블록체인 원칙 퇴색 우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금융위의 가이드라인에서 예측할 수 있는 법적 변화를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금융위가 앞으로 분산원장 방식의 계좌관리를 허용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현행 전자증권법상 '전자등록부' 상의 기록이 있어야만 권리추정력이 인정되고 있는데, 앞으로 분산원장상의 기록도 인정하겠다는게 정부의 지침이다.
다만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은 중앙화된 기록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현행 전자증권법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게 문제다. 이에 금융위는 전자증권법 개정 전까지는 임시로 분산원장과 계좌부를 병행해 운영하는 '미러링 방식'을 활용해 오고 있다.
그는 "세계적으로 토큰증권의 발행을 위한 제도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며 "다만 국내는 향후 제도적 개선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질권 설정 방법과 지갑(월렛)이 지시하는 바가 무엇인지 등 더 논의가 필요한 지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자본지장법의 경우 법률안 제정에 있어서 국회 상황도 뒷받침 돼야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권혁준 순천향대 교수는 정부의 STO 가이드라인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가이드라인이) 전통적인 자본의 틀 안에서 토큰 증권을 다루겠다는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번 가이드라인에 담긴 발행·유통 분리 원칙에 대해 "블록체인 기술은 발행과 유통이 결합된 구조에도 신뢰 확보가 가능하다"며 분리 원칙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예탁결제원의 토큰증권 발행심사와 총량관리 원칙에 대해서도 "블록체인 기술의 의도가 퇴색할 것"이라며 "결국 토큰화 과정에만 블록체인이 활용되고 이외의 과정은 현행법 상에서 이뤄져야 하는 그림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예탁결제원의 권한이 비교적 큰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블록체인의 기본 원칙인 '탈중앙화'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토큰증권 대상의 범위와 한도를 제한 ▲계좌관리기관의 토큰증권 발행 ▲한국거래소의 디지털자산시장 개설이 시장으로 신규 플레이어(player)가 진입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 기존 증권사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CBDC, 국경 간 거래 혁신···블록체인으로 투표 신뢰성 높여"
다음으로 이어진 세션 2에서는 '웹3 시대, 그리고 블록체인 혁신 서비스'를 주제로 웹3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와 혁신 서비스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최선미 ETRI 박사는 "우리가 지금 웹3 한 가운데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챗GPT, 클라우드 등에서 데이터의 집중을 통한 규모의 경제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웹2의 독점 문제, 알고리즘 편향, 개인정보 침해, 데이터 신뢰하락, 보안 문제 심화 등으로 인해 웹3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웹3 생태계의 미래 청사진으로 ▲영지식 증명 등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 수요 확대 ▲DAO를 통한 거버넌스 이슈 해소 ▲기후변화, 글로벌 공급망 등 산업적 부분에 국한되지 않는 블록체인 기술 ▲사이버보안 정비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국경 간 거래에서 활용됐을 때 엄청난 혁신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에 따르면 국경 간 결제 시스템에 활용되고 있는 환거래뱅킹은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많은 부담이 있었다. 이 뱅킹 방식을 국경 간 거래가 가능한 CBDC가 대체하면 빠르고 안전하게 결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게 이 위원의 설명이다.
CBDC가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CBDC에 이자를 지급하게 되면 새로운 금리체계가 형성될 수 있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할 뿐 실제로는 빠른 시일 내에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예금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CBDC가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약회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뱅크런과 같이 은행 예금이 대부분 '무위험'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로 전환되는 '디지털런'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중국 포함 대부분의 나라의 CBDC 메커니즘에 따르면 유통을 은행이 하고 있기 때문에, CBDC 도입으로 은행의 역할이 크게 바뀌거나 기능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아울러 중국의 CBDC를 통한 '달러 패권 종식 의도'를 다루는 일각의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중국의 CBDC는 국내용으로, 언론에서 말하는 만큼 국제적 영향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궁극적으로는 국경 간 거래가 가능한 CBDC가 나오기는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이 위원은 CBDC가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을 허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컨대 도매용에서 증권 인도와 동시에 대금결제가 이뤄지게 스마트계약을 프로그래밍하면, 바로 실시간 결제가 이뤄지고 거래상대방위험도 줄어든다"는 식이다.
오현옥 지크립토 대표는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시스템 지케이보팅(zKvoting)을 설명했다. 오 대표는 "기존 투표 시스템에서는 개표 결과에 대한 불신이 있고 전자 투표 기기는 해킹 위험성이 있다"며 "지케이보팅은 블록체인과 영지식 증명을 통해 신뢰성 높은 비밀투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정치권에서는 민의를 즉각적으로 반영해 정책을 설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며 "유권자의 여론을 빠르고 안전하고 저렴하게 반영할 수 있는 블록체인 투표를 통해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