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스타트업 조사, “전 세계 스타트업 창업자 중 15%만이 여성”
호주․뉴질랜드, 북미 등이 높고, 유럽․아시아 낮은편, 북아프리카․중도 최하
“첨단 기술 자랑하는 IT업계, 의외로 양성평등 사각지대”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가장 첨단을 달린다는 기술기업, 특히 테크 스타트업들 역시 남성 중심의 생태계가 확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스타트업 전문매체인 ‘게놈스타트업’에 따르면 전 세계 테크 스타트업 창업자의 15%만이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게놈스타트업은 2016년 9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67개 글로벌 생태계, 즉 산업 지역이나 도시를 대상으로 5,469명의 기업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이미 경험(그간의 통념)을 통해 알고 있는 것을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듯, 기술 스타트업 세계는 여전히 남성 위주”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전체 조사 지역이나 도시의 31% 정도만, 적어도 한 명의 여성 창업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더욱이 그 지역이나 도시에 속한 스타트업 창업자들 중에선 불과 15%만이 여성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게놈스타트업은 “기술 스타트업과 확장 가능한 벤처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창업자가 몇 명이고, 그 중 여성이 몇 명인지 선택하도록 했다”면서 “그 결과는 기술 스타트업 창업자 중 역시 여성이 소수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는 그다지 놀라운 현상도 아니다”고 평했다.
여성 창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조사 결과 지역과 도시, 국가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오세아니아, 즉 호주와 뉴질랜드, 뉴기니 등 남태평양 지역이 21.6%로 여성 창업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호주의 브리즈번은 창업자의 43%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끌만하다.
다음으로 미국과 캐나다가 두 번째로 높았다. 그러나 겨우 평균 15.7%에 그쳤다. 그 중 시카고 스타트업들은 비교적 높은 수치여서, 전체 31%의 창업자가 여성이었다. 그 다음으로 아시아가 14.9%, 그리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도 평균 14%를 나타냈다. 그나마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은 15.3%로 이 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특히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은 여성 창업자 비율이 10%로 가장 낮은 지역이었다. 이슬람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지역도 예상외로 여성 창업자 비율이 낮았다. 독일 뮌헨이 대표적이다. 이 도시의 스타트업 설립자 중 불과 5.6%만이 여성이었다. 프랑스 파리는 흔히 개방적이면서 선도적인 기술 생태계로 알려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에 의하면 여성 창업자의 숫자는 평균 8%에 불과했다.
유럽의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IT생태계가 발달한 아일랜드 더블린의 경우도 여성 창업자는 평균 24%에 불과했다. 조사에 따르면 유럽 지역 절반의 지역에선 여성 창업자들이 전체 스타트업 설립자의 불과 11%에서 17%에 그쳤다.
이는 게놈스타트업이 앞서 2021년 유럽에서 IT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을 조사한 연구와 대체로 일치하는 결과다. 그간 2년 여가 흘렀지만 여전히 변한게 없다는 얘기다. 당시에도 유럽의 여성 기술 스타트업 설립자는 전체의 15% 미만이었고, 그 중 상위 25개 도시에서도 기술 분야 일자리의 평균 25%만 여성이 차지했을 정도다.
여성 창업자가 가장 많은 스타트업 지역은?
조사된 67개 지역 중 브리즈번과 마닐라만이 50% 이상의 여성 창업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브리즈번은 무려 72%에 달했고, 마닐라도 52.6%에 이르렀다. 이들 도시는 남성보다 여성 창업자가 더 많다는 뜻이어서, 그야말로 ‘여성 상위’를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또 미국의 시카고도 46%에 달했고, 뉴질랜드 45%, 더블린 42%, 디트로이트 41%, 캐나다 핼리팩스 40%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의 서울과 부산이다. 게놈스타트업 측이 굳이 조사 보고서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회사가 제시한 스타트업 맵(map)은 색깔을 통해 그 비율을 표시하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서울은 약 20%선, 부산은 30%에 육박하는 여성 스타트업 창업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놈스타트업은 “이같은 수치는 세계 전체 상황의 일부분에 불과한 것이지만,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는 양성 평등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