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 틱톡, 캡컷, 셰인 등…미국 최상위 인기 앱스토어 1~4위 장악
직원들 비인간적 착취, 파격적인 저가공세,, “미국 젊은이들에 인기 폭발”
백악관 “틱톡 美기업에 팔아야” 압박, 틱톡 CEO 의회 청문회 출석

중국 앱의 이미지. (사진=월스트리트 저널)
중국 앱의 이미지. (사진=월스트리트 저널)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미국 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10개 앱, 특히 랭킹 5위권 중 1~4위를 중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앱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으로선 초조할 수 밖에 없다.

틱톡 CEO 슈지 츄가 미 의회의 청문회에 출석, 강도 높은 추궁과 질문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 26일자(한국시각 27일)는 “왜 미국이 젊은이들이 유독 중국 앱을 그토록 좋아할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며, 장문의 분석기사를 게재해 이같은 미 당국의 초조한 심정을 반영하고 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체로 중국의 거대한 인구와 소비시장 덕분에 베타버전에 대한 광범위하고 충분한 사전 테스팅이 가능하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또 사업 초창기에 강력한 중국 정부의 지원도 한 몫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조직 구성원들끼리의 ‘무자비한 경쟁’, 그리고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고혈’까지 짜내는 식의 착취가 가장 큰 경쟁력의 무기가 된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美 상위 5개 앱 중 겨우 ‘페이스북’만 5위

그 결과 시장 조사 기관 ‘센서 타워’에 따르면 3월 첫 3주 동안 미국 앱 스토어에 출시된지 7개월 밖에 안된 쇼핑앱 테무(Temu)가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으로 나타났다. 소셜미디어 틱톡이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고, 틱톡의 동영상 편집 전문 자매 앱엔 캡컷(CapCut)이 3위, 그리고 패스트 패션 소매점인 쉰(Shin)은 4위를 차지했다. 상위 5개 앱 중 유일하게 중국어가 아닌 앱으로 겨우 페이스북이 5위에 올랐다.

‘센서 타워’에 따르면, 작년까지만 해도 중국 남부 광둥성에 뿌리를 둔 공급망을 가진 센(Shen)은 최근까지 미국에서 최고의 쇼핑 앱이었다. 그러다가 작년 홀리데이 쇼핑 시즌에 맞춰 미국에 출시된 테무가 4분기 만에 셰인의 두 배가 넘는 1,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셰인처럼 테무도 미국의 보따리 상인들과 중국의 제조업체를 직접 연결하는 식으로 중간 상인을 배제함으로써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운게 주효한 것이다.

(사진=센터 타워)
(사진=센터 타워)

미국 소비자들이 중국 회사들이 만든 앱 생태계에 얼마나 몰입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WSJ에 따르면 틱톡(TikTok)에 대한 워싱턴의 견제와 관심은 새삼 중국 앱이 미국 젊은이들의 삶의 구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무엇때문에 중국 앱이 그토록 인기가 있는지를 전문가들이 고민하게 했다. 결론은 “중국의 거대한 인구와 시장, 비인간적이고 치열한 경쟁과 자체 검증을 반복하며 개인의 모든 역량을 쏟아내게 하는 조직문화 등이 서방의 어떤 기업들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게 하는 것”이란 얘기다.

우선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5개의 앱 중 4개가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알고리즘은 그들만의 시크릿 소스로 통한다.

CNN은 26일 이번 틱톡 CEO 청문회를 주도한 캐시 로저스 의원에게 “틱톡이 정보를 중국정부에게 빼돌린다는 증거가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로저스는 “아직 뚜렷한 증거를 포착하진 못했지만, 이미 중국 정부는 민간업체가 수집한 모든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고 틱톡의 ‘스파이’ 행위를 기정사실화했다.

거대한 국내 시장에서 기술과 경쟁력 축적, 해외 진출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WSJ나 뉴욕타임즈는 “중국 기업들은 자국 내의 거대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시장 경쟁력으로 서구의 경쟁자들을 앞지르고 있다는 사실은 흔히 (서방진영의 당국자들이) 외면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수십 년 전부터 중국이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아오며, 우위를 점하게된 것과 같은 이치란 뜻이다.

특히 중국의 테크 기업들은 제품의 품질과 기능을 지속적으로 미세 조정하기 위해 저렴한 인력 풀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틱톡에 투자한 VC의 한 관계자는 WSJ에게 “조직 구성원 모두가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그들의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 과연 중국 기업들의 조직문화는 어떠하길래, 이런 결과가 나올까. 앱으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차이나 붐’은 애초 중국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고, 규제도 심해지면서 젊은 테크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비롯되었다.

또한 중국 사정을 잘 아는 투자자나, 엔지니어,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특히 미국의 앱 시장을 노리고, 천문학적 돈을 아낌없이 쓴다. 또 중국 내 10억 명의 인터넷 사용자를 활용하여 사용자 선호도를 테스트하고, 국내에서 AI 모델을 최적화한 다음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틱톡의 전 수석 엔지니어인 구오 유는 “사용자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길 반복하면서, 그에 맞지 않는 수많은 제품이나 기술은 아낌없이 폐기 처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앱 순위 1위인 중국의  쇼핑앱 '테무'의 홈페이지.
미국 내 앱 순위 1위인 중국의 쇼핑앱 '테무'의 홈페이지.

중국기업들, ‘경마장’과 똑같은 조직 문화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ByteDance)에 근무했던 전직 엔지니어들은 이 회사를 두고 ‘경마장’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조직 문화가 마치 경마를 방불케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 일색이란 얘기다. 여러 팀이 동종의 제품이나 기술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후 우승 팀에게는 더 많은 리소스가 제공되고, 다른 팀의 버전은 가차없이 폐기된다. 이를 두고 “직원들은 회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고 경쟁만 부추기는 모습을 ‘냉혹하다’고 느끼기도 한다”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또한 바이트댄스는 사용자들의 선호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표준화된 프로토콜, 시스템, 세부적인 메트릭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며칠 만에 새로운 업데이트를 롤아웃할 수 있다고 전한다. “예를 들어, 틱톡의 대표적인 단일한 라인 스크롤은 인스타그램의 ‘탐색 탭’과 유사한 두 개의 라인 버전을 포함한 여러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만든 후 정착한 설계”라는 것이다.

또한 경쟁적인 테스트의 이면에는 사용자 피드백을 위한 평가를 반복하며 장시간의 설문 조사가 이어진다. 다만 기술 인력은 그 성과와 생산량에 따라 몇 개월의 추가 급여를 보너스로 지급받을 수도 있다. “특히 테무(Temu)를 만든 중국의 플랫폼 ‘핀둬둬(Pinduoduo, PDD)’는 업계에서 이처럼 까다로운 작업매뉴얼로 유명한 곳이다.

마케팅과 시장 공략에 무한 자금 살포

PDD는 2022년 연구개발 투자가 1년 전보다 15% 급증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인재를 유치하는데 쓰였다. 이 회사의 쇼핑앱 테무의 활성 구매자는 2017년에서 2020년 사이 2억 4,480만 명에서 7억 8,840만 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또 분기별 판매나 마케팅 비용이 매출을 초과하곤 했다. 주로 광고로 돈을 버는 이 회사는 2021년 2분기에 상장한 후 처음으로 수익을 내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테무가 미국 젊은이들을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그런 노력 덕분이다. 셴(Shen)이나 테무는 모두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사용자들이 자신들을 마음껏 평가하도록 하고, 대신에 앱 다운로드를 받으면 즉시 쿠폰이나 각종 인센티브를 무한정 제공한다. 심지어는 페이스북 배너에서부터 각종 이메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매체를 통해 잠재적인 구매자들을 맹렬하게 공략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테무로선 최초로 슈퍼볼 광고가 나가기도 했다.

물론 세계 시장을 노린 중국 기업들의 시도가 항상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알리바바의 국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알리 익스프레스’는 설립된 지 13년이나 되었지만, 미국 시장에선 아직 낯선 존재다. 또 바이트댄스가 처음으로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며 출시했던 ‘톱버즈(TopBuzz)’도 실패작이긴 마찬가지다. 바이트댄스는 결국 그 사업을 접었다.

미국내 중국 앱의 인기, 미․중 갈등의 ‘씨앗’

이같은 중국 앱의 인기는 결국 미․중 갈등의 씨앗으로 작용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 안보 를 이유로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지분을 팔지 않을 경우 앱을 금지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지난 23일 미 의회의 의원들은 배후에서 틱톡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이유로 이 회사의 CEO 슈지 추를 청문회에 불러놓고, 심문과 질책을 퍼부었다.

이에 중국 정부도 반발하고 있다. 틱톡을 미국 등 외국기업에 파는 것에 반대하며, “다만 기업들이 해외에서 불법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도록 결코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센서 타워’는 “만약 워싱턴에서 중국 앱을 규제하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미국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앱을 포함한 광범위한 중국 기술에 대한 전면 금지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틱톡 CEO 슈지 추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욕타임즈)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틱톡 CEO 슈지 추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욕타임즈)

셴(Shen)과 테무도 중국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21년, 셰인은 모회사를 종래 홍콩 등록 법인이 아닌, 싱가포르 법인으로 변경했다. 테무는 아예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미국 지사 역시 델라웨어에 있다.

2달러 미만에 판매되는 테무의 유선 ‘이어버드’나 ‘강아지 끈’처럼, 인플레이션에 지친 미국인들로선 싸구려에 관심을 보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보니 문제도 적지않다. 테무의 경우, 배송 지연과 조악한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WSJ는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중국 제조업체들이 아마존에서 (저가공세를 벌여) 성공했듯이, 인플레이션을 맞아 이젠 테무와 같은 중국 앱들의 전성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한 벤처자본 투자자의 말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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