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기술과 인프라에 가격경쟁력까지, ‘후발주자 흔들기’ 노림수
“시장 진입 늦은 독일․일본 타격, 한국․중국은 오히려 선전” 예상
전문가들 “자율주행 기술 가속화, 전기차 대중화의 계기” 전망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테슬라가 지난 1월 중순부터 미국과 유럽시장을 필두로 모든 모델에 대해 대대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한 후 전세계 전기차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당시 테슬라는 모델에 따라 6~20%의 판매 가격 인하를 발표한데 이어, 노르웨이,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시장에서도 10~15%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
며칠 후인 2월 3일 한국시장에서도 모델별로 10~14%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2월 중순엔 일부 상위 모델(Model Y)은 인하된 가격에서 다시 소폭 인상했지만, 여전히 작년 하반기보다 17~18% 대폭 인하된 상태다. 이에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치킨게임이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구도를 변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테슬라, 시장 주도권 더욱 강화” 예상도
KB금융경영연구소는 이에 “판매가격과 제조원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기차의 대중화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음”을 예상하면서도 “한편으론 가장 시장경쟁력이 높은 테슬라가 아무래도 향후 유리한 고지에서 주도권을 유지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테슬라가 밝힌 가격 인하의 표면적인 이유는 경기 둔화와 미국 정부의 전기차 구매 지원 제도 개편 등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치킨게임을 통한 경쟁사 흔들기와 확고한 업계 선도 지위 유지’라는 일석이조의 노림수도 내포한다”는게 자동차산업협회 등 업계의 분석이다.
분명한 사실은 이를 계기로 치열한 가격 경쟁이 이어지면서, 세계 전기차 업계의 지형이 크게 변동할 것이란 점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 년 전부터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젠 ‘전기차 초기 대중화’ 시기로 넘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미 웬만한 완성차 업체들은 대부분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가솔린 자동차를 대체할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경쟁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과거와는 달리 테슬라의 독보적인 지위도 점차 약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보니, 우선 ‘덤핑’ 전략이나 다름없는 대대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한 것”으로 보면서 “테슬라의 가격 인하는 이제 막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시작하려는 기존 자동차업체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테슬라의 치킨게임, 업계 지각 변동
이에 전기차 가격 경쟁도 이미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일부 업체들도 최근 가격을 인하했고, 또 다른 업체들은 여전히 기존 가격을 고수할 것을 선언하는 등 아직은 각자 사정에 따라 다소 결이 다른 분위기다. 이에 대해 KB금융경영연구소는 “테슬라는 압도적인 원가 구조로 여유 있는 가격 정책이 가능한 반면, 다른 업체들은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그렇다고 강력한 선두 업체의 가격 인하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도 “테슬라는 AI와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앞선 기술을 장착한 새로운 운전 시스템으로 앞서 나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 전문가 집단은 전기차 경쟁력이 약한 독일과 일본업체들의 쇠퇴를 에상하는 반면, 중국업체들이 부상하고, 현대․기아도 선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점이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자동차 업계는 그야말로 전례없는 구도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가격과 원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기차의 대중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기술과 생산시스템 등에서 앞서가는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한 후발주자들의 치열한 노력도 이어질 전망이다. 물론 “미처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가격경쟁을 벌여야 하는 만큼, 쉽사리 테슬라를 따라잡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중국 부상, 독일․일본 쇠퇴” 예상
포스코경영연구원도 “테슬라는 AI와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앞선 기술을 장착한 새로운 운전 시스템으로 앞서 나갈 것”이라고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 전문가 집단은 전기차 경쟁력이 약한 독일과 일본업체들의 쇠퇴를 에상하는 반면, 중국업체들이 부상하고, 현대․기아도 선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점이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자동차 업계는 그야말로 전례없는 구도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독일과 일본업체들의 가장 큰 문제는 개발 마인드셋과 소프트웨어 능력이라는 평가가 따른다”면서 “이들은 IT시스템 관점에서 새 출발을 해야 하는데, 기존 기계적 마인드에서 접근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아우디 그룹은 2018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신차를 출시했으나, 많은 오류와 함께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또 일본의 토요타는 폭스바겐보다 전기차 시장에 더 늦게 뛰어든데다, 작년에 최초 출시한 전기차도 그나마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반면에 중국의 BYD, 길리 등과, 현대기아의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발전 속도가 빠르면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연구소는 “중국 시장의 현실을 보면, 폭스바겐의 전기차 경쟁력을 대략 가늠할 수 있다”면서 “중국에서 폭스바겐 합작법인은 ‘국민차’ 대접을 받을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며 총 점유율 1위지만, 전기차 부문에선 그 존재감이 미미할 정도로 중국 토종업체들에 크게 밀리고 있다”면서 사례를 들어 현주소를 전하고 있다.
테슬라의 가격인하, 부분자율주행 대중화 기여
그렇잖아도 테슬라는 높은 수준의 AI/자율주행 기술과, 첨단 시스템 장착, 구독 경제 판매 형태 등으로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신뢰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가격 인하 조치를 계기로 전기차 업체간 기술 경쟁을 더 자극함으로써 부분자율주행의 대중화도 빨라질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테슬라 차량이 많이 팔리면 운전자의 부분자율주행 시스템 이용과 주행 데이터의 축적도 늘어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한 기술 진화와 시스템의 대중화도 더욱 진전될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반면에 업계에서는 완전자율주행의 실제 적용에는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대부분 예측하고 있어, 새로운 로드맵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향후 경쟁 구도 재편을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