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안 '국가전략기술 육성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첨단 모빌리티 등 12개 분야
대중국 적자 등 주요 원인, “기술 고도화로 해결할 수 있을까”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기록적인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27일 반도체 등 핵심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취지의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 이하 ‘과기정통부’)는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국가전략기술육성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28일 밝혔다. 정부 입법으로 제정된 해당 법률은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적자가 전체 무역적자의 큰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 가운데, 이를 만회하기 위한 긴급 처방으로 해석된다.
범정부 차원에서 특별법까지 제정한 데에는 ‘초격차 기술’을 확보, 반도체 등 핵심 품목의 수출 부진을 타개한다는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만 초격자 기술 개발은 오랜 시간과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과제인 만큼, 당장의 적자 행진을 멈추게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가전략기술, 정부에서 강력히 키운다···반도체·이차전지·원자력 핵심"
정부는 지난해 10월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특별법은 이같은 방안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국가전략기술은 국가 경제·외교·안보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을 아우르는 이른바 '미래 먹거리'다. 분야는 총 12개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원자력, 첨단 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사이버보안, 인공지능, 차세대 통신, 첨단 로봇·제조, 양자 등으로 구성됐다.
동 특별법의 강력한 추진을 위해 정부는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통해 범부처 차원의 추진 체계를 확보할 계획이다. 신속하고 과감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며 관련 과제 지원도 대폭 확대한다. 또한 효율적 운영을 위해 기본 계획은 5년 단위로, 세부 계획은 연간 단위로 수립할 예정이다.
아울러 필요시 국가전략기술 연구과제 중 일부는 보안과제로 분류해 정보 보호조치를 강화한다. 이는 최근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핵심 기술이 중국 등으로 매매되는 기술 유출이 전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으로 기술 초격차 실현···국민경제 회복할까"
이처럼 정부가 절박하게 핵심기술 육성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무역수지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이 자리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126억 9000만 달러(한화 16조 7064억원)를 기록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달 1~20일에도 수출보다 수입이 큰 현상이 지속돼 무역수지는 무려 1년 연속 적자를 코앞에 두게 됐다.
금융위기를 방불케 하는 이같은 적자에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이달 1~20일까지 우리나라 핵심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은 43.9% 깎였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도 22.7% 줄었다. 여기에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용 공급망 협력체 '칩(Chip) 4' 동맹에 한국도 참여한 상황이 덮치며 국내 반도체 기업의 대중국 관계도 안개 속에 갇혔다.
이러한 암울한 전망 속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차세대 전략기술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기술 초격차를 달성, 궁극적으로는 국민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무역 적자의 해결책으로 공급망 재편성 및 수출 품목 다변화가 제시되는 만큼, 특별법 통과를 통해 여러 갈래의 기술을 골고루 발전시켜 외부 요인에 덜 취약한 무역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해석된다.
그러나 작년부터 무역 적자로 인한 원화 약세, 이에 따른 물가 악영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별법 제정이 장기적 관점에서 시행되는 만큼, 당장의 성과를 보이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특별법 등의 긴급 처방이 대중 적자와 함께 산업구조적 원인이 함께 작용한 무역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