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을 NFT로, NFT를 물리적 실체로 환원, 상품화
한때 ‘훈민정음혜례본’ NFT 발행, ‘실물자산 연동의 위력’ 실감케
해외 유명 뮤지션․아티스트, 패션계도 ‘NFT 캐릭터를 실물로’

NFT이미지로서, 본문 기사와는 직접 관련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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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경제 전윤미 기자]영국의 유명 아티스트 로버트 뱅크시는 최근에도 자신의 작품을 NFT콘텐츠로 발행, 4억원에 완판해 화제가 되었다. 이처럼 암호화폐 시장의 침체, 즉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로 인해 NFT시장이 위축되면서, 새삼 실물자산과 연동된 ‘밈’이 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물자산이나 작품을 NFT로 발행할 뿐만 아니라, 반대로 NFT 이미지나 사물을 현실세계에 재현하여, 상품화하는 경우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선 그 동안 유가증권 여부를 떠나, 만약 원본이 없는 NFT의 경우 실체없는 소유로서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는 논의가 이어져왔다. 그러나 ‘크립토 윈터’의 찬바람이 쉽게 잦아들지 않게 되면서 NFT자체보단, 그 원본에 대한 가치를 ‘가위질’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간송미술관, 훈민정음해례본 NFT 100개 발행

국내에선 실물자산을 NFT로 발행하면서 가장 큰 사회적 충격을 준 사건은 단연 ‘훈민정음해례본’의 NFT 밈이다. 지난 2021년의 ‘훈민정음혜례본’ NFT 발행은 가히 ‘역사적 사건’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관심과 함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이를 소장하고 있던 간송미술관은 전격적으로 국보 70호 훈민정음해례본을 NFT로 발행, 판매에 나섰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민간인으로부터 이를 어렵게 사들여 소장하고 있는 간송미술관으로선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국보의 NFT화는 일단 그 자체가 특정 미술관이 소장한 사유재산이란 점에서 당시 NFT콘텐츠로 발행하는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국가 지정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탁본․영인하거나,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할 때는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간송미술관측은 100개로 한정, 발행하는 동시에 일종의 사회적 공감대라고 할 수 있는 ‘커뮤니티’ 혜택을 부여받았고, 결국 이는 한 개당 1억원에 완판되었다.

이는 여러모로 ‘세계 최초’를 기록했다. 우선 문화재를 NFT로 밈한 사례는 처음이었다. 당시 간송미술관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들고, 이를 적법하게 보존, 향유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공개적인 코멘트를 남겼다.

이를 바라본 문화예술계의 의견은 크게 나뉘었다. 일단, “국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라는 비판적 시각이 다수인 반면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국보와 문화재를 향유하고, 이를 통해 실물 국보를 좀 더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다면 긍정적인 일”이란 시선도 적지 않았다.

신윤복 작품도 ‘가위질’ NFT판매, “실물 원본가치의 위력”

이후 간송미술관은 더욱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아예 ‘NFT 가위’를 든 것이다. 조선의 3대 풍속화가로 꼽히는 혜원 신윤복 선생의 화첩인 국보 ‘혜원전신첩’의 30점이 그 대상이었다. 그 가운데,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인 ‘단오풍정’의 디지털 이미지를 355개로 ‘가위질’해서 조각을 낸 다음, 이를 각각 NFT콘텐츠로 발행한 것이다. 가격은 개당 16만원이었으며, 발행 직후 완판되었다. 이 경우 NFT는 발행되는 콘텐츠마다 고유번호과 매겨지기 때문에 각각의 NFT가 모자이크처럼 작품 안의 특정한 이미지를 대표하게 된 것이다. 즉 “스스로 가치를 갖게 되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란 해석이다.

그 뿐 아니다. 그림 속 등장인물을 다시 NFT캐릭터로 발행하고, 이를 미술관 홈페이지 속 가상공간인 ‘간송 메타버스 뮤지엄’에 전시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최근 인기 NFT 제작자들은 반대로 NFT→현실세계 재현 기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들은 NFT 캐릭터를 이용한 실물 제품이나 엔터테인먼트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등, NFT와 실물 자산을 연동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하고 있다.

해외에선 더욱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유명 뮤지션 겸 프로듀서인 파렐 윌리엄즈를 브랜드 경영 CEO로 영입한 두들즈(Doodles), 펭귄 캐릭터를 이용한 장난감과 동화책을 제작한 퍼지 펭귄즈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시도는 침체된 NFT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NFT 시장을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한다. 그러나 “디지털 시장에서 이미 가치가 폭락한 NFT가 실물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공존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NFT→현실세계 재현 기법 활발

유명한 패션 매거진 ‘보그’도 그와 유사한 전망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근착호에서 “2023년에는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패션 산업 비즈니스 모델의 파격적인 실험과 변화가 계속될 것”이라며 “앞으로 메타버스 기술의 고도화로 디지털 의류와 물리적 의류의 경계가 흐려지면, 디지털 의류의 물리적 소유가 가능해지는 등 비즈니스 모델에 더욱 창의적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NFT로 전환된 디지털 의류를 거꾸로 현실 공간에서 실제 입을 수 있는 의류로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보그’는 “물리적 패션과의 연계성이 보장되지 않은 ‘디지털 패션 콘텐츠’만으로는 확장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서로 공생을 통한 진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즉 실물 자산으로 연동되지 않는 NFT만으로는 시장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앞서 영국의 아티스트 로버트 뱅크시는 전형적인 ‘NFT-실물자산’ 연동형의 예술가다. 그는 자신이 한때 파쇄하고 반쯤 남았던 작품이 소더비 경매에 팔려나가자 이에 격분, 유튜브를 통해 이를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자신의 작품 원본을 불태워버린 뱅크시는 이젠 NFT를 통해 다시 이를 발행, 원본없는 실체를 소유하고 적극 소비하는 사례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야말로 실물로서의 ‘원본’과 NFT를 오가는 전략으로 고수익을 창출하는 예술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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