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수많은 중국기업들, 앞다퉈 ‘생성AI’ 투자
“중국어판 출시, 챗GPT보다 뛰어난 AI챗봇 개발, 중국판 오픈AI사 창립” 등
美 수출규제 ‘칩’ 공급난, 검열․규제 등 ‘걸림돌 많아’ 부정적 시각도
그럼에도 美 언론들 “‘장벽’ 우회, ‘생성AI 굴기’ 이룰지도” 예의주시

중국에서 '챗GPT'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어, 미국 언론들이 이를 대서특필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은 나름의 '생성AI' 기술을 접목한 AI챗봇 '어니봇'을 개발하는 등 이같은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 바이두사의 전시장 풍경. (사진=블룸버그 뉴스)
중국에서 '챗GPT'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어, 미국 언론들이 이를 대서특필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은 나름의 '생성AI' 기술을 접목한 AI챗봇 '어니봇'을 개발하는 등 이같은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 바이두사의 전시장 풍경. (사진=블룸버그 뉴스)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챗GPT ‘열풍’이 중국을 휩쓸고 있다.”-. 24일자(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의 ‘테크’ 섹션 헤드라인이다. 블룸버그 통신도 역시 “챗GPT가 워싱턴을 넘어 베이징의 사용자들과 기업들까지 사로잡고 있다.(ChatGPT captivated users and firms from Washington to Beijing)”며 이를 ‘광란’(Frenzy)이라고 표현했다.

대부분의 유력언론들 최근 中 분위기 대서특필

이처럼 미국의 오픈AI의 챗GPT가 불을 붙인 생성AI 열풍이 14억 중국인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미국의 거의 모든 언론들은 중국의 ‘챗GPT열풍’을 연일 톱기사 혹은 섹션 헤드라인으로 보도하면서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다만 그 행간에선 또 다른 중국의 ‘생성AI 굴기’를 걱정하며, 경계심 가득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바이두는 3월에 ‘어니봇’이라고 불리는 챗GPT의 중국판 라이벌을 출시할 계획”이라면서 “중국 과학기술부는 챗GPT 기술의 잠재력을 실감하며, 이를 중국 사회와 경제에 통합하는 것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중국 당국의 움직임을 전했다. 또 “이 기술은 여러 산업과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특히 자연어 처리 능력이 뛰어난 점을 높이 평가한다”는 중국 외교 당국자의 뉴스 브리핑에 주목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지금껏 그랬듯이,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생성AI’를 집중 육성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다. 그 만큼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챗GPT’를 계기로 ‘생성AI’ 기술경쟁이 미․중 간에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크고 작은 수많은 중국 기업들 “생성AI 챗봇 투자” 선언

실제로 이미 뛰어난 검색 엔진 기술을 지닌 바이두(Baidu Inc.),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Alibaba Group Holding Ltd.), 거대 소셜 미디어 그룹인 텐센트 홀딩스 등은 미국 오픈AI의 챗GPT와 버금가거나, 이를 능가할 AI챗봇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공개 선언한 바 있다. 이에 크고 작은 수 많은 중국 기업들도 이런 시류에 편승하면서 그야말로 중국 대륙은 지금 ‘생성AI’ 또는 ‘챗GPT’ 광풍이 불고 있다. 그 바람에 상하이 주식시장에선 ‘챗GPT’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가장 먼저 이런 열풍의 불씨를 지핀 것은 지난 1월 생성AI 개발 계획을 발표한 바이두다. 이 회사는 ‘어니봇’이라는 AI 챗봇의 자체 버전을 3월에 검색 엔진에 통합할 예정이다. 바이두는 또 지난 22일 “‘어니봇’을 사용해서 본사의 AI 클라우드, 무인 자동차 시스템, 음성 비서 ‘샤오두’의 기능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의하면 바이두의 CEO 로빈 리는 애널리스트들과의 인터뷰에서 “본사는 대규모 언어 모델을 비즈니스 서비스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일부 사내 조직은 이미 ‘어니봇’을 다른 본사 제품과 서비스에 통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혀, 주력 제품 라인업에 본격적으로 ‘생성AI’를 접목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이들 글로벌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에 이어, 또다른 수많은 기업들도 일제히 생성AI ‘깃발’을 치켜들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JD.com, 음성인식 회사인 아이플라이텍(iFlytek)도 그 뒤를 이었다. 게임회사 ‘넷이즈’ 역시 “‘챗GPT’의 기반이 되는 기술을 본사의 교육 제품에 접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음식 배달 업체인 ‘메이투안’ 역시 “아직 (챗GPT) 기술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중국판 오픈AI사의 출범을 위해 5천만달러를 출자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웬만큼 중국 내에서 이름이 알려진 기업들 치고 ‘생성AI’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지 않은 경우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야말로 중국 IT산업이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AI’로 아예 판갈이를 하고 있다는 비유도 나오고 있다.

중국 기업을 비롯해 첨단 IT기술이 망라된 '선천 하이테크 2022' 전시장 모습.(사진=메쎄 코리아)
중국 기업을 비롯해 첨단 IT기술이 망라된 '선천 하이테크 2022' 전시장 모습.(사진=메쎄 코리아)

“칩 확보난과 엄격한 검열” 등 부정적 시각도

챗GPT는 본래 방대한 언어 데이터에 대해 훈련된 대규모 언어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모델은 검색 결과를 개선하고, 음성 비서에 지능형 콘텐츠를 공급하고 조정하는 등 다양한 상용 애플리케이션에 유용하게 쓰인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 기업들의 ‘생성AI’ 퍼레이드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기업들이 AI 경쟁에서 미국을 따라잡고 있지만, (미․중 갈등으로) 첨단 칩 물량 확보난에 시달리는데다, 중국 정부의 엄격한 검열 규정도 있어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의 많은 AI 전문기업들은 그 동안 컴퓨터 (머신)비전이나 감시 기능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에 특히 집중해왔다. 그러나 챗GPT는 자연어 처리로 알려진 다른 AI 하위 분야의 툴링(tooling)과 지식이 필요하다. 중국 기업들이 챗GPT에 준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기 위해선 이런 필요조건들을 구비해야 한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에 그런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경우는 소수의 기업만이 가능한 것”이라는게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다른 부정적 요인은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상 중국 기업들은 광범위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많이 제한되어있다는 점이다. 앞서 중국 과학기술부의 왕즈강 장관 스스로도 자국 외신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윤리적 관점에서 챗GPT와 같은 기술이 효과적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너무 제한해서는 안 되지만, 모든 기술적 성과에는 부정과 긍정적 측면이 함께 공존한다”고 사실상의 경고 섞인 코멘트를 하기도 했다.

당국자들의 이런 발언은 중국의 기술 회사들과 투자자들에겐 자국 정부가 챗GPT와 같은 기술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를 가늠할 만한 것이다.

자유롭고 광범위한 데이터 확보 한계, 칩 물량 부족도

특히 챗GPT는 오늘날 존재하는 가장 큰 언어 모델 중 하나인 오픈AI의 ‘GPT-3.5’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즉, ‘GPT-3.5’는 글로벌 웹상의 수 많은 주제 영역과 분야에 걸쳐있는 방대한 양의 영어 데이터로부터 재료를 얻는다. 그러나 이에 비해 중국어 데이터는 그 다양함이나 내용에 있어서 이에 크게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중국 내에서는 모든 데이터와 콘텐츠가 엄격한 검열과 통제하에 있다.

서방의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중국 기업들은 공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나, 금융, 전자상거래 등 특정 분야의 텍스트와 대화형 데이터만 보유하고 있다”면서 “그 때문에 바이두의 경우는 검색 엔진을 위해 웹을 ‘색인화’함으로써 보유한 데이터가 좀더 다양성을 띠게 하려 애쓰고 있다”고 전하기도 한다.

첨단 칩에 대한 미국의 수출 통제는 또 다른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중국에서 개발된 대부분의 대형 언어 모델들이 미국의 수출허가를 받은 엔비디아(NVIDIA)의 GPU(A100)로 학습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이에 관한 분석 논문을 공동 집필한 조지 워싱턴 대학의 ‘제프리 딩’은 “그 때문에 중국기업들은 재고분 고급 칩을 다 쓰면, (추가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 개발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의 엄격한 검열과 규제 생태계 역시 또 다른 형태로 이런 이노베이션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예측이다. 가뜩이나 현재 챗GPT는 잘못된 정보나, 괴상하고 공격적인 반응과 결과물을 쏟아내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런 문제를 좌시하지 않고 규제와 통제의 끈을 조일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그래서 “중국 기업들은 챗봇을 계기로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해 지나치게 솔직하거나 감정적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큰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중국의 인터넷 당국은 ‘생성 AI’ 기술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발표했다. 이는 그야말로 세계 최초로 챗GPT에 대한 실질적 규제 방안을 담고 있다. 즉, 챗GPT 등을 통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도구의 개발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이미지나, 영상, 텍스트를 챗GPT가 잘못 해석하거나 할 때는 “이는 합성하거나 편집한 것”임을 알리는 분명한 라벨 부착을 의무화한 것이다.

중국 상하이 푸동지구의 야경.(사진=뷰티플사인)
중국 상하이 푸동지구의 야경.(사진=뷰티플사인)

“그러나 다양한 우회 전술로 기어코 기술혁신 이룰 것” 전망 우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재능있는 기업들은 빠르게 미국의 ‘생성AI’ 기술을 따라잡을 것이란 시각도 많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매트 시한 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거나 훨씬 더 나은 모델을 다시 만들고, 구축하는 것을 막아낼 만한 ‘의미 있는 장벽’은 더 이상 없다”고 기술매체 ‘테크크런치’에 밝혔다.

챗GPT를 만든 오픈AI 역시 공식적으론 중국의 사용자들이 챗봇에 계정을 만드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미 많은 중국 사용자들이 가상 사설망을 통하거나, 또는 몇 달러이 요금을 낸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계정을 구입하고 있다. 그야말로 ‘장벽’을 손쉽게 우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중국 내에선 소비자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챗GPT 중국어판도 출시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한켠에선 멀지 않아 챗GPT보다 한 술 더 뜬 고도의 ‘생성AI’ 기반 킬러 앱도 등장할 것이란 얘기도 나돌고 있다. 이에 미국 언론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중국의 AI 기술 행보를 제각기 분석하며, 긴장감 어린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이는 곧 미국 정부의 심경일 수도 있다는 추측도 뒤따른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