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로봇 보도 통행 가능'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 심의
심의 과정서 ‘개인정보보호법’, ‘도시공원 및 녹지법’ 등과의 조율이 핵심
유사한 다른 법률과의 충돌 해소돼야, “현재로선 쉽지 않을 것” 전망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 가까운 시일에 자율주행 로봇이 인도를 누비며 '라스트마일(최종 목적지까지 배송)' 서비스를 할 수 있을까. 지난 21일 자율주행 로봇의 보도 통행을 허용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2소위를 통과하면서 그 가능성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로선 다른 법률과의 충돌 등으로 인해 최종 본회의 통과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전망이다.
아직 ‘법적 근거’ 미약, 실증사업 수준
현재로선 배달로봇의 자율주행 카메라는 임의로 주변 사물이나 사람을 촬영, 배포할 소지도 있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구글 맵도 초기에 이같은 현행 법규로 인해 개선을 거듭했던 전력이 있다. 또 광장이나 보행자 전용도로 등 현행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에 규정된 규제 조항과 저촉되는 내용도 적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자율주행 로봇은 인도 통행이 불가능하게 되어있는 등 법적 근거가 빈약해 규제 샌드박스 및 실증 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사업 확대를 가로막는 ‘규제’로 간주하며, 법과 제도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그런 가운데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첫 번째 심의 단계를 통과하면서, 업계로선 로봇 배달 사업 진척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업계 요구에 로봇배달 상용화 위한 법 개정 본격화
그간 로봇 배달 상용화를 위한 노력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업계의 지속적인 요구에 로봇의 도보 통행을 허용하자는 움직임에 속도가 붙으면서, 안전 및 사고 시 배상 문제도 함께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이어졌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로교통법 일부법률개정안'이 지난 21일 첫 관문이라고 할 소관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 회의를 통해 통과됐다. 동 개정안이 과연 행안위 전체회의, 법사위, 본회의 등을 통과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해 8월 발의된 이 개정안은 물류 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물류서비스로봇'의 정의를 신설하고 이같은 로봇의 통행 및 도로 횡단의 방법을 규정하는 것을 주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물류 이송 로봇 분야의 혁신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동 개정안은 생활물류서비스로봇을 "시속 15km 이하로만 운행하고 자체 중량이 60kg 미만인 것으로서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또 이 로봇의 보도 통행을 보행자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허용하는 등 통행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도 담았다. 업계로선 “로봇의 보도 통행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법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과 유사한 시기에 '지능형 로봇 개발 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도 함께 발의되었다. 이는 ▲실외이동로봇의 운행안전인증 실시 ▲이동로봇 등 지능형 로봇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담보하고 인적·물적 손해 배상을 위한 보험 가입 의무화 조항을 마련했다. 자율주행 로봇을 둘러싼 가장 큰 우려인 안전 및 사고 보상에 대한 실리적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통과될 경우 로봇 산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민형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안'도 눈길을 끈다. 동 개정안은 소화물 배송 운송수단에 배달로봇과 드론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소화물 배송대행 서비스 사업은 '이륜자동차'를 이용해 화물을 배송하거나 정보통신망을 통해 이를 중개하는 사업인데, 해당 '이륜자동차'에 지능형 로봇 중 국토교통부 법령으로 정하는 배달로봇을 포함시켰다.
최종 입법화까진 ‘넘어야 할 산’ 많아
그러나 이런 일련의 법률 개정안들이 발의되었지만 최종 법률로 제정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대표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이나, 흔히 공원녹지법으로 일컫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과 충돌하는 조항이 조정되는게 급선무다. 향후 소관 상임위 전체회의 심의와 법사위 자구 수정 등의 과정에서 이는 논의의 핵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같은 사전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로봇 배달 실용화는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로 개인정보보호법은 정 의원 등의 개정안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제7호와 그 시행령 제3조1항 가․나 목은 ‘일정한 공간에 지속적으로 설치된 카메라를 통하여 영상 등을 촬영하거나 촬영한 영상정보를 유무선 폐쇄회로 등의 전송로를 통하여 특정 장소에 전송하는 장치’와, ‘가목에 따라 촬영되거나 전송된 영상정보를 녹화ㆍ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영상처리정보기기’로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조 제2항에선 ‘일정한 공간에 지속적으로 설치된 기기로 촬영한 영상정보를 그 기기를 설치ㆍ관리하는 자가 유무선 인터넷을 통하여 어느 곳에서나 수집ㆍ저장 등의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네트워크 영상장치’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의 ‘영상처리정보기기’나, ‘네트워크 영상장치’에 자율주행 로봇 카메라가 해당될지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설사 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도, ‘촬영과 녹화․기록․전송’ 등의 용어 규정과의 저촉 여부가 또 다른 심의 조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그간 학계와 업계 일각의 지적이었다.
간이 도심 휴게공간이나 녹지, 작은 광장, 보행자 전용 공간 등을 포함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과도 충돌의 여지가 있다. 동 법률 제19조의3(어린이공원 내 안전시설의 설치ㆍ관리), 제22조(도시공원 및 공원시설의 안전조치) 등도 해석에 따라선 자율주행 배달로봇의 동선을 두고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로봇 배달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서는 방대한 영역에 걸친 기존 법체계를 적지 않게 손봐야 하는 만큼 로봇 배달이 곧바로 상용화에 접어들 것이라고 낙관하기엔 시기상조란 지적이 따른다. 그래서 “이번 정 의원의 ‘도로교통법’ 개정 움직임을 계기로 폭넓은 법제(法際)적 검토와 논의가 병행되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