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센서․IoT․생체인식기술 접목, 매년 급속한 기술 발달, 일상생활 각 부문 실용화
대기업들 첨단화 박차, SK텔레콤, 퀼컴과 개방형 로봇 플랫폼 '에어패스' 구축
삼성·LG전자 헬스케어·서비스 로봇 개발 박차, “2027년 세계 로봇 시장 183조”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외부 환경을 스스로 감지해 유동적 대응이 가능한 '지능형 로봇' 기술이 날로 발달하고 있다. ‘로보월드’ 행사를 비롯해 매년 반복되고 있는 관련 전시회나 기술 이벤트에서도 이를 실감할 수 있다.
이미 식당이나 쇼핑 공간 등의 매장 서비스 로봇이나, 제조업 현장의 3D작업을 보조하는 유니버설 로봇 등은 실용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뜨거운 기름솥 앞에서 닭고기를 튀기는 치킨 로봇, 사람 대신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 로봇, 환자를 돌보는 간호 조무 로봇, 어르신들의 동반자가 되어주는 실버 말벗 로봇 등 일상공간에까지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디지털트윈 등 기술 경쟁의 핵심
이처럼 AI센서와 IoT, 생체인식기술 등이 접목된 지능형 로봇은 인건비 절감과 생산 효율성 향상 효과를 창출하며 반도체에 이은 글로벌 기술 주도권 경쟁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트윈이 보급되면서, 유니버설 로봇이나 공장내 하역과 물류를 위한 작업 로봇은 필수가 되고 있다. IoT 원격 제어에 의해 공정의 동선을 따라 지게차 대신 무거운 장비, 소재, 부품을 운반하는 유니버설 로봇은 DX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로 인식될 정도다. 사람의 힘으론 움직일 수조차 없는 수 백 kg의 물체를 작업자가 들어올리게 하는 신체 부착형 로봇도 빠르게 현장에 보급되고 있다.
SK텔레콤부터 삼성전자까지 첨단기술 매진
그런 가운데 최근엔 국내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을 배경을 한층 첨단화된 지능형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은 일상 생활용 로봇에서부터 대량의 물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능을 가진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디지털트윈 시대의 또 다른 핵심요소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통신기업으로서 쌓아온 AI·빅데이터·5G 기술을 활용하며 로봇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지난 21일 SK텔레콤에 따르면 회사는 미국 반도체 회사 퀼컴과 AI 기반 로보틱스 플랫폼 기업 인티그리트와 협력키로 했다. 이번 협약은 각 로봇들이 지정된 영역에 한정된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현재 로봇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체결됐다. 회사는 로봇 간 연결성을 높여 데이터 상호 공유 및 처리가 가능한 개방형 플랫폼 '에어패스(AirPath)을 구축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SK텔레콤의 AI 기술, 퀼컴의 AI 엔진, 인티그리트의 로봇 개발 키트 개발 역량이 합쳐진다.
앞서 SK텔레콤은 두산로보틱스와 함께 무인 커피로봇 서비스 'AI바리스타로봇'을 출시했다. 회사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통해 메뉴별·지점별 매출현황, 원재료 소모, 기기상태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알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 최초로 로봇이 컵 뚜껑을 닫아 음료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도 선보였다.
최근에는 AI 기술로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AI 로봇키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로봇에 부착하는 키트 형태로 제작돼 또다시 업계 최초 타이틀을 달았다. 이밖에도 회사는 지난해 AI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기업 씨메스에 총 300억원을 투자하며 AI 로봇 물류 사업의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전자업계 양대산맥인 삼성·LG전자도 로봇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투자하며 로봇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또 연내 노인 보조도구이자 고령화 시대 맞춤형 헬스케어 로봇 'EX1'을 선보일 계획이다.
LG전자는 현재 서브봇·UV-C봇·캐리봇·잔디깎이봇 등 총 5종의 로봇 상품군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립공주박물관 등에 큐레이터 역할을 수행할 로봇 '큐아이'를 배치했다. 수어 해설, 자막노출, 양방향 콘텐츠 기능을 입혀 소외계층 고객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센터, 로봇 도입으로 큰 수혜
로봇 도입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는 곳은 단연 물류센터다. 고강도 노동이 투입되는 물류 현장에서 인건비와 사고위험, 배송오류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쿠팡은 올해 초 대구 풀필먼트 센터(FC)에 무인운반로봇(AGV) 1000여 대를 도입, 상품 진열·집품 작업을 자동화했다. 회사에 따르면 AGV 덕분에 전체 업무량을 무려 65% 줄일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쿠팡이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한 데에는 물류 자동화를 통한 경영 효율화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밖에도 외식업계는 인력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지난달부터 치킨 튀김 공정을 위한 조리 로봇 시스템 상용화를 위해 가맹점 3곳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교촌치킨 전용으로 개발된 이 로봇은 가맹점 내부 동선에 맞게 움직임 조정이 가능하며 원격 접속 기능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본도시락 또한 운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원육을 자동으로 조리하는 '웍봇'을 도입한 '스마트주방'을 선보였다.
그런 가운데 정부도 나름대로 정책적 지원과 함께 규제 개선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로봇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기술개발·인력양성 등에 1900억원을 지원하고 로봇을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가 창출될 수 있도록 수요기반 규제개선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이 밖에도 국토교통부, 농업기술진흥원,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기관은 각각 자율주행 배송로봇·농업용 로봇·제조 현장 자동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책지원․규제개선 외에 ‘로봇 인력양성’도 과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2소위는 논란 끝에 자율주행로봇의 인도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오는 24일 전체회의 뒤 본회의에 부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는 보행자 안전 등의 우려가 끊이지 않아 최종 입법화까지는 쉽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원 정책 및 규제 철폐도 중요하지만, 로봇 전문인력 육성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능형 로봇산업 인력수요를 예측한 결과 올해까지 연평균 26.4% 증가해 이번해 5만 3000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시장조사기업 '브랜드에센스 마켓리서치 앤 컨설팅'에 따르면 지능형 로봇의 한 종류인 서비스 로봇 시장은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21.9%씩 성장해 1409억 4000만달러(한화 183조 5321억원) 규모에 육박할 전망이다. IT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로봇 시스템도 정교해져 산업 난제를 책임질 '게임 체인저'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