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촉구, “사이버테러 기지 오명 벗고, 디지털 기술 완성도 높여야”
중․고, 대학교 등 수준높은 IT커리큘럼으로 우수 IT인재 양성 주력
각종 국제 프로그래밍 대회 석권, 해외 합작으로 질높은 게임도 제작

북한의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작업 풍경으로 본문 기사와는 직접 관련이 없음.
북한의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작업 풍경으로 본문 기사와는 직접 관련이 없음.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랜섬웨어 ‘라자루스’가 상징하듯, 북한의 IT기술에 대한 외부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해킹을 즐겨 동원하는 등 IT기술을 악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북한의 IT기술은 국제적으로도 인정할 만큼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국내 전문가들과 연구기관의 조사․연구에 따르면 ‘IT수재’를 집중 양성하며, IT기술 역량을 높이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그래서 KDB미래전략연구소는 “북한 IT인재의 해킹·피싱 등 디지털 범죄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IT 역량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면 새로운 디지털 기술 완성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하고 있다.

KDB미래전략연구소 개발금융연구센터가 학계의 연구결과와 통일부 북한정보포털, 통일연구원(KINU), 그리고 각종 언론 보도를 종합,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980년대부터 수재교육과 IT전문교육 등을 통해 IT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 결과 국제프로그래밍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고, 게임 제작 등에 우수한 IT역량을 선보이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IT수재․영재교육 실시”

‘한국학 연구’ 중 전경남 연구원의 ‘북한의 영재교육’에 따르면 예술 분야 특수학교인 금성 제1·2중학교가 대표적 사례다. 이곳에선 컴퓨터 수재반을 운용하며, 매년 500여 명의 신입생을 선발, 대학 전공수업 수준의 교육을 진행한다.

여기서 소개하는 이들 학교의 커리큘럼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내용치곤 꽤 수준이 높다. 중학교 1~2학년은 ▲컴퓨터 회로 및 주변장치(80시간), ▲C언어, ▲C++언어 프로그램 작성법(280시간), ▲윈도우 조작체계(200시간) 등을 수업한다. 중학교 3~4학년(한국의 중3~고1)이 되면 ▲컴퓨터수학(120시간), ▲리눅스 프로그램 작성법(180시간), ▲자료구조 및 알고리즘(200시간) 등을 공부한다.

중학교 5~6학년(한국의 고2~고3)은 거의 개발자 양성 수준이다. ▲자연언어 처리와 인공지능(160시간)을 비롯해, ▲컴퓨터통신 및 네트워크(140시간), ▲ 인공지능 언어(120시간) 등 이론 및 실습을 병행한다. 수재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이과대학 등에 진학, 고급 IT인재로 성장한다.

주요 대학들도 진출 분야별 ‘IT인재’ 양성 박차

대학들도 IT관련 학부나 학과를 개설하고 있는데, 역시 수준이 높다. 대표적으로 김일성종합대학은 당이나 내각의 간부 양성을 목표로 하며, 컴퓨터 과학을 중시하고 있다. 정보과학부를 설치하고, 2개의 연구소와 별도 연구실을 갖추고 있다.

김책공업종합대학은 컴퓨터 교육을 강조하되, 실무형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정보과학기술학부를 두고, 컴퓨터체계학과, 정보체계학과, 프로그램공학과를 두고 있다. 국가과학원 소속의 이과대학은 주로 전문 연구원들을 양성한다. 컴퓨터과학부 안에 컴퓨터과학과, 정보처리학과를 두고 있으며, 별도의 정보통신학과도 있다.

평양․함흥 컴퓨터 기술대학에선 컴퓨터 응용기술 분야의 고급 기술인력을 양성한다. 컴퓨터학부, 정보전송처리학부, 숫자조종학부, 프로그램 학부 등을 두고 있다. 특히 남북이 함께 설립한 북한 최초의 사립대학이자 이공계 특수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학은 정보통신공학부를 두고 있다. 이곳에선 컴퓨터공학, 전자공학, 통신공학 분야의 학․석사 과정을 운영한다.

이 밖에 희천체신대학도 IT관련 주요대학으로 꼽힌다. 전자, 자동화 기계공업 분야의 기술자와 관리자를 양성하는 대학이다. 전기통신공학부, 무선통신공학부, 컴퓨터조종학과 등을 두고 있다.

이들 대학의 졸업생들은 조선컴퓨터센터, 평양정보센터 등 IT 연구·개발 기관이나 각 대학 소속 부설 연구·개발단지 등으로 진출한다.

출처=TTA저널, KINU, KDB미래전략연구소
출처=TTA저널, KINU, KDB미래전략연구소

각종 국제 IT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

통일연구원 ‘연구총서’에 의하면 이렇게 길러진 북한의 IT인재들은 국제프로그래밍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IT인재들의 역량을 바탕으로 해외 기업과의 합작(合作)을 통해 게임도 다수 제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북한의 주요 대학 IT분야 출신 학생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은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인도 IT기업이 개최해온 프로그래밍 대회인 ‘코드쉐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특히 2022년도에는 일년 중 7회(6~12월) 연속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 대회는 매월 전 세계 80여개국, 1~3만여 명의 대학생들 참가하는 행사다.

또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 3인으로 구성된 팀은 지난 ‘2019 ACM-ICPC 월드 파이널스’에서 동아시아지역 예선 1위, 최종 결승 8위로 은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이 대회는 지난 1977년부터 미국컴퓨터협회(ACM)가 연 ‘컴퓨터 과학 컨퍼런스’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2019년 결승전에는 지역대회를 통과한 135개팀, 400명의 대학생들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바 있다.

게임 제작도 수준급, 평양서 ‘블록체인․암호화폐’ 컨퍼런스도

북한의 게임 개발 역량도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북한 IT인재들은 지난 2008년부터 외국산 게임을 수주, 제작하고 있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소개된 북한의 조선과학기술총연맹과 유럽 펠릭스(Felix Abt)가 공동으로 설립한 게임회사인 ‘노소텍’(Nosotek)은 북한 IT인재에게 의뢰, 제작한 ‘바비의 블록스(Bobby’s Blocks)‘, ’평양레이서‘ 등 게임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도 북한은 피싱 이메일을 통한 사용자 개인정보 유출, 암호화폐 탈취, NFT 위조 등을 일삼으며, 국제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라자루스’ 랜섬웨어의 경우 현재도 미국과 한국의 주요 기관, 기업 등을 겨냥해 사이버 테러를 가하고 있다.

또 북한과 연계된 해킹 그룹은 국세청 세무조사 신고나, 포털사이트 비밀번호 변경, 전문가 자문요청 등으로 위장된 이메일로 피싱을 시도함으로써 연일 국내외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2019년 평양에서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컨퍼런스’를 개최할 만큼 블록체인 기술에 높은 성취도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보안 분야 연구 성과를 활용한 블록체인 브릿지나, 스마트계약 등과 같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긍정적 역할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이다.

북한은 또 인공지능(AI) 번역 프로그램, 증강현실(VR) 및 가상현실(AR) 기술 적용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적 성취를 보였고, 그 실용화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실제로 2021년 김일성종합대학은 AI 기반 번역 프로그램인 ‘룡마’를 개발했고, IT기업인 청류경제기술사는 VR 및 AR기반 교육 콘텐츠인 ‘별’ 시리즈를 개발하기도 했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그럼에도 근시안적인 ‘외화벌이’ 정책의 일환으로 우수한 IT인재들을 디지털 범죄에 악용하고 있는게 최근 북한의 상황”이라며 “북한은 이들의 역량을 긍정적으로 활용하여, 생산적이고 완성도 높은 디지털 기술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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