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치료기기 '솜즈', 환자 데이터 기반 실시간 치료 가능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법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SW의료기기
국내 상용화 위해선 건보 급여화, 수가, 환자들이 수용 등이 관건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 이하DTx) '솜즈'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국내 1호 DTx로 허가를 받았다. 우리나라 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국내 첫 DTx로 허가한 것이라 그 의의가 크다는 평가다. 이를 계기로 국내 DTx 상용화의 물꼬가 트일 것이란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DTx가 상용화되기 까지는 건보 급여화 기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신속한 지원과 의료계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이 발맞춰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식약처는 에임메드가 개발한 솜즈를 국내 첫 DTx로 허가했다고 발표했다. 솜즈는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법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수면 습관 교육, 실시간 피드백, 행동 중재 등을 6~9주간 수행함으로써 수면의 효율을 높여 환자의 불면증을 개선하는 원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식약처는 다양한 DTx가 국내서 개발·허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2027년까지 약 10종의 맞춤형 DTx 임상·허가 가이드라인을 추가로 개발해 국제 표준을 충족하게끔 지원하겠다는 포부다.
"실시간 데이터 기반 DTx, 환자에게 경제적"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KHIDI')에 따르면 DTx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다. 주로 스마트폰 앱 형태로 제공되며 게임, VR(가상현실)로도 제작된다. 단순 건강관리용이 아니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DTx가 차세대 디지털 헬스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DTx가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환자·의료진·제약 및 보험회사 모두에게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환자는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고, 의료진은 소프트웨어에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같은 정보는 제약회사가 새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 DTx를 통해 조기치료에 적극적인 환자 덕분에 보험회사는 의료비를 아낄 수 있다.
또 KHIDI에 따르면 DTx는 화학물질에 의한 화학적 작용, 기기에 의한 물리적 작용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웠던 디지털 특유의 새로운 작용에 의한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어 그 효과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이때문에 오는 2030년 DTx 시장은 173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미국·독일·중국, DTx 사용 중, 만성질환부터 안과·인지장애 등"
[사진설명 = 미국 프로펠러 헬스 앱 사용 이미지. 사진출처 = 프로펠러 홈페이지 캡처]
국가 차원에서도 DTx를 적극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미국은 DTx와 같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규제 개편을 선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DTx의 특성상 보안 위협이 있는 것을 파악한 FDA는 지난 2018년 의료기기 사이버보안 관리 시판 전 신청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DTx 장비 가용성을 확대하는 지침을 발표해 규제 장벽을 대폭 낮췄다. 다만 FDA 허가가 있다고 해서 모든 DTx가 민간보험이 적용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성공적인 DTx로는 천식 등 만성 호흡기 질환을 대상으로 한 '프로펠러헬스' 앱이 있다. 환자가 흡입하는 공기의 질, 투약 시간대, 빈도는 센서를 통해 스마트폰 프로펠러 앱에 무선 전송된다. 뿐만 아니라 현지 약국과도 협력해 폐질환 처방약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독일의 경우 지난 2019년 디지털헬스케어법을 통해 DTx(DiGA)를 공적 의료보험 조합의 보상 의료서비스 대상에 포함시켰다. DiGA로 승인받기 위해선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안전성, 정보보안, 품질 3가지 기준을 충족한 DiGA는 보험 급여 대상이 된다. 작년 5월 기준 130건의 신청서가 DiGA 검토 목적으로 제출됐으며, 이 중 31개가 DiGA로 인정받았다.
중국은 아직 DTx 규제 정책을 구체화하는 과정 중에 있다. 작년 말부터는 DTx와 흡사한 제품을 관련 정책에 따라 승인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기준 모두 29개의 DTx가 승인받았으며, 만성질환 혹은 정신질환에 초점을 둔 타 국가 DTx와는 달리 안과 및 인지장애 분야에 집중된 점이 특징이다.
"상용화까지는 갈 길 멀어···급여화가 관건"
이날 국내 1호 DTx가 탄생하면서 향후 DTx 시장이 긍정적일 것이란 예측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우선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 급여화 여부다. 한국의 보험체계 특성 상 식약처가 승인한 DTx라도 건강보험 수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시장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비급여로도 처방될 순 있겠지만 DTx의 빠른 확산을 위해서는 비용 절감이 가능한 급여화가 필수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DTx 급여화와 관련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다음으로는 일반 시민이 물리적 약물에 대한 의존도가 커 다소 생소한 DTx를 반기지 않을 가능성이다. 임상을 거쳤다 하더라도 환자에게는 크게 좋은 인식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고, 노령층은 디지털 기기를 다루기 쉽지 않기도 하다. 또 의료진의 처방 및 지도가 수반돼야 할지도 의문이며 이들이 DTx에 축적된 환자 개별 데이터를 실제 치료와 어떻게 융합할 수 있을 지도 복잡한 문제다.
그래도 식약처 등 당국이 DTx에 열린 태도라는 긍정적인 신호다. 실제로 식약처는 에임메드의 솜즈를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제도' 대상 제품으로 지정하며 허가부터 의료현장 사용까지의 기간을 무려 80% 단축했다. 이처럼 정부가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절차 간소화를 이뤄 국내 혁신제품의 의료시장 진입을 돕는 상황도 상용화에 긍정적 작용을 할 것이란 기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