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업계, 전문가들, ‘메타버스 용어, 사업범위, 기술적 의미’ 달리 해석
유사 법률안들과 충돌, 중복 부분 조율․조정, 업계는 “법 제정 자체 신중해야”
부처 간에도 각자 소관사무 이해 따라 입장차, “최종안, 크게 변경될 소지 커”

'2022 메타버스 페스티벌'에 참가한 업체들.
'2022 메타버스 페스티벌'에 참가한 업체들.

[애플경제 박문석 기자] ‘메타버스 산업진흥법’ 제정안에 대해 관련된 부처나 및 업계에서는 각자 다양한 의견이나 별도 주문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버스 관련된 용어나 사업 범위, 기술 범주 등의 정의에 관해서도 각 기관이나 업계 당사자들은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유사한 범주의 다른 법률안과 충돌되는 부분도 적지 않아 이에 대한 조율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본격적인 심의 과정에선 법률 제정안의 내용이 상당히 큰 폭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메타버스 관련법 제정 필요성, 취지 등도 의견 갈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기위)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메타버스 산업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흥하기 위한 법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법안 제정 필요성은 공감하나, 규제적 요소를 정비하는 등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는 “제정안이 메타버스 산업진흥 방안 이외에도 이용자 보호 규정을 다수 포함하고 있으므로, 그 취지에 맞게 법의 명칭과 법체계를 수정하고 역할에 맞게 정부 주체 등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이에 비해 업계의 입장을 반영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단체는 “메타버스 산업은 아직 명확한 형태조차 채 갖춰지지 않은 신생산업으로서 그 창의성과 혁신성을 일정 기간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면서 “산업으로서의 규모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의 법적 규제를 신설하는 것은 태동하는 신산업의 역동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메타버스 관련 사업자에게 부여하는 ‘의무’ 조항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즉 “‘신고의 의무’와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대한 의무’ 등을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규제법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국회 과기정통위 김건오 수석전문위원은 “제정안의 적용 대상이 되는 ‘메타버스’의 범위를 법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정안의 ‘메타버스’는 AR 등을 제외한 최협의의 개념으로, AR 등도 메타버스 개념에 포섭하기 위해서는 ‘가상과 현실이 결합된 공간’이라는 개념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메타버스 전문 업체가 관련 프로그램을 시연해보이고 있다.
메타버스 전문 업체가 관련 프로그램을 시연해보이고 있다.

업계, ‘의무’ 부여에 “새로운 규제” 부정적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제정안의 ‘메타버스’는 통상적으로 논의되는 메타버스의 정의보다 더 확장된 개념으로, 해당 정의에 따르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구현된 수많은 환경이 본 법안의 규율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러한 개념의 확장이 메타버스 산업에 미칠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판단하는 작업을 선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과기정통위에 계류 중인 ‘메타버스산업(가상융합경제) 진흥’ 관련 제정안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인 ‘메타버스콘텐츠 진흥 관련 제정안’에서도 ‘메타버스’의 정의를 신설하고 있으므로, 해당 제정안과 연계하여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표1)

소관

법률안 및 메타버스관련 정의()

과방위

메타버스산업 진흥법안(김영식의원, 14358)

1. “메타버스란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장치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입체환경으로 구성된 가상사회에서 가상인물 등을 통하여 다양한 사회적·경제적·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된 가상의 공간을 말한다.

가상융합경제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조승래의원, 14545)

5. “가상융합세계(메타버스)란 가상융합서비스로서 가상융합기술 및 가상융합기기를 이용하여 가상의 존재가 활동할 수 있도록 구현된 가상의 공간 또는 가상과 현실이 결합한 공간(이하 메타버스라 한다)을 말한다.

메타버스 산업진흥법안(허은아의원, 17173)

1. “메타버스란 정보처리능력을 갖춘 장치 및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구현된 환경에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가상의 공간을 말한다.

문체위

메타버스콘텐츠 진흥에 관한 법률안(김승수의원, 16158)

1. “메타버스란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이용자 및 사물 또는 둘 이상의 집단 간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및 이에 준하는 전자적 시스템을 말한다.

2. “메타버스콘텐츠란 인간의 감각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한 자료 및 정보로서 메타버스를 구성하거나, 메타버스 내에서 생산유통이용되는 것 또는 이들의 복합체를 말한다.

 

그런 가운데 이번 법률안에 대한 자문에 임한 각계 전문가들과, 메타버스 관련 학계 인사들은 제각기 조금씩 다른 각도에서 이를 정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표2)

<2>메타버스에 대한 다양한 정의(자료:국회도서관, ‘메타버스 한눈에 보기’, 2021.11.23.)

연구자/기관

정의

손강민 외

(2006)

모든 사람들이 아바타를 이용하여 사회경제문화적 활동을 하게 되는 가상의 세계

ASF

(2007)

가상적으로 확장된 물리적 현실과 물리적으로 영구적인(지속가능한) 가상공간의 융합

권오현

(2012)

웹과 인터넷, 싸이월드, 전자상거래 같은 기존의 디지털 가상공간의 세계와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두고 있는, 상호성이 강한 디지털 몰입 공간인 3D 가상세계와의 융합

김서희

(2021)

아바타를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전반적 측면에서 현실과 비현실 모두 공존할 수 있는 생활형게임형 가상세계

고선영 외

(2021)

현실의 나를 대리하는 아바타를 통해 현실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나는 일상 활동과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3D 기반의 가상세계

오연주

(2021)

물리적 실재와 가상의 공간이 실감형 기술을 통해 매개결합되어 만들어진 융합된 세계

이승환

(2021)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며 공진화하고 그 속에서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세상

김상균, 신병호

(2021)

나를 대변하는 아바타가 생산적인 활동을 영위하는 새로운 디지털 지구

채다희 외

(2021)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초(meta) 세계(verse),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현실 및 공간에 기초를 두면서, 물리적인 제약을 벗어나 인간과 사회의 기능을 확장하는 것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1)

5세대(5G)와 가상융합기술이 만드는 초연결초실감 확장가상세계

 

메타버스 전문업체가 개발한 가상 부동산시장 거래 플랫폼 모습.
메타버스 전문업체가 개발한 가상 부동산시장 거래 플랫폼 모습.

용어의 정의 두고도 다양한 이견 쏟아져

법률 제정안 제2호에서 규정한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과 제3호 ‘메타버스 서비스 사업’의 정의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과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제2호에선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에 관해 “메타버스에 적용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이에 관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정의하고, 제3호에선 ‘메타버스 서비스 사업’을 “메타버스 내에서 재화, 용역 또는 디지털 콘텐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두 용어의 관계가 불분명하여 중첩되는 영역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두 용어의 경계가 해석상 불분명하여 법을 구체적으로 적용할 경우,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정안에 따르면 HMD 등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사업 또는 플랫폼을 구성하는 개별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이 된다는 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으론 “현재 각종 법령에서 ‘플랫폼’이라는 용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에 대해 별도의 정의를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도 첨부했다.

그 밖에 제4의 ‘메타버스 인증 서비스 사업’, 제6호의 ‘아바타’ 등의 정의에 대해서도 결이 다른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제4호의 ‘메타버스 인증 서비스 사업’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정안은 물리적인 공간과 메타버스의 ‘연동’ 또는 아바타의 ‘이동과 연동’에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메타버스 내에서 본인 인증, 연령 인증, 신원 인증 등에 관한 수요도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인증 서비스의 범위에 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6호의 ‘아바타’를 “시각적으로 구현된 개인의 식별 이미지”로 정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해당 정의가 다소 추상적인 것으로 보여 예상하지 못했던 사례까지 포섭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정안은 ‘아바타’를 ‘이미지’로 한정하고 있으나, 아바타에 관한 처분(제정안 제24조) 측면에서 보면 ‘이미지’보다는 ‘정보’의 성격이 중요하다”면서 “‘개인의 식별 이미지 또는 그에 관한 정보’로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022 메타버스 페스티벌'에서 관람객들이 직접 메타버스 기술을 체험해보고 있다.
'2022 메타버스 페스티벌'에서 관람객들이 직접 메타버스 기술을 체험해보고 있다.

다른 유사법률안과의 조율과 충돌 회피도 해결 과제

특히 다른 유사 법률안 또는 법률과의 충돌이나 조율해야 하는 부분에 관한 논의는 더욱 심도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제정안 제3조에서는 “메타버스의 이용에 관하여 이 법이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되도록 규정”함으로써, 동 제정안이 가상융합경제 분야에 우선 적용되는 ‘특별법적 성격’을 가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러나「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제4조에서도 “정보통신 기술ㆍ서비스 등의 진흥 및 융합 활성화와 관련하여서는 이 법이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과기정통위 전문위원실은 “다만 메타버스는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적용되는 정보통신 기술ㆍ서비스가 융합된 대표적인 분야라 할 수 있다”면서 “동 제정안이 ”메타버스 분야에 관하여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과 그 밖의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됨을 명시하여 그 특별법적 성격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2022 메타버스 페스티벌'에 출품된 메타버스 프로그램.
'2022 메타버스 페스티벌'에 출품된 메타버스 프로그램.

‘저작권법’과의 우선 순위 두고 과기부 vs 문체부 엇갈려

한편,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동 법안보다 앞서 기존 ‘저작권법’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용되는 콘텐츠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저작물은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고, 「저작권법」에서 온라인상에서의 저작물 이용과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등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 경우에는 그에 관한 특별법인 「저작권법」이 동 제정안보다 우선 적용되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문체부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제정법안 중 「저작권법」과 충돌하거나, 동법의 효력을 개폐하는 것에 관한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문체부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메타버스 산업진흥을 위한 특별법적 성격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제 24조의 일부 조항은 문제삼고 있다. 즉 “제24조의 경우 「게임산업법」이나 「특정금융정보법」과의 충돌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정보의 처리에 관해서는 일반법인「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를 필요가 있고, 법안 중 개인정보 처리에 관하여 특칙이 없으며, 다른 입법례에서도 「개인정보 보호법」을 우선 적용하는 사례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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