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늘리기뿐 아니라, 기초과학 기반 실험정신과 고도의 역량이 초점”
전문가들 “학부 물리학과 폐과 등 최첨단 양자기술 연구 뿌리가 붕괴”
“역량 키울 수 있는 지원, 효율적인 연구환경과 SW 등 근본대책” 주문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 양자 컴퓨팅 기술은 현재 전세계가 직면한 경제·안보·기술 문제 패러다임을 뒤집을 '게임 체인저'로 알려져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에선 이에 필요한 인재가 크게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최근 “국내 대학(원)이 연합해 구축한 '양자대학원'을 통해 매년 박사급 인력을 30명 이상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2032년까지 3개 양자대학원에서 박사급 인원 540명을 기대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는 인재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연구환경과 SW라는 지적이 많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자칫 ‘양적 숫자’에 급급해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게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뜻있는 학계 인사들은 “과학 인재 숫자를 무작정 늘리는 것보다 인재를 효율적으로 키우는 방식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홍성민 과학기술인재정책연구센터 센터장은 'STEPI Outlook 2023' 보고서를 통해 "아무리 이공계 대학(원) 진학 조건을 좋게 해도, 지망할 수 있는 인원 숫자는 한계가 있다"면서 "대학(원)에 더 많은 인원을 유인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들어온 인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과학기술 인재의 진로와 연계된 R&D 활동이 수행되는 기반도 같이 구축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일자리가 부족하거나 임금 등 처우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인재 유출을 막을 길은 요원하다는 주장이다.
“양자기술 시대 이끌 역량있는 인재 부족”
양자기술을 비롯한 전반적인 과학인재 부족 현상은 일단 숫자면에서도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작년 기준 국내 양자 연구자수는 500명 수준으로, 미국 3100명, 일본 800명 등 경쟁국에 비해 적은 숫자다. 물론 절대 인구규모에 비례해서 보면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양’ 못지않은 ‘질적 역량’의 부족이란 점이다.
양자기술을 비롯한 첨단 과학과 디지털 기술은 무엇보다 튼실한 기초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상식이다. 그러나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교육현장에선 이공계 전반에 걸쳐 인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아인슈타인 물리학의 패러다임을 전복하는 양자기술은 더욱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과학적 지식과 실험정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물리학, 전기공학, 수학 등 기초과학의 ‘지적 근육’을 바탕으로 미지의 큐비트와 카오스적 원리를 규명하고, 새로운 지평의 응용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현재 국내에 물리학과가 설치된 대학이 8~9개 정도인 점은 그런 점에서 매우 우려를 살만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 대한 각성과 개선없이, 고도의 응용과학 중에서도 최첨단인 양자기술을 선도해나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믿을만한 전망치라고 할 수 있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간한 '양자 백서'의 경우, 오는 2033년까지 필요한 양자기술 전문인력은 2616명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학계에서 배출되는 연간 공급인력은 900여명 수준이다.
이에 대해 앞서 홍 센터장은 “수급 불균형도 문제이지만, 더욱 바람직한 것은 역량을 갖춘 연구자들이 배출되고, 이들에 대한 연구환경과 합당한 처우 보장, 그리고 R&D를 위한 유․무형의 SW가 더욱 중요한 요소”라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