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믿음'·네이버 '하이퍼클로바'·카카오브레인 '칼로'
LG그룹 '엑사원', 파라미터 3000억개···국내 최대 규모
SK텔레콤 '에이닷', 장기기억기술 도입···초거대 AI로 '지식 대화' 구현
정부, 차세대 AI 분야 2655억 투자···‘글로벌 빅테크엔 턱없어’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오픈AI의 챗GPT가 '초거대 AI' 신드롬을 일으킨 가운데, 한국 기업도 초거대 AI 사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초거대 AI란 기존 AI의 데이터 처리량을 한참 뛰어넘는 것은 물론 수많은 정보를 스스로 학습·처리·판단해 인간의 추론 능력을 구현할 수 있는 AI 모델이다. 챗GPT는 출시 40일 만에 이용자 수 1000만명을 돌파하며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에 버금갈 정도의 충격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중국의 바이두 등 내로라 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저마다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며 초거대 AI 시장 선점에 나섰다. 한국 기업들도 챗GPT처럼 언어에 초점을 맞춘 AI 챗봇을 선보이는 한편, 이미지·음성·생체신호 등 다양한 양식의 데이터를 학습하는 '멀티모달 AI' 기술이 적용된 모델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챗봇부터 멀티모달 모델까지···올해 상용화 조짐"
우선 KT는 초거대 AI '믿음'을 올해 안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KT에 따르면 '믿음'은 다양한 응용 사례를 학습할 수 있는 '협업 융합 지능'을 보유했으며 감성을 이해하고 인간과 공감하는 AI를 목표로 한다. 상황에 맞춰 말투나 목소리를 바꾸고, 이전 대화를 기억하는 등 '인간다운' AI라는 설명이다. 또 AI 전문상담, AI 감성케어를 통해 초거대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산업·생활 전반에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는 자사의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고도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손잡고 차세대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을 시작한다. AI 전용 반도체 솔루션은 AI 알고리즘 및 서비스 개발에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네이버는 여태 운영해온 하이퍼클로바 모델에서 불필요한 파라미터를 없애고 경량화 알고리즘을 새 솔루션에 최적화해 AI 성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또 초거대 AI 기술이 적용된 전화 돌봄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의 활용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카카오의 AI 전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은 지난해 '텍스트 투 이미지' AI 모델 'RQ-트랜스포머' 등을 선보인 데에 이어 이를 더욱 발전시킨 모델 '칼로'를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자체 개발한 한국어 특화 AI 언어 모델 'KoGPT'를 기반으로 시를 창작하는 모델 '시아'도 탄생시켰다. 한편으로 카카오브레인은 구글클라우드 GPU를 활용해 칼로의 병목 현상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등 외국 기업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LG그룹도 초거대 멀티모달 AI 모델 '엑사원'을 내세웠다. 엑사원의 파라미터(매개변수)는 3000억개에 달하며 KT의 '믿음'이 2000억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가 2040억개, 카카오브레인의 'KoGPT'가 60억개 파라미터를 보유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내 최대 규모다. 파라미터가 많을 수록 인간의 의도를 더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답을 자연스럽게 도출할 수 있다. LG는 엑사원이 적용된 AICC(지능형 고객 응대 서비스)를 이르면 하반기 중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사진설명 = SK텔레콤 AI 서비스 ‘에이닷’ 화면 이미지. 사진출처 = SK텔레콤]
SK텔레콤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GPT-3 기반의 챗봇 '에이닷'을 출시한 데에 이어, 이용자가 에이닷과 이전에 대화했던 내용을 메모리에 따로 저장해두고 다음 대화에 활용할 수 있는 ‘장기기억 기술’을 2월 중 에이닷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회사는 추후 에이닷에 초거대 AI 모델을 접목해 심오한 지식 대화도 가능케 한다는 구상이다.
"내년 AI 시장 700조원···정부, 차세대AI에 2655억원 지원 "
이처럼 혜성처럼 등장한 챗GPT 이후 멀티모달 기술까지 탑재한 AI 모델을 개발하는 테크 기업들의 움직임이 한층 바빠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초거대 AI 등 전세계 AI 시장 규모가 내년 7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오픈AI는 올 상반기 중 GPT-4 공개를 앞두고 있어 관련 시장에 또 한번의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외신은 GPT의 4번째 버전은 현재 GPT-3.5의 오류를 줄이고 멀티모달 기술이 적용됐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구글은 사내에 '적색경보'를 발령해 챗GPT의 위협에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에 100억 달러를 투자해 검색 엔진 '빙'에 탑재할 예정이다. 중국판 구글'인 바이두는 이르면 3월 챗GPT와 유사한 AI챗봇을 출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 챗GPT의 경쟁 모델 개발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 기업도 초거대 AI 시장에서 경쟁을 시작했지만 막강한 기술과 자본을 갖춘 글로벌 기업을 이겨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또다시 해외 기업의 시장 독점 체제가 구축될 것이란 얘기다. 이에 정부는 지난 26일 제2차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차세대 AI 분야에 2655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